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에서 채소 키우기

2020. 5. 22. 16:06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바뀌었어요. 외출이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생활의 일부일 것이고, 쓸데없는 외출은 되도록 삼갈 예정입니다. 집콕의 시간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거란 이야기죠. 그래서 스마트폰과 TV만 멍하게 쳐다보던 무료한 칩거 생활에 활기를 입혀 볼까 합니다. 좋은 기회잖아요.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어보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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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텃밭 준비하기


안 하던 것을 시작하려니 조금 설렙니다. 막 기분도 좋아지고요. 그래서 검색을 했어요. ‘베란다 텃밭’을 검색해보니 예쁜 화분과 스탠드가 너무 많습니다. 보면 볼수록 흰색 앞치마를 두르고 앉아 흐뭇하게 채소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만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환상인 거죠.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눈곱 낀 눈으로 시커먼 흙 사이로 살짝 올라온 코딱지만 한 싹을 바라보며, ‘언제 크려나..’ 하고 있을 거거든요. 일단 환상을 버립시다. 텃밭을 가꾸는 건 그렇게 로맨틱한 일이 아니에요. 마음 단단히 먹고 베란다 텃밭을 준비해 봅시다.



화분이나 텃밭 상자

채소의 종류에 따라서 화분의 크기나 깊이를 결정하면 됩니다. 상추나 쑥갓 같은 잎채소는 10~15cm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자라지만, 뿌리채소의 경우에는 최소 20cm를 필요합니다. 반면, 어린싹을 먹는 잎채소는 2~5cm만으로도 충분하니 공간 여건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세요.


원예용(채소용) 상토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배양토를 준비해야 합니다. 마당이나 밭의 흙을 사용하면 잡초 종자와 벌레가 함께 옮겨질 수 있으니 인터넷이나 대형 마트에서 원예용 상토를 구매해 사용하세요. 통기성이 좋고 물 빠짐이 잘 되며 양분이 적절히 함유된 흙이 필요하거든요.


비료

일반적으로 원예용 상토에는 채소를 한 달 정도 키울 수 있는 양분을 보유하고 있어요. 재배 기간이 길어지면 양분을 추가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비료를 많이 준다고 열매를 잘 맺거나 잘 자라는 건 아니에요. 적정량을 잘 지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기구

야외에서 채소를 키우는 경우에는 호미가 필수이지만 베란다 텃밭에서는 부삽을 쓸 기회가 더 많습니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거나 흙과 퇴비를 섞어주거나 웃거름을 줄 때 주로 사용하게 되거든요. 많이 사는 것보다 꼭 필요한 한 두 가지만 사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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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심을까?


채소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성이 아니라 일조량입니다. 일조량은 창문의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또 하루 중에도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광량과 광질 때문에 잘 선택해야 텃밭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채소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유리온실의 햇빛양은 평균적으로 1,000μmol(마이크로 몰)을 넘어요. 같은 햇빛이지만 아파트 베란다로 오면 햇빛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그나마 햇빛이 많이 드는 남향이 유리온실의 절반 수준이고, 동·서향은 35%, 북향은 이보다도 더 낮아요. 특히 층이 낮거나 앞에 건물이 있는 경우 10% 수준도 안 될 수 있죠.



남향인 경우 상추와 시금치, 열무, 곤드레나물,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등을 비롯해 베란다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열매채소인 방울토마토까지 키울 수 있습니다. 동·서향의 경우 쑥갓, 청경채, 참나물, 셀러리, 파슬리 등을, 북향의 경우 생강이나 엔다이브, 치커리, 부추, 쪽파 등을 재배해보세요.


햇빛의 양과 햇빛을 받는 시간이 적으면 잎은 가늘어지고 연약해지면서 웃자라 볼품이 없어지고 병충해를 입기도 쉽습니다. 햇빛이 많이 들지 않는 베란다라면 부추, 생강 등 음지에서도 잘 견디는 내음성이 강한 작물을 선택하거나 본잎이 나오기 전에 이용하는 싹 채소를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보도자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 적합한 채소]

남향(최고 광량 400µmol): 로메인, 청경채, 적근대, 겨자채, 케일, 시금치, 머위, 곤드레나물, 방울토마토, 열무, 라벤더,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애플민트, 오레가노

동・서향(최고 광량 300µmol): 청치마상추, 오크상추, 쑥갓, 청경채, 신선초, 참나물, 셀러리, 파슬리, 커먼맬로우, 핫립세이지, 체리세이지

북향(최고 광량 200µmol): 부추, 쪽파, 엔다이브, 치커리, 생강, 곰취, 미나리, 달래, 장미허브, 레몬밤, 바질

베란다에 적합하지 않은 식물: 브로콜리, 딸기, 가지, 참외, 수박, 호박, 감자 등

자료: 농촌진흥청 | 출처: 세계일보 <[라이프+] 아파트 베란다 텃밭, 어떻게 가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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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를 이기는 그린, 기분이 좋아집니다


10년 전쯤 도시농부를 꿈꾸며 베란다에 채소를 키운 적이 있었어요. 신경 쓰지 않아도 잘 자란다기에 햇볕 좋은데 두고 물만 줬었죠. 며칠 후 싹이 트기 시작했고 점점 무성해지는 그린(Green)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비록 오래 가진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검은 흙 속에서 태어난 초록을 ‘새 기운(氣運, 바야흐로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분위기)’이라고 느꼈어요. 새롭고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 말이죠.



베란다 텃밭을 생각 중이라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면 높은 온도와 습도, 병충해 때문에 채소를 키우기가 쉽지 않아요.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가 있다면 또는 채소를 키울 만한 공간이 있다면 지금 시작해보세요. 코로나에도 블루는 사라지고, 그린이 가득한 우리집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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