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다: 하나의 브랜드가 고유명사가 되기까지

Story/효성

 

글. 신인철(<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 저자)

 

몇 해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요구르트(Yogurt) 뚜껑을 혀로 핥아 먹는지 그냥 버리는지’를 두고 출연자들이 논쟁을 벌였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모든 출연자가 ‘요구르트 뚜껑’을 ‘요플레 뚜껑’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죠. ‘요플레’는 모 식품 회사의 요구르트 상표로,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반명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죠. 이처럼 특정 제품 또는 기업의 이름(브랜드)이 자신을 포함하는 제품군 혹은 산업군 전체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쓰이게 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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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이름, 유일하게 남은 이름

 

첫째, 해당 제품이 최초이거나 유일한 제품인 경우입니다. 굴삭기를 뜻하는 단어 ‘포클레인(Poclain)’은 최초로 굴삭기를 상용화한 프랑스 회사 ‘포클랭’사의 회사명으로부터 유래한 고유명사였습니다. 굴삭기는 1835년 미국의 한 토목기사가 개발했지만 이를 상용화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은 포클랭의 이름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대중이 즐겨 부르던 그 회사의 이름이 일반명사화돼 사전에까지 등재됐죠.

 

 

비슷한 사례로 한자 사전을 일컫는 ‘옥편(玉篇)’ 역시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였습니다. 543년 중국 양나라 사람 고야왕(顧野王)이 최초로 부수만으로 한자의 음과 뜻을 찾을 수 있는 사전을 편찬했고, 그 책을 진상 받은 왕이 ‘옥을 꿰어놓은 것처럼 귀한 책’이라는 의미로 옥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그 책이 한반도까지 전해지면서 한자 사전을 일컫는 일반명사처럼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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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인지도가 가져온 위상

 

탁월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일반명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버버리(Burberry) 브랜드에서 유래한 ‘바바리’, 험지용 사륜구동 자동차를 뜻하는 단어가 된 ‘지프(Jeep)’,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뽀샵’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Photoshop)’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일반명사화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기준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Intel)에서 1993년 출시한 CPU ‘펜티엄(Pentium)’은 출시하자마자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거의 모든 개인용 컴퓨터에 펜티엄이 들어갔고, 컴퓨터에는 이를 표시하는 스티커가 의무적으로 부착돼 출시됐죠. 이내 사람들은 해당 CPU가 장착된 컴퓨터를 ‘펜티엄급 컴퓨터’라 부르기 시작하더니 펜티엄은 일정 기준 이상의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 등급을 일컫는 일반명사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제품명이 곧 컴퓨터의 등급이 된 인텔의 펜티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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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이름을 일반명사로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고유의 상품명은 일반명사가 되지만 모든 사례를 한데 아우르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탁월한 제품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은 제품이라는 것이죠. 그러한 관심이 제품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Narrative)를 만들어냈고,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일반명사가 된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머리와 가슴속에 우리 회사 또는 제품의 이름과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언젠가는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이름이 곧 업계와 제품을 가리킬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