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군것질(겨울 간식)
시대는 변했어도 세대는 기억합니다. 세월은 지났어도 설렘은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면서 잠시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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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군것질
어릴 때는 왜 그리도 금방 출출해졌을까요? 성장기라서? 아니면 멈출 줄 모르고 뛰어놀아서? 친구들과 놀다가 학교 앞 문방구나 분식집, 골목 어귀의 작은 노점상에서 작고 소중한 하루 용돈으로 사 먹었던 군것질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유독 더 생각나는 것 같아요. 그 따끈따끈하고 달콤했던 추억을 다시금 맛보고 싶어지는 겨울입니다.
잉어빵 아니고, 붕어빵
잉어빵이 아닙니다. 붕어빵입니다. 그때는 천 원이면 대여섯 개는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엔 보통 천 원에 두 개, 게다가 붕어빵 가게도 찾기가 힘듭니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 가게를 발견할지 모르니 ‘가슴 속에 삼천 원쯤은 품고 다녀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요.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소중한 겨울 간식이 되었어요.
지느러미와 꼬리 사이의 얇게 구워진 반죽의 바삭함은 별미고요. 머리부터 먹고, 꼬리부터 먹고, 반으로 갈라 먹으면 왠지 다르게 느껴져서 질리지 않았죠. 요즘엔 팥소는 물론 슈크림, 야채, 치즈 등 종류도 참 다양해져서 잠시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달달하고 고소한 원조 팥 붕어빵의 질리지 않는 매력을 잊긴 힘듭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면, 붕어빵을 반으로 갈라 배에 버터를 넣어 먹는 ‘붕어빵 앙버터’나 아이스크림과 곁들어 먹어도 카페에서 먹는 디저트 못지않아요.
붕어빵이 이렇게 무궁무진합니다. 그런 붕어빵을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붕어빵 틀을 팔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본 타이야끼(도미빵) 틀이라서 아쉬운데요, 한국식 붕어빵 틀을 판다면 당장이라도 지갑을 열 붕어빵 매니아들이 많을 거예요. 필자도 그중 한 명이고요.
달걀로 만든, 계란빵
계란빵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시절은 2000년 초중반이었어요. 길을 걷다가 버터인지 마가린인지 모를 그 치명적인 냄새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죠. 요즘엔 빵 위에 달걀이 올려져 있는 걸 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때는 빵이 덮어져 있어서 한입 베어 물면 나오던 달걀이 어찌나 반갑던지… 어쨌거나 맛있었다는 것은 똑같고요. 달걀이라 그런지 든든하고 건강한 (느낌의) 간식이었죠.
붕어빵과 다르게 별도의 틀이 없어도 계란빵은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식빵이나 모닝빵에다가 만들어도 되고, 팬케이크 믹스를 활용해도 좋아요.
[집에서 전자레인지로 종이컵 계란빵 만들기]
재료: 팬케이크 믹스, 우유, 달걀, 소금, 오일, 종이컵
1. 팬케이크 믹스와 우유를 2:1 비율로 섞는다.
2. 종이컵 안에 오일을 바르고 반죽을 종이컵의 반 정도까지 담는다.
3. 달걀 하나를 넣고 포크나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찔러준다.
4. 소금 한 꼬집을 뿌려 간을 한다. (취향에 따라 치즈나 옥수수도 Good!)
5. 전자레인지에서 1분을 돌린 후 잠시 뜸을 들여 총 5분을 돌린다.
떡은 아닌데, 호떡
노릇노릇한 기름 냄새에 이끌려 철판 위에서 튀겨지듯 부쳐지는 호떡을 보고 있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참지 못해 ‘하나만 주세요’를 외치고, 종이컵에 툭 담아준 호떡을 한입 베어 물면 흘러나오는 꿀 때문에 입안이 다 데여도 뱉을 수 없었죠.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 호떡이 너무나도 먹고 싶은 나머지 호떡 믹스로 집에서 만들어보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호떡 반죽은 손에 달라붙지, 설탕을 많이 넣고 싶은데 잘 안되고, 간신히 반죽을 오므려서 부치면 호떡을 누를 때 다 터져서 설탕이 빠져나오고, 그래서 또 까맣게 타고... 호떡, 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음식이더군요.
그리고 바로 부쳐서 먹었을 때의 따끈따끈함과 추운 겨울의 날씨가 조화를 이뤄 그 시절의 호떡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또 쌓아놓고 먹는 게 아니라 하나만 먹었을 때의 아쉬운듯한 깔끔한 마무리도요.
뽑기 혹은, 달고나
어떤 이름으로 불렀나요? 설탕과 베이킹소다가 만들어낸 극강의 달달함을요.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달고나가 다시 유행인데, 이게 또 만들어놓은 크고 두꺼운 사탕 같은 모습이라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학교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달고나 만드는 것을 구경하며, 내 달고나가 완성되면 온 힘을 다해 모양을 맞추고, 완벽하지 못한 끄트머리에 사장님께 퇴짜를 맞았던, 단돈 100원 혹은 200원에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말이죠.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고 국자를 다 태워서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도 다들 있으실 거예요. 달고나도 꽤 만들기가 까다로워요. 설탕을 넣고 휘젓다가 갈색으로 변하면 베이킹소다를 살짝 찍어 넣고 다시 휘저어요. 뿌옇게 변하면서 부풀면 얼른 탁 쳐서 철판 위에 붓고 기름 묻은 누르개로 눌러줘야 해요. 모양 틀을 대고 한 번 더 누르고요. 설탕과 베이킹소다의 비율, 그리고 타이밍의 싸움이죠. 아, 얘기하니 또 먹고 싶어지네요. 오늘도 국자 하나 태워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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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은 변했어도 여전히 좋아하는 그 시절의 맛
어렸을 때는 싫어했던 채소들을 이제 아무렇지 않게 먹고, 이해하지 못했던 뜨거운 국물의 시원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달콤한 맛보다 얼큰한 맛이 땡기는 어른 입맛이 된 지금입니다. 변해버린 입맛에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군것질을 종종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경험해봤어도 평범하고 단순한 그 맛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부모님께서 퇴근길에 사오신, 살짝 눅눅해졌어도 아직 따뜻한 종이봉투 속에 담긴 마음. 친구들과 떠들며 오느라 10분 거리가 1시간이 걸려도 즐거웠던 하굣길과 나눠 먹었던 달콤함. 꽝이어도 좋고 덤이어도 좋을 그 몇백 원어치의 행복. 시간이 흐르고 입맛은 변했어도 우리는 그때를 맛으로 더 생생히 기억하기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군것질을 여전히 좋아합니다.
여러분이 좋아했던 그 시절의 군것질은 또 어떤 것이 있나요? 어떤 추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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