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24시] 지금은 마이너, 하지만 미래는 프로!
[인턴24시]
지금은 마이너, 하지만 미래는 프로!
김나영 (화학PG 패키징PU 영업1팀)
“일어날 시간입니다.
핸드폰 알람이 대단히 시끄럽기 때문에, ‘아침, 여섯,…’ 하는 동안 핸드폰을 손으로 찾고
가사 한 음절이 나오자마자 핸드폰 종료 버튼을 누릅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기상신공이지만
기상신공이 무색하게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든건지...생각해보니 오늘은 월요일이야!
어제는 일요일이었는데!
월요일에 대한 고통에서 내 신세한탄과 월요병에 대한 고찰을 6초간 한 후 바로 세수와 식사로 정신을 차립니다.
그리고 옷 입기.
사실 아침 일과 중 제일 고역인 것은 몸단장입니다. 지금까지 정장이라는 걸 입은 적이 몇 날 없다 보니
없는 옷 돌려 입는 것도 일입니다. 게다가 나는 학교에서는 어떻게 살아남았냐는 소리를 들은 쌩얼녀였지요…
후후후. 덕분에 아침 단장에 드는 시간이 3배입죠.
쌩얼로 나갈지언정 지각은 금물이기에 대충 옷 고르고 화장하고선 집을 나서면
학교 다닐 때는 생각도 못하던 시간대이지만 출근이 8시 30분까지인 걸 생각하면 늦은 편이죠.
20분이면 공덕동 본사에 도착하는 이 경이적인 가까움은 진정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인턴 동기 분은 일산에서 청담동 사옥으로 출퇴근하시던데… 이런 걸 보면 제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지 새삼 감사하게 되지요.
회사에 도착하여 13층으로 고고! 패키징 PU의 영업1팀 자리로 들어갑니다.
이미 오신 분도 계시고 안 오신 분도 계시네요. 상쾌하게 아침인사를 드리고 제 자리의 컴퓨터를 켜고서
HOPE에 접속하니 메일이 참 많이 와있습니다. 참고로 HOPE는 Hyosung Office Productivity Enhancement의 약자로,
효성의 인트라넷 사이트랍니다. 사내의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한 전사적 사이트지요.
그런데 제 눈길을 사로잡는 메일이 하나 있네요. 바로 제가 흠모하는 옆 팀 과장님의 메일입니다.
아흥 대체 어떤 메일을 보내셨…으아아악!!
휴가공지메일이자ㅇㅏㅣㅁ러ㄴㅏ! 8/2 까지라니! 아, 앙대… 참고로 팀의 과장님은 지적인 분위기가
소름 돋을 정도로 멋진 장신의
남의 떡이 더 보기 좋다는 것은 여기서도 진리인가… 게, 게다가 유부남…어흑흑.
어쨌든 과장님을 먼 발치에서 스토킹할 수..아니 지켜볼 수 없다니 일주일이 심심하겠군요.
충격에 휩싸여 있으려니 어느 새
대체로 저와 제 인턴 동료는 주어진 인턴 과제를 붙들고 있지요.
또한 월요일 아침은 정기 회의가 있는지라, 영업 1팀은 일찍부터 전원 자리를 비웁니다. 물론, 그 사이에
연발로 오는 전화를 받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안녕하십니까 효성 화학PG 패키징PU의 영업1팀 김나영입니다” 라고
말하는게 어찌나 숨 차던지… 이제는 적당히 잘 줄여서 말하지만요. 전화는 대전,진천,강원,롯데,동아,코카… 등
전국의 각지의 공장과 음료 회사에서 전화가 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음료 성수기라고 정말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는지라, 효성이 다루고 있는 PET병 품목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과제를 하고 있으려니 어느 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옵니다. 오늘은 구내식당에서 먹는 건지,
아니면 회사 밖의 식당에서 먹는 건지? 어찌되었든 이 시간에 배가 고픈 건 비단 나 뿐이 아닐 터!!
여기서 식사 시작의 전권을 가지신 부장님을 조용히 뒤돌아보지만 미동도 안하시네요.
우어어어 부장님 살려주세요오오오오… 애타게 모니터 앞에서 부장님을 부르짖고 있으니 부장님께서
“밥먹으러 가자” 고 말씀하십니다! 내 절절한 외침을 들으신게야!! 오늘따라 부장님 간지폭풍이네!
더불어 점심은 회사 밖에서 김치전골을 먹었습니다. 밥과 김치와 고기라니 이 어찌 아름다운 조화이지 않으리오.
