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인의 심야식당 - “마음까지 배부른 나만의 소울푸드는?”
지친 하루가 끝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들리는 심야식당. 값비싼 식재료로 만든 것도 아니고, 화려한 플레이팅으로 눈을 사로잡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맛집과 같은 뛰어난 맛도 아니지만, 한 그릇 뚝딱 비워내면 마음까지 배불러지는 최고의 한 끼가 됩니다. 특별하진 않지만, 따스한 온기가 있는 그곳, 심야식당에 효성인들이 찾아왔습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효성인의 심야식당
“매콤, 달콤, 바삭한 고추 부각 주세요!” – 권효철 님
“고추 부각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매콤하고 달콤하고 바삭한 게 정말 최고의 반찬입니다. 간장을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고요. 가끔 하나씩 엄청 매운 고추가 걸렸을 경우 혀에서 불이 나는 재미와 스릴도 있고요. 고등학교 때 시골 고모네 놀러 가서 처음 먹은 뒤 푹 빠져서, 그 뒤로는 어머니께서 해주세요.”
사진: 농촌진흥청
“따뜻하고 달콤한 단팥죽이 먹고 싶네요” – 미소 천사 님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시장에서 처음 맛본 단팥죽을 잊지 못해요. 그래서인지 늘 힘들고 지칠 때면 달콤한 단팥죽이 생각납니다. 그럴 때마다 시장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여기 단팥죽 되나요?”
“전 닭죽으로 주세요!” – 아드리앙 님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닭 한 마리로 여러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찹쌀을 조금 넣어서 해주셨던 닭죽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별다른 반찬 없이 달랑 김치 하나만 놓고도 맛있게 먹었었죠. 요즘 보양식으로 인삼이나 여러 재료를 푸짐하게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어린 시절 찹쌀로 넣은 어머니표 닭죽이 저에게는 최고입니다!”
“후루룩 칼국수가 먹고 싶은 밤이네요” – 푸우 님
“기다란 홍두깨로 어머니께서 직접 밀어 만들어주셨던 칼국수. 주로 겨울에 많이 해주셨는데, 저녁에 먹고 남은 걸 밤에 숟가락으로 퍼먹곤 했었어요. 칼국수만 먹으면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어머님과 고향이 그리워져요.”
“전 엄마의 최고의 음식, 떡국이요!” – 꼬마 마녀 님
“솔직히 엄마가 요리를 잘하시는 편이 아닌데, 떡국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끓이시거든요. 지금은 엄마와 따로 살아서, 새해랑 설날이랑 일 년에 두 번은 먹곤 해요. 떡국 하니까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네요... ㅠㅠ”
“추억의 음식 하면, 역시 떡볶이죠!” – 꿈쟁이 님
“초등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먹던 떡볶이. 떡볶이 이백 원어치에 튀김 오십 원어치를 묻혀 먹으면 아주 꿀맛이었어요. 그 시절을 추억하며 어른이 된 지금도 떡볶이에 푹 빠져 있는데요. 학교 앞에서 먹던 그 맛을 찾고 싶어서 여기저기 소문난 떡볶이집 투어도 많이 한답니다.”
“직접 빚은 김치만두로 끓인 얼큰하고 시원한 만둣국!” – 얼터 님
“이모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직접 손으로 김치만두를 빚었어요. 그 만두로 만둣국을 해서 먹었는데, 얼큰하고 시원한 게 맛이 일품이었죠. 따로 엄마 음식이 생각나는 건 없는데, 그 만둣국만은 만두를 볼 때마다 생각나요. 문제는 그 맛을 재현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ㅠ_ㅠ 마스터, 만둣국 맛있게 끓여주실 수 있나요?”
“전 여름이니까 시원한 팥빙수로 부탁드려요!” – 무지개 님
“여름이면 어렸을 적에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팔던 팥빙수가 생각나요. 요즘처럼 과일이랑 이것저것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아도, 얼음 위에 팥과 흰 찹쌀떡, 연유와 우유만 있어도 최고의 팥빙수를 즐길 수 있었어요. 요즘도 그 추억을 떠올려 그런 팥빙수 가게를 찾곤 하는데, 가끔 시장에서 발견하고 해요. 더운 여름에는 이 옛날 팥빙수만 한 게 없죠! 여러분도 드셔보실래요?”
“위로가 되는 음식, 육회가 먹고 싶네요!” – 오예에 님
“학창시절, 육회는 눈치를 보게 되는 값비싼 음식이라 잘 못 먹었어요. 그런데 언젠가 시험 기간 끝나고 어머니께서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셔서 육회라고 말씀드렸죠. 그 이후로는 시험이 끝나는 날이면 꼭 소고깃집에 가서 육회 한 접시를 사주셨어요. 고생하고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지만, 저에게 육회는 특히 위로가 되는 음식이고, 먹을 때면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요.”
“아버지의 설렁탕을 잊지 못해요!” – 으쌰으쌰 님
“대부분의 아버지처럼 저희 아버지도 상당히 엄하셨어요. 아버지 하면 무뚝뚝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아버지가 제일 좋았던 때가 어릴 적 감기에 걸리거나 몸살이 나면 설렁탕을 사주실 때였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그 설렁탕이 아버지께서 하실 수 있었던 가장 큰 애정표현이 아니었나 싶네요^^.”
“어머니의 사랑처럼 당면이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 – 사과나무 님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당면이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해주셨어요. 온 가족이 둘러앉아 그 김치찌개를 함께 먹을 때면 너무 맛있어서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만큼 행복했는데요. 지금은 그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가끔 힘들 때면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너무나도 먹고 싶어져요.”
“소박하지만 최고의 밥도둑, 두부조림 주세요!” – 라인하르트 님
“멸치육수를 넉넉히 넣고, 들기름이 들어가 고소한 두부조림은 소박하지만, 최고의 밥도둑이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입맛을 자극하는 빨간 국물을 뒤집어쓴 두부조림을 한 입 떠먹으면 엄마께서 해주시던 그 시절의 두부조림이 생각납니다.”
“할머니의 곰탕이 그리워요” – 풀잎 님
“어렸을 때 할머니가 커다란 솥에 온종일 정성을 다해 끓여주셨던 곰탕! 온 가족이 모여서 곰탕과 깍두기 하나만으로 맛있게 먹었던 따뜻한 기억이 떠올라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든든했던 할머니의 곰탕 한 그릇이 그립습니다.”
“나의 힘이 되는 명란젓!” – 전호성 님
“입맛 없고 지칠 때, 명란젓에 참기름을 두르고 파를 송송 썰어 밥에 비벼 먹으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오고 에너지가 불끈불끈 샘솟는 기분이에요. 친구들에게도 이 레시피를 추천해줬더니, 밥도둑이 되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명란젓에 밥 비벼 먹고 힘 좀 내야겠어요!”
일본의 드라마이자 영화인 <심야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마스터가 만들어줍니다. 산해진미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이 손님들의 허기진 배는 물론 허기진 마음까지도 채워줍니다. 몸이 힘들고 아플 때, 이것만 먹으면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음식. 오늘 하루가 유난히 고될 때, 왠지 모를 위로가 되는 음식. 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소울푸드가 차디찬 밤공기를 따스하게 바꿉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소울푸드가 있나요? 오늘 밤에는 나만의 심야식당에서 소울푸드를 즐겨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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