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따라 걷다보면 답답한 업무도 쉽게 해결됩니다' 이윤종 팀장 인터뷰
바야흐로 등산의 시대입니다. 주말이면 등산복에 장비를 갖추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취미로서 등산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효성에는 취미를 넘어 1년에 100개의 산 오르기가 목표인 직장인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효성 블로그지기가 이윤종 팀장을 만나 직장인 등산의 노하우를 들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윤종 팀장님.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효성그룹 지원본부 인사관리 2팀장 이윤종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경력관리를 지원하고. 직원들의 직무 이동 등의 업무를 관장하고 있구요. 전반적으로 회사의 사람과 조직에 관한 업무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1년에 100개의 산 오르기를 목표로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얼핏 계산 해봐도 한 주에 두 개의 산을 올라야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직장인으로써 이루기가 쉽지 않은 목표 같은데요. 이런 목표를 세우게 되신 이유 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다이어트 때문에 시작을 했어요. 2012년 10월 5일이죠. 저한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기 때문에 날짜까지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쉬는 날이라 집에 있었는데, 그날따라 딱히 할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하는데 한 친구가 등산을 권하더군요.
사실 저는 등산을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어차피 내려올 텐데 뭐 하러 힘들게 올라가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제가 딱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그날따라 워낙 할 일이 없으니까 또 발걸음이 움직여 지더군요. 집이 일산이라 가까운 북한산으로 갔습니다. 집에 있는 운동화를 신고 생수 한 병에 김밥 한 줄을 사서 올라갔습니다. 정말 힘들었죠. 자신의 저질 체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할까요.(웃음) 아주머니들도 거뜬히 오르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정상까지 다녀왔는데 내려올 때는 거의 기다시피 해서 내려왔죠.
내려와서 체중을 재 보니 1kg이 빠져 있는 거에요. 그 감량 효과에 놀랐죠. 물론 그때 빠진 것이 살이 아니라 수분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무엇보다 산을 내려오고 난 후에는 힘들었던 기억들은 사라지고 성취감만 남더라구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렇게 등산을 시작하고 서울 근교의 산들을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기준 없이 산을 올랐는데 점차 나름의 목표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은 싫었어요. 그래서 높이가 1,000m 이상인 산을 모두 올라가 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조사를 해 보니 약 200개 정도의 산이 있었어요. 이것을 2년 안에 끝내 보자, 그래서 1년에 약 100개의 산을 올라야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Q. 산을 많이 오르셨으니 좋은 산들도 많이 아실 것 같습니다. 오르기 좋은 산들을 몇 군데 추천해 주신다면? 그리고 지금이 초여름 날씨인데, 계절별로 오르기 좋은 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봄에는 철쭉 산행을 추천할 만 합니다. 강원도 평창의 두위봉, 지리산 서북능선 맞은편 쪽의 바래봉, 경남 합천의 황매산이 철쭉으로 유명한 산들이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두위봉에 가면 우리나라 자생 철쭉으로 볼 수 있지요. 봄이 되면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철쭉으로 뒤덮입니다.
<황매산에서, 경남 합천>
황매산은 합천군에서 철쭉군락지를 조성해 놓아서 가족 단위로 놀러 가기 좋은 곳입니다. 5부 능선까지는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바래봉은 철쭉제로 유명하죠. 여기는 철쭉이 조금 듬성듬성 나 있는 편인데 지리산 비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경치는 아름답습니다.
여름은 아무래도 덥다 보니 개인적으론 원시림을 중심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강원도 쪽으로 가면 잘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많습니다. 평창 올림픽을 맞이해 가리왕산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조선시대 부터 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해 온 곳입니다. 가리왕산을 가보면 햇빛 보기가 힘들어요. 아름드리 주목들이 빼곡히 자라 있습니다.
가을에는 두말할 필요 없이 단풍산이 좋죠. 가을에 오르기 좋은 산들은 워낙 잘 알려 져 있어서 제가 따로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굳이 말씀 드리자면 국립공원들이 좋습니다. 지리산, 소백산 등등…
겨울에 보는 설경은 예술입니다. 설경을 보려면 아무래도 강원도 쪽에 있는 산들을 가야겠죠? 한겨울에 보는 설경도 좋지만, 의외로 늦봄 설경이 멋있어요. 잔설도 잔설이지만 강원도는 4월 말까지 눈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늦봄 산행에 갑자기 만나는 눈도 매력적이죠. 설악산 국립공원과 태백산을 추천합니다.
<눈으로 덮인 지리산 중봉에서, 경남 함양>
Q.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등산 장비도 많이 보급됐는데요. 산에 가보면 온갖 장비로 중무장한 등산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초보자가 산을 오르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무엇인가요?
