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프리케스톨렌 하이킹을 하다

People


노르웨이 프리케스톨렌 하이킹을 하다




 

“양양, 여기 완전 멋지지 않아?” 

“우와 멋진데!”

"우리 올해는 여기 가자. 산 위에 있다는데 아주 멀지는 않으니까 왕복 3시간 정도면 되겠지?"

"산?!"

"2번째 가는 북유럽인데 하이킹 한 번은 해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노르웨이까지 갔으면 피오르드는 확실하게 보고 와야지. 배 타고 보는 피오르드는 진정한 피오르드가 아니래.



아이를 낳기 전까지 여름 휴가는 제 회사 생활의 오아시스이자 희망이자 한 해를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었어요. 새해 달력을 받으면 여행 메이트인 양양과 함께 휴가 계획을 짜고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지며 여행을 준비했었죠. 


금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출근 당일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로 귀국할 정도로 빽빽하게 짠 여행을 즐기던 저는 저희 엄마 표현대로 ‘방랑자’였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사진 한 장에 낚여 다녀온 노르웨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프리케스톨렌(Preikestolen, 영어로는 Pulpit Rock) 하이킹” 후기를 얘기해 보려고 해요.



<지도로 본 프리케스톨렌 하이킹 코스>



여름 휴가지를 검색하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프리케스톨렌의 멋진 사진 한 장으로 양양과 저는 그 해 여름 휴가지를 노르웨이로 정하게 되었어요. 프리케스톨렌은 뤼세(Lyse) 피오르드에 위치한 바위 절벽으로 스타방에르(Stavanger)라는 도시에서 배를 타고 타우(Tau)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타우에 도착하면 하이킹의 시작지점인 하얏트 호스텔(Hyatt Hostel)로 데려다 주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됩니다. 하이킹 코스는 간단해요. 해발 270m 지점의 하얏트 호스텔 주차장에서 해발 604m의 수직 바위인 프리케스톨렌까지 오르고 오르고 또 다시 오르고 또 오르면 됩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1.5~2.5 시간 정도가 걸리는 코스라고 제가 신봉하던 가이드북, ‘론리플래닛’님께서 알려주셨고, 그 말만 철썩 같이 믿은 저는 당일 등반 후 오슬로까지 가는 비행기를 미리 끊어 놓았었죠.

  



  

출발한 지 약 10여분이 지나자 호스텔 앞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양양도 저도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인데요. 양양의 저 여유로운 모습은 힘든 하이킹코스 때문에 얼마 안 가 보기 힘들어집니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해지네요.




 

양양이 힘들어했던 이유는 울퉁불퉁한 돌로 이루어진 구간이 많기 때문이었어요. 돌 때문에 생각보다 올라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이 날 저녁에 오슬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산행을 제 시간에 마치고 다시 페리와 버스를 타고 스타방에르로 내려가서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과연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을지, 무리한 것은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겁 많고 산도 잘 못 탄다는 친구를 괜히 끌고 와서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고… 마음이 복잡하고 신경 쓸 것이 많아서인지 저는 올라가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출발한지 약 40분이 지났을 때 입니다. 뒤편 저멀리 호스텔이 보이네요.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앞 사람을 따라 올라가면 되는데, 혹시 앞 사람이 보이지 않더라도 길을 잃을까 당황할 필요는 없어요. 




 

등산로(눈으로 보기에 ‘이 길로 가면 되겠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길)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구간이 꽤 되다 보니 길을 잃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군데군데 바위에는 붉은색 "T"자가 표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간 것처럼 날씨가 흐릴 때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시야가 흐려져 앞서 가는 사람들이 멀어지면 잘 안 보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T자만 따라가면 되요.




    

반 정도 왔나?? 한참 가파른 길을 올라오자 분지 같은 곳이 나왔어요. 질퍽질퍽한 땅 때문에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나무로 다리를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분지의 끝 경사를 타고 올라가면 능선을 타고 걷는 이 날 코스 중 가장 쉬운(?) 구간에 다다릅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라 돌들이 미끄러워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걸어야 했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눈이 오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는 위험해 가지 못하는 곳이니만큼 비가 오는 것 쯤이야!! 빗발이 세지자 “내일 다시 와야겠다”며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그들은 여유있게 하얏트 호스텔에 2~3일씩 묵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주일짜리 휴가를 받아 온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거겠죠?? ^^ 저와 양양은 하이킹을 계속 했습니다.




