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입사 초만 해도 매사에 열정적인 민완가였는데, 한 해 한 해 지나며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극도의 환멸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 그렇다고 다 그만둘 수는 없는 현실. 나를 낙오자로 바라볼 주변인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고. 조금만 쉬었다 가보려 하면 저 앞에서 ‘얼른 안 오고 거기서 뭐 하냐’라는 호통이 들리는 듯. 누군가가 내 코뚜레를 잡아끌어야만 겨우 한 발짝 나아가는 듯. 언제부터인 걸까. 내가 이렇게 무기력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직장인 여러분도 경험해보신 적 있나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혹은 몇 차례 이런 시기가 찾아오지 않나 싶은데요. 열심히 해보려는 능동적 태도, 훌륭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은 열망이 없다면 번아웃 증후군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지는 말기로 해요.
이달 ‘한 달에 한 권’ 코너가 준비한 책은 지난달에 이어 인문학 서적입니다. 올해 8월 출간된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입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저서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라고 해요. 독일어 원제는 <Authentisch Leben>인데요. 풀이하면 ‘live authentically’, 즉 ‘진정으로 살아라’가 되겠네요. 책은 총 208쪽으로 한 달 동안 읽기에 부담 없는 분량입니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싶은 직장인들에겐 최적의 인문학 솔루션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네요.
출처: 교보문고
진짜 나의 자발적 삶을 되찾기
‘진짜 나’, 그리고 ‘자발적 삶’. 이 두 가지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의 핵심 키워드들입니다. 저자는 무기력에 빠진 현대인들을 따뜻한 말로 보듬기보다는, 상처 난 환부를 직시하며 내면의 시술을 시도하는 듯합니다. 매스처럼 날카로운 문장들은 독자들의 내면을 절개하듯 쓰리게 읽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존재를 추구하지 않고 소유를 추구한다. 많은 경우에서 소유가 존재보다 더 강한 현실성을 갖는다. 자신을 소유자로 소외시키는 우리는 우리의 소유물일 뿐 인간 인격으로서의 자신이 되기를 중단하였다. _ 본문 중
그렇다고 이 책을 수술대에 누운 환자의 자세처럼 불안하고 민망한 자세로 읽을 필요는 없죠. 다만,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두텁게 두르고 있었던 마음의 포장을 가만히 벗겨낸 채로, ‘나’의 고유한 마음 결을 문장 사이사이마다 대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현대인이 ‘나’를 상실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인문학자들이 동일한 진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역시 그 궤를 같이하는데요. 타인과 다름이야말로 ‘나’의 본질적인 모습인데, 오늘날 사회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남과 달라서는 안 된다’, ‘튀어서는 안 된다’, ‘나서지 말아야 한다’ 같은 소극적 자기 인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그렇게 점차 개개인의 고유함, 자발성은 쇠퇴하고 모두가 비슷비슷한 모습을 한 ‘부품’이 되어간다는.
어쩌면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겪게 되는 번아웃 증후군은, 사회의 폭력적인 평준화 과정 속에서 발현되는 ‘나’의 거센 저항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 특별하게 살고 싶다는 내면의 외침 말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들의 이 같은 고뇌에 명쾌한 처방을 내립니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_ 본문 중 |
진정한 ‘나’로 새로 태어나려면, 즉 자발적 주체로 거듭나려면 이처럼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 용기가 정당하다는 믿음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성숙한 ‘나’들의 팀워크를 위하여
자신의 나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타인의 타인다움 또한 배려합니다. 저마다 고유함을 지닌 수많은 ‘나’들이 기능하는 조직, 팀이라면 자발성을 근간으로 한 독자적인 결과물을 생산해낼 수 있을 거예요. 성숙한 ‘나’들이 이루어내는 팀워크의 발현이죠.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이것을 “유기적 성장”이라고 정의하는데요.
유기적 성장은 타인의 자아가 가진 특수성을 자신의 자아가 가진 특수성 못지않게 최대로 존중해야만 가능하다. 자아의 고유함을 이처럼 존중하고 장려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문화가 이룬 가장 값진 업적이다. _ 본문 중 |
번아웃 증후군이란, 열정을 불태우며 일한 시간들 끝에 찾아오는 것일 테죠. 그런 ‘완전연소’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개인으로서 새로운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이 번아웃을 직장 생활, 더 넓게는 우리 삶의 인터미션으로 삼아 다시금 자발적 발화의 희열을 맞이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빛나는 ‘나’라는 별들이 사무실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촘촘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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