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차단기의 새 역사를 쓰다

2019.05.17 11:42

효성중공업㈜ 차단기선행개발팀 김병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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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전소와 발전소에도 두꺼비집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모든 가정에는 두꺼비집이라 불리는 누전차단기가 있습니다. 허용된 값 이상의 높은 전압이나 전류가 흐를 때, 전선에 누전이 발생했을 때 작동해 집으로 들어오는 모든 전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죠.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자 맞춤 전압과 전류로 성질을 바꿔주는 변전소에도 이러한 두꺼비집이 필요합니다.


“GIS(Gas Insulated Switch-gear, 가스절연개폐장치)의 핵심 모듈인 차단기의 역할은 두꺼비집과 비슷해요. 발전소나 변전소에서 전력 계통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전력 기기를 유지 보수하려면 전력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선로를 차단해야 하거든요. 물론 일반 가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전압과 전류를 다루기 때문에, 차단기 역시 고성능을 요구하죠.”



전력이 살아 있는 선로를 차단하면 차단기 극간에서 매우 높은 온도의 아크(불꽃)가 발생합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소멸시키고, 극간의 높은 열가스를 배출해 높은 과도 전압에서도 절연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김병훈 부장을 중심으로 효성중공업 차단기선행개발팀에서는 지난해 12월, 420㎸ GIS에 대해서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의 차단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효성은 기계적인 압축으로 퍼퍼에 압력을 형성해 아크를 소멸하는 단순 퍼퍼식 차단기를 생산해왔는데요. 큰 조작력으로 챔버 내부의 절연 가스를 압축해 강한 압력으로 아크를 소멸하는 전통적인 차단 방식입니다. 복합 소호 스프링 조작 방식은 차단 시 발생하는 아크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원리죠. 압축 챔버와 열 챔버가 모두 있는 구조로, 차단 시 발생하는 아크에 의한 고온의 열에너지를 열 챔버로 유입시켜 압력을 형성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에 비해 아주 적은 에너지로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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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9개월 동안 탄탄히 다져진 모두의 성과



“고객의 니즈는 명확했어요. 콤팩트하면서도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제품을 원했죠. 2012년 당시 주력 수출 기종이었던 420㎸ 63㎄ GIS는 크기도 크고 원가 경쟁력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어요. 차단부는 단순 퍼퍼 구조의 유압 조작 방식이었고요.”


유압 조작 방식으로 작동하는 차단기는 높은 압력으로 큰 조작 에너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비스 기간 내내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하고 누기·누유로 인한 기계적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또 차단기 크기가 커 변전소나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했고, 건설 비용도 많이 들었죠. 반면 유체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코일 스프링을 압축해 사용하는 복합 소호 스프링 조작 방식은 누기·누유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동작 하중도 작아 기계적 신뢰성의 리스크를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420㎸ 63㎄ 복합 소호 스프링 방식 차단기 개발에 착수했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유럽과 일본의 차단 분야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고, 국내외 연구소 및 한국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차단 성능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죠. 세부 기술은 국내 대학과 공동 과제로 연구하기도 했고요.”


유관 부서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성능검증팀에서는 간이 합성 설비를 갖춰 다양한 방안에 대한 성능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국내외 시험소에서 성능을 평가하고 함께 분석하기도 했죠. GIS 개발팀에서는 EDS 모듈을 새롭게 개발해 GIS 레이아웃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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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의 발판


“420㎸ 63㎄ 복합 소호 기종 개발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객 만족을 통한 지속적인 수주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고객사에서는 동일 스펙의 변전소를 건설할 때 이전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건설 후에도 유지 보수가 수월해졌죠. 다른 하나는 북미 시장 진입을 위한 기종 개발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북미 시장의 경우 245㎸ 80㎄ GIS에도 스프링 조작 방식 적용을 요구하거든요.”


420㎸ 63㎄의 복합 소호 스프링 조작 방식 차단기 개발 성공으로 자랑스러운 효성인상을 수상한 차단기선행개발팀 김병훈 부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차단기선행개발팀에서는 420㎸ 제품을 수주 확대로 연결하기 위해 영업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인데요. 동시에 제품 양산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정화가 될 때까지 개발 인원이 양산 과정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또한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대용량 80㎄ 차단부에 복합 소호 스프링 조작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친환경 GIS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가스의 경우 기존의 SF6 가스와 물성이 달라 많은 선행 연구가 필요하죠. 차단기선행개발팀의 다음 프로젝트는 복합 소호 차단 기술을 적용한 친환경 차단부 설계 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글. 이미선

사진. 박해주(Day40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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