A. 수십만 원 하는 등산복을 굳이 입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하지만 등산화는 꼭 필요하고,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팩은 산행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인데요. 물품을 담는 것 외에도 다른 용도가 있습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뒤로 넘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 몸을 보호해 주는 것이 바로 백팩입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등산을 할 때 덥다고 티셔츠 하나만 입고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은 낮아집니다. 등산으로 인해 몸이 덥혀 진 상태에서 땀이 식으면 근육 경련으로 건강이 훼손될 수 있어요. 바람막이 같은 의류는 한여름에도 갖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스틱은 산을 올라갈 때는 무게를 분산 시켜 주고, 내려올 때는 앞으로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유용한 장비입니다.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죠. 이 정도가 산의 높낮이에 상관 없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라면 아이젠, 스패츠가 포함되겠네요.
Q. 산을 오르면서 많은 일을 겪으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강원도 구룡산을 간적이 있었어요. 구룡산 정상에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서 옆 산으로 가는데 점점 길이 희미해 지는 겁니다. 사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왔던 길로 돌아가야 되요. 그런데 그때는 제가 이미 다섯 시간 이상을 걸었던 터라 그 길을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기억력을 총동원해서 산을 오르기 전에 보았던 정보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틀렸던 거에요. 근처의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서 인공 구조물을 찾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어요. 옆 봉우리가 더 높아 보여서 그 곳으로 올라갔는데 거기서도 안보이고, 옆 산으로 갔는데 역시 아무것도 안보이고… 제가 산행을 새벽 다섯 시에 시작했는데 그때가 오후 세시였어요.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119에 전화를 해 보려고 해도 전파가 통하질 않더군요.
하는 수 없이 산 속을 내려가는데 별별 야생 동물을 다 만났어요. 고라니 떼도 만나고, 야생 맷돼지 떼도 만났구요.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군인들에게 발견되었죠. 살았구나 싶었는데 웬걸, 신원 조회에 대공 용의점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외딴 곳에서 헤매고 있었으니 영락없이 거동 수상자로 오인 받은 거죠. 그래도 결국은 부대에서 라면도 끓여 주고 택시까지 잡아 준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제 차가 있는 곳까지 택시비가 7만원이 넘게 나왔으니, 헤매도 단단히 헤매고 있었던 거죠.(웃음)
<해 질 녘의 덕유산 서봉 , 전북 무주>
Q. 요즘은 아웃도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캠핑, 백패킹, 클라이밍 등 산과 관련된 다른 취미도 가지고 계신가요? 혹시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A. 일단은 정해 둔 목표가 있으니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백패킹은 시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환경 파괴의 위험이 있으니까요. 200여개의 산을 모두 오르고 나면, 그 산들을 가족들과 함께 올라가 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게 제 꿈이죠. 그런데 제 가족이 아내와 두 딸인데, 아직은 산에 가자는 얘기만 꺼내도 싫어해서 걱정입니다.(웃음)
Q. 직장인 등산 동아리도 많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등산이 회사 일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소개 부탁 드려요.
A. 등산을 회사 일과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개인적으로는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그것이 회사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합니다. 등산을 시작한 이후로 감기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생각나는 것들이 주로 가족, 회사입니다. 혼자 산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회사 업무 생각이 나요. 업무적으로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등산 과정에서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행을 해야 하고, 실행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죠. 이 일련의 과정들이 등산과 업무 양쪽에 모두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등산의 단점이 있다면 저처럼 물불 안가리고 등산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이 나온다는 점?(웃음) 그리고 부상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죠. 과욕과 방심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산이 만만하다고 느껴 질 때 다치는 법이니 항상 조심해야겠죠.
<계방산에서, 강원도 평창>
Q. 마지막으로 등산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위에서도 말씀 드렸다시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과욕은 금물입니다. 준비운동을 하되 아킬레스건 근처를 중심으로 풀어 주세요. 등산을 할 때 몸이 풀리는 것을 ‘호흡이 열린다’고 표현하는데요. 이 과정이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 특히 이 때 무리하면 안 됩니다. 산행 초입은 항상 조심해야 하고, 만약 단체로 산행을 한다면 페이스는 가장 느린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우두산에서, 경남 거창>
산에 가는 날이면 새벽 서너시에 일어나 산으로 향한다는 이윤종 팀장. 인터뷰 내내 그의 손짓,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산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여러분도 당장 이번 주말에 신발장에 묵혀 둔 등산화를 꺼내, 멀지않은 곳의 산길부터 거닐어보는 건 어떨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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