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씻김굿] 보통 사람을 위한 카메라 구매 가이드

1.

셀카나 찍는 카메라가 되지 마라. 

인증샷 카메라로 남지 마라. 

본질을 잊은 그들로부터 

카메라를 구하라. 

2.

왜곡하지 않겠다. 

꾸미지도 않겠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의식하지 않게 하겠다. 

3.

숨겨진 가능성에 도전하라. 

현실에 안주하지 마라. 

그리고, 스스로를 믿어라. 

OO, 확신을 찍다.

4.

언제부터 카메라가 

휴대폰 눈치나 보는 

똑딱이가 되었는가? 

(중략)

진짜에겐 진짜를.  

위 인용문들은 카메라 제조 회사 네 곳이 각기 표방했던 광고 카피입니다. 카메라를 손에 쥐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가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본질에 다가가는, 세상과 하나 되는, 자기 확신을 가진, ‘진짜’ 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는 절대 아이템! 카메라가 그간 여러 광고를 통해 구축해온 이미지는 이런 듯합니다. 이처럼 근사한 광고 카피를 읽는다면 사진에관심 없던 사람도 카메라에 한 번쯤은 시선을 돌리게 될 테죠. 그렇게 카메라 지름신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불쑥 들어오곤 합니다. 

충동구매에서 ‘충실 구매’로의 현명한 소비 생활을 돕고자 마련된 ‘지름신 씻김굿’ 시리즈. 이번 편은 바로 카메라입니다. 카메라지름신과 위험한 동거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내게 알맞은 카메라는?

전문 포토그래퍼에겐 카메라가 일의 도구입니다.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같은 그룹에 소속된 프로급 사진 애호가들에게도 카메라는 필수품이죠. 그렇다면 보통 사람(?)에겐 어떨까요. 업무 장비로서도 아니고, 취미이자 나름의 ‘작품’ 활동을 위한 기구로서도 아니라면, ‘나’의 카메라 활용 용도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결론이 나오지않을까 싶은데요. 

위 답은 친절한 구매 가이드 역할을 해줍니다. 자신의 사용 용도에 알맞은 카메라 종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일단 카메라 종류별 장단점을 간략히 알아볼게요. 

	DLSR	미러리스	하이엔드 콤팩트	콤팩트(똑딱이)
장점	고화질, 렌즈 교환, 뛰어난 표현력	DSLR 부럽지 않은 화질,  렌즈 교환, 휴대성	고배율 줌인·줌아웃,  심도 표현(아웃포커싱), 휴대성, 가성비	저렴한 가격, 휴대성
단점	부피와 무게,  높은 가격	입문용 DSLR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	DSLR과 미러리스보다  저화질, 렌즈 교환 불가	단순 스냅사진  수준의 표현력

이 정도가 카메라 4종의 기본적인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결과물, 즉 촬영한 사진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앞서 언급한 전문 포토그래퍼,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 회원은 ‘인화’를 목적으로 사진을 다룹니다. 작업에 따라 대형 인화도 필요할 테니 당연히 고급 기기, 즉 큰 사이즈로 인화했을 때도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 센서를 지닌 카메라가 필수적입니다. 이와 달리 일반적인 경우엔 웹(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하는 것이 보통이죠. 인화를 하더라도 ‘작품 사진’ 같은 형식이 아니라 앨범에 갈무리하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 자가 분석을 해보면 값싼 콤팩트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분히 이성적 사고 판단인데요. 하지만우리의 소비 행위는 이성보다는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때가 많지 않던가요? 특히나 카메라는 ‘표현 도구’잖아요. 구매 고려 단계에서 감성적 측면이 작용하는 것이 자연스럽죠. 그런데 무한정 폭발하는 감성과는 달리, 우리의 자금 사정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한계를 그어놓습니다. 

