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곳] 창덕궁 희정당 특별관람 후기

Story/효성




 창덕궁 희정당 특별관람 후기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주인공 조엘은 출근 열차를 기다리던 중, 충동적으로 반대편 플랫폼으로 달려가 열차를 탑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봤겠지요. 출근을 하려는데 따사로운 햇볕이 너무 좋고,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고, 살랑살랑 바람도 불어오는 봄날엔 더더욱.


그렇다고 무작정 땡땡이를 치기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기에, 아직 열심히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인생이기에, 미리 연차를 내고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서 가장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창덕궁이었습니다.



창덕궁의 입구, 돈화문



효성이 이곳 창덕궁의 대조전과 희정당의 궁궐전각 및 내부공간 전통방식 재현을 후원한다는 소식에 효성인으로서 관심이 갔었죠. 그래서 희정당 특별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시간 맞춰 티켓팅을 하고, 어느 봄날의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화해설사님의 설명과 함께 창덕궁의 입구인 돈화문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짧은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곳곳에 핀 색색깔의 봄꽃 덕분에 봄날의 창덕궁은 그 자리에 멈춰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생생했습니다.




봄꽃이 가득 핀 창덕궁



궁궐의 안과 밖을 구별해주는 금천교를 건너고, 진선문을 지나니 펼쳐져 있는 드넓은 마당. 그 한가운데, 오래 전 왕이 거닐던 어로를 따라 다시 숙장문으로 들어서니 탁 트인 창덕궁의 봄이 눈 앞에 펼쳐졌죠.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희정당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진선문을 지나니, 펼쳐진 ‘왕의 길’ 어로



희정당 전경



그리고 고대하던 희정당 내부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는데요.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렌즈가 아닌 두 눈으로 오롯이 바라보며 오랜 시간을 담은 공간을 다시 제 마음에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희정당은 대조전과 함께 원래는 왕과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되다가, 조선 후기에는 집무실로 쓰였으며, 1917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20년 재건해 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마지막까지 이용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조선 후기 및 근대 왕실의 생활 모습이 많이 남아있죠.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희정당의 현관



건물의 전면에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양식 현관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내부 역시도 그 동안 봐왔던 고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ㅁ’자 모양의 구조로 되어 있어, 복도를 따라 찬찬히 구경을 하였는데요. 아직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복원이 완료되어 옛 모습을 다시 갖출 것을 상상하면서 희정당을 돌아봤습니다.


곳곳에 보이는 서양식 커튼과 벽지, 심지어 서양식 화장실도 내부에 있어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접견실의 샹들리에에 불을 밝히자, 함께 관람하던 이들의 탄성이 절로 나왔죠. 시간은 흘렀지만, 그 시절의 빛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었습니다.



희정당 내부 | 출처: 재단법인 아름지기



어느 화창한 봄날, 창덕궁 희정당으로 떠난 시간 여행. 50분 만에 마주하기에는 무거운 역사지만, 이 공간에 담긴 역사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봄날에 눈부시게 빛나던 이 날의 창덕궁을, 희정당 샹들리에의 불빛을 마음 속에 가득 담아 다시 밝은 에너지를 얻어 갑니다.




창덕궁의 봄



희정당 내부는 개방이 제한되어 있어서, 특별관람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들어가실 수 있는데요. 특별관람은 4월 3일부터 5월 25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하루 두 번, 각 10명씩 관람이 진행되지만, 이미 티켓 판매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9월 4일부터 10월 26일에 특별관람이 또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니, 하반기를 기약해보세요.



희정당 전등 세척 및 보존 처리 전후 | 출처: 재단법인 아름지기



효성은 문화재청, 재단법인 아름지기와 MOU를 체결하고 창덕궁 희정당과 대조전의 궁궐전각 및 내부공간 전통방식 재현을 위한 후원을 하였습니다. 성공적으로 복원 작업이 끝나면 희정당과 대조전이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내년 봄에는 일반 시민에게 공식 개방이 될 예정이죠.


하루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과 그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부디 더 많은 역사가 시간 속에 묻히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