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osung Blogger] 모모리의 여행이야기(2) 사막에 봄이 오면
모모리의 여행이야기(2)
사막에 봄이 오면
몇 달 전, 듣자마자 가슴에 ‘쿵!’, 와닿는 하나의 문장을 만났으니 이는 유명 인사의 명언도 아니고 아름다운 시의 한구절도 아닙니다.다만 노래 제목일 뿐입니다. '너는 나의 봄이다’
주말을 행복하게 채워주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라는 사실이나,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 성시경이 불렀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너는 나의 봄이다’는 문장이 주는 임팩트는 컸는데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린 본능적으로 알고 있죠. 누군가를 ‘봄’이라고 부를 때, 그 말속에 담긴 설렘과 애틋함과 따사로움을, 무한한 애정을 말입니다.
['주원앓이' 열풍의 도화선이 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카푸치노 키스 장면]
여행길에는 '이곳만은 꼭 가봐야지’, ‘이것만은 꼭 해봐야지’라는 자신만의 머스트(must)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있어서는 ‘사막’이 그에 속했답니다. '사막에 가서 무한의 고요 속에서 나의 내면과 만나리라, 황량한 벌판 위로 불어오는 모래 바람에 실어 살아오면서 떨쳐내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훌훌 털어 보내리라.'라고 말입니다.
이집트에서 사막을 만났습니다. 내가 떠나온 도시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사막의 풍경은 경이로웠는데요, 너른 모래 언덕, 별들의 향연, 바람 그리고 고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사막에서 얼마간은 즐거웠고 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 만난 사막은 요르단, 이스라엘을 거쳐 시리아까지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졌는데요, 사이사이 도시도 만나고 바다를 만나기도 했지만 모세가 40년을 방황했다는 그 광야에 머무는 시간이 한 달이 넘어가자 원인 모를 갈증이 찾아왔습니다. 물을 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나는 점점 말이 없졌습니다.
[사막 모래 언덕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시리아를 떠나 터키에 도착했을 때, 나의 눈은 사방을 둘러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나뭇가지에서는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산들거리고 들꽃은 여기저기서 방긋거렸는데요, 터키의 5월은 푸르른 신록 그 자체였답니다. 떠나온 내 나라 땅에서 수없이 보았던 나무와 꽃들 앞에서 나는 처음 보는 풍경인 양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터키의 풍경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아보았습니다. 나는 다시금 수다스러워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건냈고, 터키의 봄은 오랜 여행으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그렇게 생기를 불어 넣어 주었습니다. 지금도 종종 터키를 떠올리곤 합니다. 터키에서 나를 제일 감동시켰던 건 멋진 유적이나 친절한 터키 사람들보다도 (사막땅 여행 끝에 만난) 싱그러운 나무와 꽃들이었습니다.
[위 : 들꽃으로 가득했던 더키 카파도키아]
[아래 : 만년설과 어우러진 푸른 잔디는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위안이 되어주었다]
유난히 길었고, 추웠고, 홍수니 지진이니 피 흘리는 투쟁이 많았던 겨울이 물러 가고 있죠, 이제 곧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고 자연은 마법의 계절 ‘봄’을 우리에게 변함없이 건넬 것입니다. 자, 가벼운 배낭을 챙기고 운동화 끈을 조이고 길에 나서보세요. 벚꽃축제, 매화축제, 동백꽃축제, 산수유축제 등 봄꽃 만발한 마을들이 축제의 이름을 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죠, 그도 아니면 동네 뒷동산에라도 올라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서도 자연은 동일한 ‘봄’의 축복을 내려줄 테니깐요^^ 그러고는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 보세요. '너는 나의 봄’이라고. 이런, 곁에 누군가가 없다고? (이건 내 얘긴가.. ㅠ.ㅠ) 그렇다면 가만히 양팔로 자신을 보듬고 말하는 겁니다. ‘나는 나의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사막 같은 마음밭에 5월의 터키와 같은 봄,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봄이 찾아올 것입니다. 너와 나의 봄은 분명 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온다면, 봄이 멀지 않은 것이다” – 셀리(P. B. Shell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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