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f Things] 효성의 탄소섬유(Carbon Fiber), 탄섬(TANSOME®)

2019. 9. 19. 09:00


가끔 선택은 정확한 분석과 근거 대신 미래에 대한 확신과 믿음으로 이루어질 때가 있습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체스판 위 돌들의 움직임에 수백,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고, 그중 최고의 수를 찾는 것과는 다릅니다. 분명 다른 수를 두어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의외의 수를 두어야 한다는 확신은 인간만 할 수 있는 선택이죠.


누군가의 의외의 선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섬유가 있습니다. 모두 개발 가능성이 희박하다, 시장 경쟁력이 없다, 차라리 기술 제휴가 낫다는 반응을 보일 때 ‘가슴 속 뜨거움’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지옥 불에서 살아온 섬유,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진 섬유, ‘너는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는 섬유, 이미 오래 전 세상에 나왔지만, 국내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데뷔 6년 만에 떠오른 라이징 스타, 탄섬(TANSOME®) 님을 모셔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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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효성의 소재들은 모두 바쁜가 봅니다. 탄섬 님도 요즘 바쁘시다면서요?


제 직장동료들이 다들 그래요. 크레오라도 그렇고, 타이어코드도 그렇고, 저희가 요즘 좀 잘 나가거든요. 회사에 붙어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동료들 얼굴을 잊어버릴 정도예요. 그럴 때 있잖아요. 초등학교 때 연락 끊어진 친구 이름은 기억나는데, 어제 본 동기 이름은 생각 안 나는 경우요. “그.. 그.. 있잖아, 우리 옆 팀에 그 나랑 맨날 붙어 다녔던 친구, 이름이 뭐더라. 어제 봤는데..” 제가 요즘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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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에 무척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셨던데, 어떤 분들을 만나셨나요? 


아, 높으신 분들이요. 사진 한 장으로 충분히 대답이 될 것 같군요. 지난 8월 20일에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이 열렸는데요, 거기서 그분을 만나 뵈었죠.


이 협약식이 정말 중요한 자리였어요. 현재 연산 2000톤의 탄소섬유 생산 규모를 2028년에는 24,000톤까지 확대하기 위해 전라북도, 전주시, 그리고 효성이 한자리에 모였거든요. 2028년이 되면 탄섬은 글로벌 TOP 3로 올라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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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척 미래지향적인 자리였네요. 그런데 탄섬은 무슨 뜻인가요? 탄소섬유의 줄임말인가요?


(웃음) 네, 무척 직관적인 네이밍이지만 그것도 맞아요.


2013년 4월 브랜드 런칭 당시엔 ‘강력한 불길에서 태어난 경이로운 탄소섬유’라고 소개하기도 했어요. 원래는 탄소섬유 생산 공정 중 태우는 과정인 '소성(Tanning)'과 특별함(Something Special)'의 결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로 탄섬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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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길에서 태어난.. (웃음) 불꽃 섬유, 뭐 이런 느낌을 어필하려고 했던 건가요?


(으흠) 탄소섬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시나 보군요. 과정을 알면 ‘아~’ 이런 탄성이 나와야 정상인데 말이죠. 


아주 쉽고 간단하게 말해서, 탄소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합, 방사, 소성 과정을 거칩니다. 참고로 효성은 탄소섬유를 만드는 원료로 아크릴로나이트릴(Acrylonitrile)을 사용해요. 이 아크릴로나이트릴을 중합 후 방사해서 PAN(Poly-Acrylonitrile) 섬유를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PAN 섬유를 1,200℃ 이상의 고온에서 탄화하면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탄소섬유가 완성되죠. 


1,200℃ 이상의 고온을 느껴보지 못한 분에게 그 뜨거움을 설명하려니 좀 힘드네요.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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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무척 뜨거운 분이셨군요. 그럼 개발 과정 중에서는 소성 과정이 가장 어려웠겠네요. 


전 과정이 다 어렵죠. 안 어려운 게 어디 있겠어요. 살아본 인생은 살아봤기 때문에, 살아보지 못한 인생은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둘 다 힘든 것이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프리커서(precursor), 즉 PAN 섬유를 만드는 공정이 전체 기술의 70~80%를 차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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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주시의 지원이 상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나요? 


