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석래 회장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 한 손에는 논어를, 한 손에는 컴퓨터를 들고
조석래 회장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2편
2013년 10월 말, 효성의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고자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휴대전화가 울려 전화를 받으니, “저 효성의 조석래입니다. 오늘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석을 못 하게 되어 미안합니다. 양해를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조석래 회장님이 직접 전화를 해주시어 깜짝 놀랐죠. 조 회장님은 항상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이날은 부득이 참석하실 수 없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업무에 바쁜 대기업의 임원이나 공직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전화하지, 직접 전화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효성그룹 회장께서 사외이사에게 자신의 불참을 양해해달라는 전화를 직접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 회장님의 인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3월부터 효성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조 회장님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느낀 조 회장님은 유교적 가풍에서 성장한 분으로 겸손과 절제가 생활화되어 있고, 대의와 합리성을 추구하며, 허례허식보다는 내실을 존중하는 분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 두루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인이라는 것도요. 이렇듯 재벌 기업 회장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소탈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옆에 있는 우리가 가끔 당황할 때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해외에서 있었던 이사회와 공장 방문 일정 가운데 아침 일찍 조찬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조 회장님께서는 식사를 마치고 혼자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알고 보니 전경련 회장으로서의 소임과 관련해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먼저 귀국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사를 드리려고 허둥지둥 뛰어나갔더니 이미 출발하신 뒤였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효성의 임원들에게 왜 미리 이야기를 안 해주었냐고 물었더니, “조 회장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안 주고 조용히 떠나려 하셨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귀국 후, 조 회장님께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오히려 일정을 함께하지 못하고 혼자만 귀국해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조 회장님의 고매한 인품을 직접 보고 많은 점을 배운 단면이었습니다.
조 회장님은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분입니다. 경기 중∙고등학교에 입학해 일본 최고의 명문인 히비야 고등학교와 와세다 대학교에서 수학하셨습니다. 조 회장님의 일어 실력은 고급 일본어로 일본 사람들도 감탄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탁월한 국제 감각과 해외 네트워크로 한·일 무역 역조 개선과 한미 FTA 등에서 큰 역할을 하신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죠. 조 회장님의 뛰어난 지적 능력과 탁월한 기억력은 효성 이사회에 참석하는 사외이사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됩니다. 조 회장님께서는 공학도 출신으로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효성은 1971년 우리나라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지금도 5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단, 시트벨트 원단 등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중전기 분야 등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 자재 및 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기술 기업이죠.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플라스틱 소재의 폴리케톤, 최첨단 아라미드섬유 및 탄소섬유 등 매우 기술 집약적인 신소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인 NF3 가스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부품인 첨단 광학용 필름 등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요. 오늘날의 효성이 있기까지는 이처럼 조 회장님의 탁월한 판단력과 신사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축적된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회에서도 아주 전문적인 기술적 이슈를 논의할 때마다 실무자들보다도 훨씬 깊고 예리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조 회장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취약한 소재 및 부품 산업에서 효성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희생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을 보여주시곤 했습니다. 효성그룹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오신 조 회장님께서는 곧 팔순을 맞으십니다.
평소 국가가 잘되어야 기업이 살고, 국민이 편안해진다는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으로 힘든 기술 개발과 새로운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오셨습니다. 또 전경련 회장직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직책을 맡아 우리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우리 시대의 진정한 기업가이십니다. 한 손에는 논어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컴퓨터를 들고 겸손과 배려 그리고 애국심을 가슴 가득 품고 정도를 걸어오신 조 회장님이 더욱 건강하시어 구순(九旬)은 물론 백수(百壽)를 넘어서까지도 대한민국과 한국 경제를 위해 크게 활약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본문 기사 내용은 조석래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기고문집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 발간을 기념해 책 속의 일부 내용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의 글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글 |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명예교수
1979년 뉴욕주립대학교 조교수, 1999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02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2007년 대한전기학회 회장, 2010년 한국광기술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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