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편] “우린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성장영화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되면 자유로운 점도 많지만 그만큼 책임져야 할 일도 많아지는데요. 당장은 마냥 좋을 수도 있지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죠. 성년의 날을 맞아, 질풍노도의 십 대 시절을 지나 격한 성장통을 겪으며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다양한 성장영화를 소개합니다.
“아이들을 통해 보는 어른의 의미”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년 개봉작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가난한 이들의 쉼터 ‘매직 캐슬’이 배경입니다. 엄마와 둘이 사는 무니는 친구 스쿠티, 젠시와 하루하루 사고를 치며 스펙터클한 나날을 보냅니다. 아이들에게는 가난이나 어려운 가정형편 따위는 중요하지 않죠.
무니의 엄마는 어린 나이에 무니를 낳고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책임지려 노력하지만, 현실에 부딪히고 마는데요. 결국, 무니를 이용해 동정심을 자극하고, 심지어 도둑질에 몸을 팔기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폭력과 가난으로 얼룩진 환경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아이들과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려는 엄마의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무니가 친구 젠시의 손을 잡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디즈니랜드로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영화 제목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 건설 당시 작성된 계획안의 이름이면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이 급증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홈리스 보조금 지원 정책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제목의 이중적인 의미만 봐도 영화의 속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꿈과 환상, 그리고 가난과 절박함이 동시에 그려지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어른들에게 추천합니다.
“우린 모두 꿈을 먹고 자라난다” 빌리 엘리어트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대표적인 성장영화입니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동파업으로 생계유지마저 힘들지만, 아버지는 빌리에게 남자라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권투를 배우게 합니다. 매일 권투를 배우러 가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을 보게 된 빌리는 발레에 매료되고, 토슈즈를 신은 여학생들 뒤에서 동작을 따라 하며 발레를 배우게 되는데요. 빌리는 발레를 배우면서 복싱에서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끼고 현실을 잊을 정도로 행복해합니다.
그에게서 재능을 발견한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은 빌리에게 특별 수업을 해주고 로얄발레학교의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하는데요.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며 반대하는 아버지 몰래 신나게 춤을 추던 어느 날, 빌리는 불쑥 체육관에 찾아온 아버지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과연 빌리는 발레를 계속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성장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리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사랑과 가족들의 따뜻함이 느끼고 싶다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제격입니다.
“누구나 지나쳐온 그 시절, 그 이름” 레이디 버드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십 대 시절에는 더욱 나와 나의 주변 환경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모든 현실이 지긋지긋하기만 한 주인공 ‘레이디버드’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크리스틴이라는 이름 대신 레이디버드로 불리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친구를 사귈 때도 부잣집에 예쁜 친구와 사귀려고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보다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려고 하는데요. 우리는 그녀를 보면서 한심해하지만 과연 나는 그녀와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꿈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레이디버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불안한 시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픈 만큼 큰다는 성장의 고통” 거인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이 “성장영화가 아니다. 일종의 재난영화”라고 평가한 영화 ‘거인’. 그의 코멘트처럼 영화 ‘거인’은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 ‘영재’의 아픈 청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집을 나와 보호시설에서 자란 열일곱 살 영재는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경제적인 능력도 없고, 자식들 보호 의지조차 없는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초해 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모범생처럼 행동하고 살갑게 굴지만, 남몰래 보호시설의 후원 물품을 훔쳐 팔고, 거짓말을 일삼고, 친구들을 배신하며 하루하루 위태롭게 살고 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영재에게 아버지가 찾아와 자신에게 동생마저 떠맡기려 하고, 그로 인해 영재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절망을 느낍니다.
과연 영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갈 곳 없는 아이들을 거둬 키우긴 하지만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오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 보호소의 엄마 아빠, 영재를 돕겠다고 하지만 어딘지 석연찮은 신부님, 영재를 불행에 빠뜨린 영재의 부모님 등을 통해 영화 ‘거인’은 한국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재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를 올바른 성인으로 키우기 위한 사회의 역할을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어른에서 부모로” 당신의 부탁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효진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미란과 동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혼자 살아갑니다.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효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죽은 남편의 아들인 종욱이 나타나는데요. 오갈 데가 없어진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받고 효진은 고민 끝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합니다.
32살의 효진에게 16살의 아들이 생긴 것이죠.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효진은 좀처럼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 종욱을 향해 노력을 기울이지만, 오히려 종욱은 효진 몰래 친엄마를 찾아 나서는 등 효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한편, 효진은 자신의 엄마와 갈등으로 힘겨워하는데요. 효진의 엄마는 효진이 임신을 한 탓에 불우한 가정을 시작하게 됐다며 끊임없는 신세 한탄으로 그녀를 힘들게 합니다.
과연 진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큰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효진이 16살 아들을 만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성년이 되었다고 해서 진짜 어른이 된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어려도 어른이 되고, 또 누군가는 늙어도 어른이 되지 못하기도 하죠.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때론 어른의 무게가 벅차기도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며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갑니다.
✔ [한 달에 한 편] “짜릿하고 찌릿하게” 초능력 영화
✔ 영화 <빌리엘리어트>, 장애인을 위해 다시 만들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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