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읽기] 창조인재가 창조경제를 만든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기업 채용 슬로건은 ‘스펙 파괴를 통한 창의적인 인재 발굴’이다. 학벌이나 학점, 영어 실력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초월해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로 고교 졸업자 채용이라든지 장애인 채용을 들 수 있다.
일부 회사는 이력서에 학력, 학점, 각종 시험 성적을 적는 칸을 아예 없애기도 한다. 바야흐로 이제 ‘스펙 초월’은 오히려 ‘스펙 쌓기’보다 더 어려우면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것이 돼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앞으로 스펙 초월의 개념은 지금보다 한층 더 진화할 전망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인물도 스펙 초월 인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새로운 창조인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스펙 초월 인재상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스토리텔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경험이라도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남들과 다르게 소개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남들이 ‘안 된다’고 비난하는, 혹은 ‘그런 게 되겠어?’라고 의구심을 품는 일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 이러한 사람이 단순히 대학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성공하는 수준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스펙 초월 인재’가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융합형 인재 많은 과학자들이 지금을 과학적 발견이 정체된 시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가장 절실한 인재상이 바로 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융합형 인재라고 얘기한다.
IT와 인문학적 통찰에 기초해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 인물이다. 더 이상 하나의 학문만 파고들어 얻은 결과가 일반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복잡한 과학 이론을 활용 가능한 기술의 형태로 이끌어내고, 또 이 기술을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사회•문화•예술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이해와 융합이 밑바탕 되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고 융합형 인재가 ‘멀티플레이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융합’이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카테고리 안에 있는 학문 영역을 엮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이질적인 학문 영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전공 안의 다른 연구 주제를 서로 엮어 새로운 해법이나 새로운 연구 가치를 창출하는 것 또한 융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융합형 인재는 학문 전반의 이해와 그것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더불어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또한 이 전문적인 지식과 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통합적 사고를 통해 의미 있고 새로운 것을 끌어내는 ‘창의력’이 동반됐을 때 진정한 ‘융합형 인재’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 사이에선 해외 유학이나 워킹 홀리데이가 유행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누군가 해외에서 공부를 마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러움이 샘솟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을 보면 훌륭하다며 엄지를 치켜 올린다.
문제는 ‘글로벌 인재’를 꿈꾸며 해외 유학을 마친 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대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라고 선망하던 사람들의 씁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외국에 나가 외국계 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한다면?
이런 사람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로 불릴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창조경제 시대의 글로벌 인재에게는 두 가지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바로 ‘소통(네트워크)’과 ‘협력’이다. 특히 현재는 물론 앞으로는 굳이 외국 땅을 밟지 않아도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어 글로벌 인재가 될 기회는 더욱 무궁무진해질 전망이다. 혹시 점수만을 위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이라도 바다를 건너지 않고 한국어만으로 새로움을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신(新) 글로벌 인재’가 되는 길을 찾아 나서도록 해보자.
글 노재웅(<머니위크> 기자) 일러스트 정연주 진행 장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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