효성은 2008년부터 전주시 등과 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탄소 산업을 도시의 전략적 육성 산업으로 정하고, 적극 지원에 나섰죠. 전주시는 탄소 산업만을 위해 특별히 조례를 개정했고, 탄소섬유 관련 사업체에 용지 매입과 공장 건설을 위해 수십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전주시청에는 국내 유일의 ‘탄소산업과’라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직원 20여 명을 배치하기도 했고요. 이 같은 민관의 협력과 국책과제 수행을 통해 탄소섬유 사업이 현재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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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터뷰가 너무 진지해지는 것 같으니까, 이쯤에서 개인기 하나 부탁드립니다. 아무거나 하나만 보여주세요.


아니, 이 사람이 섬유한테 개인기를… 존재 자체가 개인기죠. 음.. 혹시 이런 것도 되나요? 6가닥으로 중형차를 끌기? 일단 보시고 말씀 나누시죠.


자동차를 끌 수 있는 실이 있다? | 출처: YTN SCIENCE 유튜브


탄소섬유 1가닥은 사실 머리카락 1/7 굵기의 가는 실 12,000가닥이 꼬여 있어요. 게다가 철에 비해 무게는 1/4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을 갖고 있고요. 괜히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에요. 


탄소섬유와 머리카락 굵기 비교 | 출처: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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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콘셉트카 ‘인트라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결과가 어땠나요?


인트라도는 저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어요. 한국기업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가 자동차에 쓰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탄섬을 카프레임, 후드, 사이드 패널 등에 적용해서 차체 무게를 60% 수준으로 줄였거든요. 그리고 인트라도의 차체는 ‘2014 제네바 모터쇼’에 전시되면서 한국의 탄소섬유 기술력이 재평가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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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뭐예요?


바야흐로 수소경제의 시대잖아요. 당연히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죠.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일반 공기보다 수백 배의 고압에 견뎌야 하는 수소연료탱크의 핵심소재예요. 수소 에너지의 안전한 저장, 수송, 이용에 필수적이죠. 그리고 얼마 전에 효성 직원들이 홍보 영상을 찍는다고 양재 수소충전소에 온 적이 있어요. 참 밝고, 또 밝은 분들이더라고요. 문서로만 봤던 기술력에 감탄하시다 가신 것 같아요.


횻횻한 실험실 3화. 수소 충전하러 용산에서 양재까지 가는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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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소연료탱크 관련해서 현재 한국의 탄소섬유 기술 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와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기사는 저도 봤습니다. 국내 탄소섬유는 아직 가격경쟁력과 품질 면에서 일본의 80% 수준이라는 것 말씀이시죠? 좀 민감한 부분이네요. 일본은 1971년에 탄소섬유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어요. 적자를 껴안고도 투자의 끈을 늦추지 않았죠. 일본의 기술 수준이 높아진 이유는 클라이언트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품질을 관리했기 때문이에요. 반면, 한국은 탄소섬유 첫 상업 생산이 2013년이에요. 


전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네요. 효성첨단소재(주)는 현재 수소연료탱크 등을 포함한 자동차용 부품에 사용될 탄소섬유 공급을 위해 엄격한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인 고압 저장용기 성능테스트 등의 제품 인증 승인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요. 일본 기업과 비교했을 때 기술력과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예요. 인증절차를 거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효성은 탄소섬유의 개발, 적용,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계속해서 단축시키고 있어요. 따져보면 개발에는 3년 반, 인트라도의 차체에 적용한 것은 1년이 걸린 샘이죠.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수소연료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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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일본을 앞설 수 있다고 보시나요?


계속 민감한 질문만 하시네요. 저희는 일본 말고 세계 시장을 보고 움직여요. 일본의 기술력이 이만큼 높으니까 따라잡아야 겠다가 아니라 세계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혁신을 더하는 겁니다. 시장점유율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죠. 


제 직장동료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죠. 크레오라는 스판덱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10년 만에 세계 1위가 되었어요. 2010년부터 10년째 1위인 거죠. 타이어코드는 2000년 이후 줄곧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원천 기술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효성은 기술이 자부심인 회사입니다. 끝까지 대답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웃음)




참고자료

중앙일보 <실 같은 탄소섬유 6가닥이면 소나타도 들어올려>

중앙일보 <’탄소섬유 독립’ 일등공신 “삼성에 안 주면 일도 퇴보”>

전민일보 <탄소산업 성패, 기술력과 수요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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