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며 보고 싶은’ 그림 에세이

Story/효성



어쩌면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일지도 모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야외활동을 하기도 어렵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잖아요. 여러 장르의 책 중에서도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그림 에세이가 제격이죠. 이불 밖은 위험한 겨울에 이불 속에서 귤 까먹으며 보기 좋은 그림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젠 좀 대충 살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출처: YES24



무조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배워온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하완 저)라는 책인데요. 제목부터 정말 강렬하죠?


그러나 저자는 무조건 열심히 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세상이 정해놓은 법칙에 따라 사는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저자 또한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관대로 열심히 일하다가 퇴사하고 빈둥거리면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데요. 계속해서 아무 생각 없이 너무 열심히만 살았다면 과연 진정 나의 삶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세상의 잣대에 나를 맞추기 위해 너무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고 있잖아요. 한 번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조금 게을러지세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그림과 글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이 책을 안 봤다면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고.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출처: YES24



이미 2~30대 젊은 독자들을 위로하는 몇 권의 그림책을 낸 김수현 작가가 또 한 번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그림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저)를 펴냈습니다.


이 책은 온전히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과연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따라 하기보다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더


불어 중간 중간 들어간 그림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데요. 거칠고 냉혹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심리 그림 에세이입니다.




 엄마에게 시간을 선물하고픈,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출처: YES24



제목만으로도 강렬한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슬아 저)의 저자 이슬아 작가는 이력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누드모델, 기자, 글쓰기 교사를 거쳐 직접 SNS로 구독자를 모집해 자신의 글을 보내주다 그것을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로 엮어 낸 특이한 이력을 가진 작가죠.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공부하고 싶었고 재능도 있었지만, 가난으로 인해 돈벌이에 나서야만 했던 60년생 엄마 복희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전전하다 고수익이 가능한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 슬아의 이야기를 그린 저자의 자전적 그림 에세이인데요. 연필로 슥슥 그린 듯한 만화도 저자의 이력처럼 독특하고 매력적입니다.




 만화로 읽는 고전, <퇴근길엔 카프카를>



출처: YES24



누가 고전을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했던가요? 만화로 읽는 열세 편의 인생 고전 에세이 <퇴근길엔 카프카를>(의외의사실 저)을 보면, 제목만 알던 고전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로 이름을 알린 웹툰 작가 의외의사실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민음사 블로그에 연재한 웹툰 ‘의외의 실의 세계의 문학 읽기’를 엮은 것으로 셰익스피어부터 카프카, 하루키, 2017년 노벨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고전을 만날 수 있는데요. 그림책이라고 내용이 허술한 것은 아니에요. 각 작품에 대한 핵심 내용부터 가장 아름다운 대목을 골라 그린 그림들까지, ‘퇴근길엔 카프카를’만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고전이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사라져가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출처: YES24



어릴 때는 동전 하나만 있으면 행복했습니다. 동네 어디에나 있던 자그마한 구멍가게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순간들은 지금도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죠.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주변에 더 이상 구멍가게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 저)은 구멍가게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저자가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펜화로 구멍가게를 그린 책입니다.


저자는 20여 년 동안 전국 구멍가게를 돌아다니며 200여 점의 구멍가게 작품을 그렸는데요. 그 중 80여 점을 엄선해 작가가 직접 쓴 글과 함께 엮었습니다.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따뜻하고 안타까운 저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지금부터,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출처: YES24



‘모지스 할머니’로 유명한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92세에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저)를 출간했으며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가정부 일을 하다 남편을 만나 평생 농장을 돌보고 버터와 감자 칩을 만들어 팔며 바지런히 살던 그녀는 소일거리 삼아 놓던 자수를 관절염 때문에 하기 어려워지자 바늘 대신 붓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늦었다고 말할 때면 그녀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 이야기하곤 했죠. 이처럼 항상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리스 할머니는 ‘한치 앞도 모를 인생이지만 아직은 살아볼 만 하다고,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매일에 충실하고 변하는 계절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소박한 일상을 담은 그녀의 이야기와 그림은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날이 쌀쌀해질수록 느긋하게 따뜻하게 잠시 쉬었다 가세요. 손가락이 노랗게 될 때까지 그저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따뜻한 이불 속에서 따뜻한 그림 에세이를 보며 여러분의 마음을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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