기름진 음식을 잘 못 먹는 저로서는 이렇게 주로 백반(?)으로 식사를 드시는 사원 선배님들이 참으로 고맙고
좋을 따름입니다. 단순히 제가 나이든 입맛인 것 같다는 생각은 굳이 하지 않도록 합니다.
밥 먹고 오니 나른해 죽을 것 같습니다. 고3 때 한창 공부할 당시에 친구 왈 “졸릴 때 코밑에 치약을 바르면
안 졸려” 라고 했던 기억이 불현듯 스치는 군요. 그래 그 방법을 쓰면 안 졸릴 것 같긴 하지만...
여기서 비하치약(鼻下齒藥)술을 시전하기엔 치약녀라 불릴 제 새로운 흑역사가 창조될 것 같으니
관두기로합니다. 덕후흑역사만으로도 벅차다...다른 팀의 인턴 동료에게 껌을 받아 이 위기를 모면하기로 합니다.
동료는 저더러 졸리면 화장실에서 5분만 졸다오라고 말해주지만 난 기댈 곳이 없는 장소에선 잘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 의견은 기각일세~친구 껌을 주게나...
껌 씹으며 다시 업무에 매진.
어제 현장조사한 자료 정리를 하느라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데 차장님께서 음료수 하나를 내 주십니다.
‘이번에 나온 신제품이야. 한번 먹어봐.’ 꺄악~ 이게 패키징 영업에서 일하는 맛이군요.+_+
요즘 음료회사에서 신제품이 여럿 나오는지라, 거기에 PET를 대고 있는 영업 팀에도 샘플차 신제품이 들어옵니다.
벌써 새로 나온 ‘2% 부족할때’, ‘밀키스 바나나,오렌지’, ‘헛개차’, ‘데일리 레몬C’, ‘나랑드 사이다’ 등 신제품 음료는
많이 마셔보았네요. 제가 좀 이것저것 먹고 마셔보는거 좋아하는데… 이참에 음료 신제품 블로거나 할까?
메이저 블로거가 되어 이름을 날리는거야~으허허허허!!
신제품 음료수 마시면서 과제하다 보니 어느덧 다섯 시입니다. 우훗, 5시 반이면 퇴근! 하루의 마지막 과제,
OJT 일지를 쓰며 오늘 하루 뭘 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등을 씁니다. 사실 쓰면서 오늘 있었던 일 보다는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합니다. 오늘 끝나고 운동가면 트레이너 아저씨한테 상체운동 배워야지.
운동한지 2주인데 이래 갖고 살이 빠지긴 하는 걸까? 슬림해질 기별도 없고 쓸데없이 배만 고픈 것이 역효과인 것 같아.
가지 말까귀찮은데... 작성하면서 오만생각 다하고 있죠.
그러면서 적는 것은 ‘현장 조사 정리 : 편의점 특성 블라블라’ 이렇게 적히고 있으니,
아아~제 잡 멀티태스킹 능력은 너무 뛰어난 듯ㅋㅋ
OJT 일지를 제출하고 나면 이제 퇴근입니다. 선배사원님들이 아직 다 일하고 계신데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적응의 힘입니다. 처음엔 죄송스러워서 같이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엄청
눈치가 보였거든요. 뭐 지금은 그냥 편안히 먼저 간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적응은 진화의 원동력이었ㅈ…
이게 아니고, 하여간 난 인턴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자리를 물러나오는 것이죠.
그렇게 오늘 하루의 인턴 일과는 끝! 이제 본격 자유시간입니다. 우선은 가볍게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사내 식당 저녁식사는 6시부터이고, 인턴 퇴근은
전쟁에 느슨하게 임하고 있는 것이겠죠. 저녁을 먹고서는 운동을 하러 갑니다. 다들 나처럼 몸 만들러 왔구나
싶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합니다. 전에 다니던 헬스는 이미 만들어진 몸매를 관리하러 온 사람이 더 많아서
좀 보는 눈이 즐거웠는데, 새로 끊은 헬스는 그런게 없네요.
저녁과 운동을 끝내면
드디어 집에 도착합니다. 운동하고 온 것 때문에 좀 많이 지쳐있죠.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음 또 눈이
초롱 초롱해져요. 전 덕후니까요. 블로그 좀 돌고! 트위터 좀 돌고! 하면 어느새 시간이 후딱후딱 가네요.
계획했던 영어공부는 오늘도 물 건너갑니다. 에잇, 그냥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 강국이었으면 내가
영어에 매달릴 일도 없었잖아! 애꿎은 나라탓을 해 보지만 어쩔 수 없죠.
여기서 안 자면 내일 하루가 고되니 그냥 자도록 합니다. 핸드폰 알람을 맞춘 저는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집니다.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글의 상단으로 되돌아가 무한반복되는 생활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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