 됐고, 안 사고는 못 배기겠다

카메라를 안 살 수는 없다, 뭐라도 꼭 사야 이 지름신이 자취를 감출 것 같다, 그런데 통장 잔고도 생각해야 한다, 100프로까지는안 돼도 최소한 80프로 이상의 만족감은 얻고 싶다! 이런 열망으로 가득할 때 따져보면 좋을 사항들을 또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심도 표현을 해보고 싶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제아무리 높은 화소수를 자랑한다고는 하나, 사실 화소 수가 사진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대형 인화를 할 일이 없는 이상 굳이 ‘초고화소’를 고집할 이유는 없죠. 더군다나 최대 가로 픽셀이 1,000 내외인 웹 게시용 사진에서 초고화소의 특징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500만 화소와 3,000만 화소의 차이는 사실상 제로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은 카메라’에 대한 로망은 역시, 심도 표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아웃포커스(얕은 심도)와 팬포커스(깊은 심도)를 능숙하게 다루는 데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연습 과정이 또 사진 찍는 재미이기도 하죠. 

심도 표현을 욕망하는 당신에겐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당신은 지금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원하고 있는 겁니다. DSLR과 미러리스 중에서 선택을 하면 되겠는데요. 요즘엔 풀프레임 미러리스까지 출시된 상황이라, 미러리스 가격도 얕잡아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사진 입문자라면 DSLR이냐 미러리스냐를 구태여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해드리고 싶네요. 둘 다 렌즈 교환과 조리개 값, 셔터스피드 조절을 통해 기본적인 심도 표현이 가능하니까요. 지나치게 단정적인 듯하나, 금액으로 선을 긋도록 하죠. DSLR이든 미러리스든 20만원~60만원대 정도로 알아보시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일부 모델들은 화소 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앞서 설명해드렸듯 웹 게시용 사진을 다루는 목적이라면 화소 수 높이기에 돈을 지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 수시로 들고 다니고 싶고, 남들 앞에 꺼냈을 때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아무래도 부피와 무게 면에서 휴대용으로는 곤란하죠. 바디, 렌즈, 보조 렌즈, 액세서리별 수납 공간이 나뉜카메라 가방이 아닌 이상에야, 평상시에 토트백이나 백팩에 넣고 다니기에는 불편합니다. 

출사용이 아닌 수시 촬영용 카메라를 원한다면 당연히 휴대성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뭔가 부족하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좀 부담스럽다면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를 알아보시면 어떨까요. 이른바 ‘똑딱이’라 불리는 일반 콤팩트 카메라보다화질과 줌 기능을 강화한 기기입니다. 또한 기종에 따라 매크로 촬영 모드를 지원하므로 퍽 만족스러운 표현력을 보여주기도 하죠. DSLR이나 미러리스에 비해 디자인이 다양한 편이라, 개성 있는 소품 역할까지 해줍니다. 15만원~30만원대 모델을 구입하신다면 가성비는 합격점일 겁니다. 

3. 중고라도 괜찮아 

반드시 새 제품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면 예상 비용은 훨씬 줄어듭니다. 중고 혹은 진열 상품은 출시가보다 많게는 절반가량 저렴하기도 하거든요. 단, 꼼꼼히 따져봐야겠죠. 아래 4가지 사항들을 꼭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1)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할 것 
(2) 사정상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해야 할 경우, 해당 스토어가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는 곳인지 확인

(3) 취금품이 정품인지 반드시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하여 확인

(4) 포털 사이트의 쇼핑 정보보다는, 카메라 관련 커뮤니티의 직거래 장터에서 시세 확인 

     → 추천 페이지: SLR클럽

나는 ‘카메라’를 원하는가, ‘카메라를 든 나’를 원하는가

 그래도 다시 한 번 ‘나는 정말 카메라를 원하는가?’ 

매일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 귀가한다는 모태솔로남. 왜 청승맞게 집 앞에서 혼자 술을 마시냐고 질문하니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냥, 뭐, 외롭기도 하고, 친구들도 다 바쁘다고 하고..” 이 남자는 알코올이 궁해서 날마다 술을 마시는게 아니었던 겁니다. 이 남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죠. 사람에 대한 결핍을 아쉬우나마 캔맥주로 대신 채우는 심리랄까요. 

우리의 위시리스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이것들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맞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거죠. 카메라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은 카메라가 아닐지도 몰라요. 저 카메라를 들고 방방곡곡 여행하는 ‘자유로운 나’를 열망하는 것은 아닐는지. 

자,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요. 이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맞나. ‘맞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결제 고고! 단, 후회는 하지 말기. 

우리 모두의 행복한 소비 일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