[횻츠업] 탄소국경조정제도, 우리나라와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은?

Story/효성

 

지난 7월 14일,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 ‘Fit for 55’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는 자국만의 기준으로 탄소 감축에 힘쓰고 있는데, 유럽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강한 탄소 감축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온실가스로 인한 심각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번 ‘Fit for 55’를 세계 각국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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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 살펴보기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서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 가운데 현지에서 생산한 것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한 제품에 대해 추가로 돈을 물리겠다는 것이죠.

 

 

2023년 1월 1일부터 3년 동안(~2025. 12. 31)은 EU 수입업자는 적용대상 품목의 내재 배출량 보고 의무만을 부담하는 과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합니다. 우선은 업종별로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기 5개 분야에 적용되는데요, EU에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철강 및 철강제품 수출 규모가 31.5억 달러로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품목의 대EU 수출에서 95%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내 철강 업종에 많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부담을 느끼는 건 한국뿐만은 아닙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꼽히는 중국은 국제 무역 원칙 위반이라며, 기후변화 문제를 무역 분야로 확대하려는 일방적인 조치라는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죠. 탄소 배출 규제에 다소 소극적인 중국의 이런 주장은 완전히 틀린 주장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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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기본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취지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방지입니다. 탄소누출 위험에 놓인 EU 역내 산업을 보호하고, 역내외 기업 간 경쟁을 공평하게 만드는(level the playing field) 데 있습니다. EU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데 반해, 그 외 국가와 기업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을 지속한다면 EU의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겠지요. 게다가 EU가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할 경우 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어 환경 기준이 느슨한 중국이나 러시아, 터키 등의 역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할 가능성이 생기며, 이때 국내 정책의 탄소 감축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COVID-19 이후 유럽 경제회복을 위한 재원 마련 목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검토한 바 있어 조치의 정당성 및 WTO 협정과의 합치성 확보 차원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톤당 30유로를 전 분야에 과세할 때 중국은 119억 달러, 러시아는 64억 달러, 미국은 35억 달러, 한국은 10억 달러(약 1조 원) 등 전 세계적으로 약 200억 달러가 넘는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탈탄소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시각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U가 이런 논란을 잠재우고 제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검토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통상법적 합치성에 관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EU의 독자적인 검토보다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권에 놓여 있는 이해당사국들과의 직접적인 법률적 의견 교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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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탄소 감축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보다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상태인데요, 지난 4월에 개최된 기후정상회의에서는 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효성 또한 2030년 BAU 기준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20.5% 감축을 추진하며, 적극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한 시장 개척 및 사업을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리젠제주, 리젠서울, 리젠오션 등 페트병 재활용 원사 분야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고, 탄소섬유를 비롯해 친환경 신소재 폴리케톤과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며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직면한 기후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국가의 노력이 아닌 전 세계적인 움직임입니다. 실행까지 남은 5년여의 시간 동안 ‘탄소국경세 면제’라는 EU와의 협상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변화에 적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U 탄소감축 입법안(‘Fit for 55’)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EU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통상법적 분석 및 우리 산업에의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