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노래 배낭 둘러메고 꿈길을 떠나다

2015. 9. 10. 17:30



<위대한 탄생 2> 준우승자 배수정은 영국 명문 런던정경대 출신에 영국 회계사 자격증까지 보유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녀가 3년 만에 <복면가왕>에서 ‘달콤살벌 아이스크림’으로 등장해 다시 주목받으며 디지털 싱글 ‘사랑할 거예요’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꿈을 위해 안정적인 일상을 뒤로한 그녀에게서 도전과 혁신을 배웠습니다.



 편견 깨고 실력만으로 평가 받기 위한 노력


개인의 지능, 사교성, 용모 등과 같은 특성들 중 하나만으로 그 개인에 대한 일반적 인상을 판단하는 것을 ‘후광효과’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지각의 오류다. 누군가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상으로 다른 모든 요소를 마구잡이로 우겨넣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면접 상황에서 인상이 단정치 못한 사람의 언어능력이나 영업능력이 형편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하는 경우랄까. 그것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첫인상이 후광효과의 단초일 땐 더욱 강력하다. ‘그럴 줄 알았어’, ‘그렇게 보이더라’로 수렴되는 평가는 아무리 긍정적이라도 편견일 뿐.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은 그 강력한 편견의 고리를 끊으려는 노력에서 탄생했다. 수려한 외모, 어디 출신이라는 꼬리표, 학력과 경력 그리고 나이도 의미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 무대. 가수 배수정이 가면을 쓰고 마이크를 든 이유다. 



“<위대한 탄생 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영국에서 온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됐죠. 노래에 초점을 맞추면 좋은데 아쉬웠어요. 물론 이슈가 돼서 음악을 알릴 기회를 잡는 건 괜찮지만… 그 수식은 참 벗어나기 어렵더라고요. 오디션 출신이란 꼬리표도 그래요. 재능을 인정받아 수개월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아마추어’라는 잔상이 오래 남더군요. <복면가왕>의 가면은 그런 인상을 가리고 오로지 목소리와 노래로 대중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음악에 대한 열정을 ‘모범생의 외도’쯤으로 인식하는 편견에 균열을 낸 것. 섬세하면서도 시원시원하고 달콤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 하나로 그녀는 ‘가수 배수정’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이었던 윤일상 작곡가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3년 전의 모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나름의 방식으로 2년을 공부했지만 결과가 어떨지 몰랐다. 그래서 <복면가왕>을 비롯한 대중의 평가는 힘이 됐다. 음악을 업으로 삼기 위해 그녀가 걸어온 시간을 ‘잘했다’ 지지하는 듯 느껴져서다.  



 긍정의 마인드로 가능성에 도전하다


<위대한 탄생 2>를 끝내고 배수정은 회계사 자격증 과정을 마치러 영국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영국 생활을 정리하러 들어간 것. 그리고 2013년 4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수 배수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그녀는 이제껏 자신이 쌓아왔던 것을 뒤로했다.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어떻게 채워나갈지 궁리했다. 물론 지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연예계가 얼마나 힘든 곳인데 굳이 안전한 길을 놔두고 그런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그녀를 막아섰다. 하지만 주춤거리지 않았다. 두렵지 않을 리 없었다. 그에 앞선 게 꿈을 향한 설렘일 뿐이었다. 



“평범한 인생은 언제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밖에 없고요. 물론 취미로는 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쏟아내 할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이에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새로운 것에 뛰어들 때 따라붙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란 생각은 잠시 접어뒀다. 이미 가진 것을 가득 쥔 채로 원하는 뭔가와 악수할 순 없는 법. 안정적이지 않아도 그녀는 도전해보고픈 ‘음악인의 삶’을 선택했다. 그러려면 자신의 뒷심인 이러저러한 이력을 떼어놓아야 했지만 괜찮았다. 꿈의 길로 들어선 순간부터 이전 것은 모두 낡아버렸으니까. 그녀는 긍정의 마인드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이 달라선지 국내 정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곡이 어색할 때도 있고요. 그게 작곡을 시작한 계기예요. 제게 맞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죠. 운 좋게도 한국에 들어와서 프로듀싱팀 ‘아이코닉 사운즈’에 합류해 배울 수 있었는데, 지난 7월 말에 발표한 싱글 앨범 ‘사랑할 거예요’는 그런 의미에서 뜻깊은 곡이에요.” 


뭔가를 완성해서 매듭짓는 순간 새로운 꿈을 상상하는 배수정.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쌓인 것은 고이기 쉽고 이내 안주하는 삶이 될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후광을 내려놓고 대중을 만났다. 기대어 서면 편안할 테지만 스스로 자유로이 길을 닦아볼 심산이란다. 일상에서 문득 흥얼거리게 될 싱어송라이터 배수정의 음악을 기대해볼 일이다. 


글 | 우승연(자유기고가)

사진 | 박해주(Day40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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