   

능선을 따라 산의 반대편으로 넘어가자 드디어 피오르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야가 탁 트이고 볼거리가 생기니 용기가 났어요. 그렇게 10여 분을 더 걷자 완전히 피오르드를 볼 수 있는 산의 반대편 쪽에 도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프리케스톨렌에 가기 전 다다른 마지막 오르막길. 능선을 타면서부터 나무가 사라져서 이곳에 오니 무릎까지도 오지 못하는 낮은 수풀뿐이었습니다. 사진 끝에 보이는 곳에 올라서면 정말 진짜 홈페이지에서 보던 멋진 피오르드의 풍경이 보여요. 먼저 올라가서 “야 언능 와봐!! 올라온 보람이 있어~~”라고 소리쳤습니다. 헌데 “진짜지?? 아니기만 해봐라”라고 말할 줄 알았던 친구는 말할 기운도 없는지 그냥 대답 없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정말 힘들었나봐요…. 사진으로만 봐도 경사가 쫌 있죠??



 


뤼세 피오르드 공식 홈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진과 똑같은 전경이 눈앞에서 펼쳐졌어요. 배에서 본 피오르드의 모습이 약간 위협적인 모습이었다면 산 위에서 내려다 본 피오르드는 평화로워 보입니다. 배에서는 가파르게 경사진 산의 모습만 보이기 때문이라면, 산 위에서는 전체적인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풍경은 예쁘지만 이 곳은 위험한 낭떠러지! 사실 돌아올 때까지는 이런 위험한 구간을 지나왔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이 구간을 10여 분 정도 걸으면 드디어 오늘의 고지인 프리케스톨렌의 모서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너무 반가워서 위험한 것도 잊고 카메라를 쭈욱~ 바깥쪽으로 밀어서 찍었더니 술 취한 사람이 본 광경처럼 비스듬하게 찍혔네요. 프리케스톨렌의 모서리가 ‘예쁘게’ 보이는 사진을 찍으려면, 프리케스톨렌과 약간 떨어져 있는 “picture zone”에서 찍어야 합니다.




  

절벽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사진에서처럼 줄을 서 있고 반대편 picture zone에도 이들을 찍어주려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어요. 




  

물론 저랑 트레블 메이트도 찍었죠. 손을 번쩍 들고! 사실 절벽 위는 평평해서 아주 위험한 것은 아닌데 저도 은근 새가슴이라 아주 끝까지 가지는 못했어요. 빨리 찍고 내려갈 생각에 그냥 친구 카메라로 찍었는데 친구의 니콘카메라 렌즈는 부스스한 날씨 탓인지 푸르딩딩한 사진을 만들어냈습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산행이라서 푸르딩딩하게 찍힌 기념사진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일단 무사히 도착한 것에 완전 THANK YOU!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기념사진 한 장은 찍어야지 싶어서 베르겐에서부터 가끔 여행길에서 만난 일본인 아저씨께 부탁을 했어요. 여행 가이드 작가 같은 느낌을 주는 아저씨는 혼자 여행을 다니며 꼼꼼하게 기록을 하고 엄청 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대길래 부탁한 거였는데, 역시나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프리케스톨렌 하이킹을 위한 tip 몇 가지


1. 스타방에르에서 타우로 가는 페리를 타고 가면 배 도착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바로 하얏트 호스텔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하얏트 호스텔 앞에 있는 안내소에서 미리 시간을 확인할 것 


2. 페리는 별도의 표 구입 없이 탑승해서 표를 구입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3. 타우에서 하얏트 호스텔로 가는 버스는 무조건 현금을 내야 한다. 버스를 20여분 타야 하니 조금 귀찮더라도 줄을 서서 앉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4. 함께 하이킹을 간 사람의 말에 의하면 이 곳은 여름에도 비가 자주 오는 곳인 것 같았다. 우비를 챙겨가고 닦을 수 있는 수건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5. 비가 오지 않더라도 하이킹 구간 곳곳에 습지가 있어서 방수가 되는 등산화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