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에 돈을 써야 하는 이유, 한정판 재테크와 리셀(resell) 시장

Story/효성


희소성은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제품의 생산 수량을 제한해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현저히 줄임으로써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상승시키는 것이죠. 그동안 인싸가 되기 위해서,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재고를 따라 움직였다면, 요즘은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인싸나 트렌드와는 별개로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희소성을 찾고, 그 소장 가치를 되파는 리셀(resell)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게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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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재테크, 리셀테크


한정판은 원래 덕후들만의 세계였어요. 그들만이 한정판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전 세대에도 수집에 대한 열정은 존재했습니다만,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난 밀레니얼 세대부터 2000년대 출생한 Z세대까지, 즉 MZ세대가 유니크하면서도 특별한 자신만의 아이템에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리셀테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요. 리셀테크는 구입했던 물건을 되판다는 ‘리셀(resell)’과 재테크의 ‘테크(tech)’를 합친 말로, 한정판 상품을 사들인 뒤 차익을 붙여 되파는 재테크를 의미합니다. MZ세대는 디지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자유롭게 다루면서 한정판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리셀 시장의 판매자이자 소비자가 되었어요. 현재 리셀 마켓 소비자의 40% 이상은 MZ세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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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리셀테크


리셀러들은 주로 일정 기간 한정 수량만 생산, 판매가 이루어지고, 이후에는 단종되는 제품을 다루는데요.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 레고, LP 등이 있어요.



조던 재테크


1985년에 판매를 시작한 나이키의 에어조던 시리즈는 최근까지 30종이 출시되었는데요. 조던이 NBA에서 은퇴한 후에도 계속해서 발매되고 있습니다. 시카고 불스의 조던과 역사를 함께한 에어조던 시리즈는 구매를 위해 매장 앞에서 노숙하는 문화(캠핑)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품의 구매자들은 착용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소장을 위해 박스째 보관해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출처: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엑스엑스블루’


이뿐 아니라 아티스트나 브랜드와의 컬레버래이션 제품들은 스니커테크라는 이름으로 리셀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어요. 지난해 GD와의 컬래버래이션 제품인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21만 9천 원이었지만, 818족 한정 출시된 빨간색 로고 모델의 리셀 가격은 3~4백만 원대, GD가 지인들을 위해 88족만 제작한 노란색 로고 모델은 2천만 원을 넘나든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무신사의 ‘soldout’,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KREAM’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나오기도 했어요.



레고 재테크



키덜트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레고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타지마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등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교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마니아층을 성인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고요.


레고를 구매하는 어른이들은 보통 두 개를 사요. 하나는 실사용 용도, 다른 하나는 소장용입니다.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던 레고 제품들이 당연히 리셀테크의 타깃이 되겠죠. 레고는 언젠가 단종돼요. 잘 고른 레고는 장난감을 넘어 새로운 가격 세계를 형성합니다. 2019년 바뀐 레고의 슬로건 ‘Rebuild the World’는 아마도 가격을 다시 결정짓는다는 의미로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LP 재테크



2000년대 초반 단종의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LP 또한 재테크 수단이 되었어요. 스트리밍이 대세인 음원 시장에 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죠. LP 음반을 한정된 수량만 생산,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턴테이블 구매도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 발매한 아이유나 지드래곤의 한정판 LP는 중고 사이트에서 10~30만원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손쉬운 구입을 위해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서교동 시트레코드, 홍대 웨스트브릿지, 회현 중고 LP 상가의 리빙사, 황학동 돌레코드와 라스트 찬스 등 LP 전문 오프라인 숍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식물 재테크


한정판은 아니지만 리셀이 가능한 이색 재테크도 상당히 많아요. 그중에서도 접근이 쉽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다육식물 재테크가 인기입니다. 일단 다육식물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업주부뿐 아니라 20~30대 직장인까지 누구나 쉽게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육식물을 분양받아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15~30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되는데요. 거래될 만한 다육식물 품종을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몰게인금, 마리아금, 방울복랑금 등 희귀품종을 공략하거나 멘도사, 라울, 레티지아 등 초기비용이 저렴하고 잘 팔리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단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것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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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있다


한정판 재테크 또는 리셀테크는 결국 제품의 가치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에 따라 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올릴 수 있어요. 제품의 가치를 안다는 것은 제품이 가진 역사를 알고 있다는 뜻이고, 역사를 알 정도로 조예가 깊다는 것은 관심 있음을 넘어 자신을 대변할 정도로 제품에 이입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덕후의 기질이 문화가 되어 시장을 형성한 것이죠.



어느 유명 리셀러의 말이 떠오르네요.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팔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겠죠.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사야 한다면 한정판에 투자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투자한 한정판은 계속해서 가치를 축적해갈 겁니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 샀던 레고가 그랬듯, 고등학교 때 신었던 에어조던이 그랬듯, 아버지가 듣던 LP가 그랬듯 말입니다. (그때 그것만 가지고 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