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아이디어 생각하지 마라

Story/효성




음악 재생 버튼을 누르듯, 책장 펼치기 또한 무심히 행할 수 있는 일상의 한 요소라면 좋을 텐데, 주변에서 ‘책 좀 읽읍시다’ 하는 권고를 듣다 보면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버겁게 느껴지고 맙니다. 삶의 일부로서 책 읽기는 존재하는 것이므로, 독서가 삶을 압도하는 모양새는 왠지 부자연스럽습니다. 다독가, 문장가로 이름난 소설가 김훈은 오히려 책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데요. 


“내 친구들 중에 평생 책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은 밥 벌어먹고 살기가 너무 바빠서 책을 안 읽은 거예요. 나는 그 사람들 보고 책 읽으라는 말은 안 해요. 다만 그 밥 버는 일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는 하지요.” 

_네이버캐스트 ‘우리 시대의 멘토’ 인터뷰 중(http://goo.gl/sfzFPT)


독서의 강권에 함몰될 게 아니라, 자신의 매일을 살아내는 일이 더 중하다는 제언으로 들립니다. ‘나’에게 집중하는 태도라야 글월도 교훈도 잘 읽히지 않을까요. 마이프렌드 효성의 새 연재 코너 ‘한 달에 한 권’의 맥락도 그러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달에 한 권. 날마다의 리듬에 한 박자, 한 박자 보조를 맞추는 진득한 한 권의 독서. 계발, 발전, 유익 같은 낱말들은 잠깐 잊으세요. 음악 듣듯 힘 들이지 말고 한 달에 딱 한 권씩만 슬슬 읽어보자구요. 




  thinking vs doing


첫 책은 야나사와 다이스케라는 광고인이 쓴 <아이디어 생각하지 마라>(동아일보사, 2011)입니다. 저자는 칸 국제광고상, 도쿄 인터랙티브 애드 어워드 등을 수상한 광고 전문가인데요. 이런 인물이 설파하는 아이디어 노하우가 ‘생각하지 마라’임이 책맛을 궁금하게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책(http://bit.ly/아이디어생각하지마라)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선언하기를 “아이디어 생각하지 말고 하.라.”랍니다. think보다 do의 가치에 무게를 실었군요. 아이디어 발상을 업무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것으로 한정하지 말고,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보자는 제안입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확장을 도우려는 요량인 듯한데요. 166페이지 분량인 이 책의 목차부터 개관해보겠습니다. 




   Part 1. 진단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청첩장을 보냈을 때 

   - 귀찮은 일이 닥치면 우선 피한다, 먼저 해치운다?

   -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 주저 없이 일하는 사람

   - (이하 후략)


   Part 2. 환부를 찾아 처방하라!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간다  

   - 잡다한 생각 속에 의외의 즐거움이 있다  

   - 아이디어는 다양한 생각의 재결합

   - 미래는 지금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 (이하 후략)


   Part 3. 질보다 양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이 달라진다  

   - 많을수록 좋다 

   - 발에 채는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지 마라 

   - 비유의 달인이 돼라

   - (이하 후략)


   Part 4. 내게 맞는 발상법을 찾아라! 

   누구나 아이디어맨 될 수 있다 

   - 맞춤옷처럼 내게 꼭 맞는 발상법이 있다 

   - 결론부터 생각하고 시작하기 - 결과역산법

   - 연상해서 찾아내기 - 만다라 차트 활용법

   - (이하 후략)


   Part 5. 일과 삶은 하나다!

   일이 재미있다, 사는 게 즐거워진다 

   - ‘아군 같은 적’을 조심하라 

   - 무엇이든 주는 사람이 돼라

   - 좋아하면 고통조차 즐길 수 있다 

   - (이하 후략)




목차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사회생활 선배가 인생 조언을 해주는 듯한 뉘앙스입니다. 1장과 2장, 5장이 특히 그렇죠. 사정상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정독이 어려우시다면 3장과 4장, 그리고 5장 뒤에 부록처럼 이어지는 어록집만을 발췌독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자가 표방한 ‘아이디어 생각하지 말고, 하기’에 대한 방법론 및 에센스가 3, 4장에 담겨 있거든요.(나머지 1, 2, 5장은 직장인의 처세 노하우 정도로 분류해도 무방할 내용입니다.) 여러 기업과 인물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발상 사례, 독자 참여형 상황 예시 등도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록집에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헨리 포드 등 유명 기업인들을 비롯하여 카피라이터, 만화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인사들이 남긴 짧은 잠언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명확히 밝혔듯, 이 책은 ‘생각하기(thinking)’보다 좀 더 포괄적인 차원인 ‘하기(doing)’의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다룹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한다’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한다’라고 표현하면 대단히 광범위한 느낌인데요. 그만큼 발상법에 제약이 제거되는 것이기도 하죠. 저자 자신의 경우는 “사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나오는 타입”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연극의 임프로비제이션(Improvisation, 시나리오가 없는 극)처럼” 말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아이디어 발상법이 있”고,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발상법이 존재한다”는 4장의 서문을 함께 생각해본다면, 저자의 ‘임프로비제이션’은 저자의 것일 뿐 특기라 할 수는 없겠죠. 각자에게 최상인 크리에이티비티 도출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독자들의 숙제이자 ‘놀이’일 겁니다. 이에 앞서서 준비운동이라 할 만한 세 가지 트레이닝법이 4장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본문을 직접 읽어가며 차근차근 연습해보시기 바랍니다. 



   ① 결론부터 생각하고 시작하기 - 결과역산법

   ② 연상해서 찾아내기 - 만다라 차트 활용법

   ③ 발상카드 활용하기 - 아이디어 공식 활용법






  진지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의 창립일은 4월 1일입니다. 만우절이죠. 올해는 40주년을 맞아 사옥 앞에 해적 깃발을 게양하기도 했습니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기린 퍼포먼스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매킨토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그는 팀원들에게 “해군이 되지 말고 해적이 되자”라는 메시지를 주입했다고 하죠. 정형성, 일상성, 고정성에서 제발 벗어나라는 다그침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한 달에 한 권’ 시리즈의 첫 순서로 살펴본 <아이디어 생각하지 마라> 역시 해군보다는 해적 쪽으로의 방향성을 긍정하는 책입니다. 어록집에 실린 에피그램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