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이야기] 캘리그래피로 다시 보는 한글 문화
로마자 알파벳이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이후, 그 영향력은 정말 상상 이상입니다. 수많은 브랜드들, 지하상가나 백화점에서 흔히 보이는 옷과 가방들, 거리를 장식한 간판들은 이미 영어가 점령한 지 오래인데요, 영어 사용이 당연시되면서 인사동 일대의 한글 간판들이 신기한 듯 인터넷에 이슈화되기도 했지요.
한글이 많은 사람에게 외면받으면서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에서 우리 한글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까만 바탕에 하얀색으로 새긴 ‘사장’, ‘알바생’ 같은 모자에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렇다면 우리 한글이 조금 더 멋있어 보였던 적은 없을까요? 이런 컵은 어때요? 하얀 바탕에 노래 제목 하나 쓴 것뿐인데, 컵을 장식한 글씨 몇 자가 따뜻하게 마음을 쓰다듬고 지나가지 않나요?
출처: 추윤호 페이스북
한글, 디자이너에게 주목받기 시작하다
2005년 9월 이상봉 디자이너가 파리 컬렉션에서 한글 패션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이후, ‘한글’이라는 소재는 점점 더 다양한 디자인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을 단순히 언어의 하나로만 인식하던 사람들에게 한글 서체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큰 계기였지요. 또한, 이미 1999년부터 15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한 디자인 개발을 통해 한글이 가진 조형미를 가방과 스카프, 넥타이 등에 담아온 이건만 디자이너의 ㈜이건만A&F는 “동양적 정신과 문화를 패션 액세서리를 통해 형성한다”는 모토 아래 이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벌써 많은 디자이너들이 바로 우리 한글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모르셨죠?
한글을 사랑하는 여자, 한글을 꿈꾸는 남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한글의 멋진 변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찾아볼까요? ‘서예’라는 기존의 이미지가 조금 딱딱하게 보였다면, ‘한글 캘리그래피’는 조금 더 시각적으로 다양한, 젊고 개성 있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건 바로 한글 캘리그래피를 발전시키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럼 그 젊은 디자이너 중에 현재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캘리그래퍼, ‘왼손 붓잡이’ 이지언 디자이너와 ‘한글 장수’ 추윤호 디자이너를 만나볼까요?
이지언 디자이너(왼쪽), 추윤호 디자이너(오른쪽)
출처: 이지언 페이스북, 추윤호 페이스북 이하 출처 동일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신진 디자이너인 두 사람은 전시회와 각종 행사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데이 클래스 및 청소년 멘토링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글의 미 홍보대사가 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캘리그래피는 정해진 양식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지닌 고유의 서체를 바탕으로 하므로 특히 누구나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데요, 영어 캘리그래피와 달리 우리가 늘 사용하는 우리 한글을 쓰기 때문에 좀 더 우리의 감성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지언 디자이너 작품(위), 추윤호 디자이너 작품(아래)
제가 이지언 디자이너를 만나게 된 것은 지난봄의 ‘모던 한’ 파티에서, 추윤호 디자이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후배의 SNS를 통해서였지요. 이지언 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봄날의 봄꽃처럼 화사하게 사람의 마음을 매만져 주는 섬섬옥수 여성의 고운 손길을 느꼈구요, 추윤호 디자이너의 작품을 통해 장난기 가득하지만, 에너지로 똘똘 뭉친 청년의 불꽃 같은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추윤호는 한글의 미를 알리기 위해 멀리 북미와 남미 대륙을 여행하면서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한글 캘리그래피 시간을 가졌다고 하니 그 열정은 대단하지요?
추윤호 디자이너가 해외여행에서 세계인과 한글 캘리그래피 작품을 들고 찍은 사진
그리하여 한글, 언어를 넘어 예술로
아시나요? 세계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한글의 조형미에 주목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 바로, 한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면 자그마치 11,172자나 되는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11,172자의 문자를 이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이루 상상할 수 없이 무한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지요. 이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캘리그래피’를 검색하면 이제는 검색 결과의 70~80% 이상 한글 캘리그래피 작품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한글을 ‘언어’의 범주를 넘어 ‘예술’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펜 하나 붓 하나만 가지면 얼마든지 나만의 서체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좋아하는 문구 하나, 마음에 드는 노래가사 한 줄을 내 손으로 쓰다 보면 어느새 그 문구, 그 노래 가사가 마음속 깊이 와 닿아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말 캘리그래피’의 예술성이 아닐까 싶네요.
지금까지 어떠셨나요? 지금 공책과 교과서에, 보고서에, 흔히 읽고 쓰고 말하던 우리 한글이, 외국어 교육과 알파벳 디자인에 치여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우리말이 어느새 이렇게 언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로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아직은 알파벳만큼 그 위세가 높지는 않지만, 우리가 우리 글자를 아끼고 사랑하고 즐기고 발전시킨다면 우리의 한글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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