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석래 회장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 선비적 양심과 학자적 탐구심
조석래 회장님을 뵙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높은 지성과 지식, 그리고 경륜을 접하며 이분은 만약 기업가가 되지 않으셨더라면 반드시 한국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분이 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조 회장님은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셨다. 만약 선대 회장님의 와병으로 인해 갑작스레 귀국해 사업을 맡으시게 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에서 학업을 계속해 대학교수로 먼저 입신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당신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셨는지 모르겠다.
조 회장님은 지위나 연배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든 이들에게 예절을 지키시는 분다. 가까이서 뵌 분들은 누구나 조 회장님이 평생을 명예(名譽)와 도덕(道德)을 매우 소중히 여기며 살아오신 분이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함안의 오랜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겸양이 몸에 밴 까닭으로 보인다.
나는 어려서부터 조 회장님의 집안과 효성그룹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집안의 어르신들은 함안군 군북면에 대대로 살았던 같은 문중으로서 효성그룹을 늘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선대 회장님과 나의 선친도 잘 아는 사이셨고, 또 나의 백부와 선대 회장님의 아우이신 조성제 옹(翁)과는 매우 절친한 사이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가끔 뵈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조 회장님을 직접 가까이서 자주 뵐 수 있게 된 것은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당시 서강대학교에 재직하던 나에게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가끔 물어보시다가, 얼마 후 효성의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시면서부터이다. 조 회장님은 학자들과 국제 정세, 경제정책 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당신께서 파악하고 이해하신 것이 옳은지 늘 확인해보려는 것 같았다. 조 회장님은 항상 미리 앞서서 변화를 인지하고 준비하려 하셨는데, 오히려 나는 대화에 도움을 드리기보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오는 편이었다.
대한민국의 기업인 중 조 회장님처럼 국제 정세의 움직임에 정통하시면서 미국, 일본의 정치·사회·경제를 잘 꿰뚫고 계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미국,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유럽의 경제계 및 정치 지도자들과 회장님만큼 폭넓은 교유(交遊)를 이어오신 분도 드물 것이다. 평소 어느 학자 못지않은 지식에 대한 탐구열과 이 같은 폭넓은 교유가 조 회장님으로 하여금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경륜을 갖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외환 위기 직후, 모든 종합상사들이 그랬듯이 효성물산도 큰 재무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많은 고심을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결국 국가와 국민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기업인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효성물산의 모든 부채를 안고 ㈜효성으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리셨는데…. 최근 그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 회장님만큼 선비적 양심과 기개를 가지고, 또 학자적 탐구심과 합리적 접근으로 기업을 경영해오신 분도 드물 것이다. 오늘날 효성이 세계 1위의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 회장님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 경제와 산업 발전 현장에서 직접 짐을 지고 뛰면서 재계의 화합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경제 위상 제고를 위해 스스로를 던지신 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 회장님은 평생을 탁월한 경영인, 외교관, 재계 지도자, 사회사업가, 지성인으로 살아오시면서 이제는 한국 사회의 가장 존경받는 원로 가운데 한 분이 되셨다.
조 회장님께서 벌써 팔순을 맞으신다니 감회가 깊다. 속히 전과 같이 건강을 회복하셔서 침체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계속해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콘텐츠는 조석래 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기고문집 <내가 만난 그 사람, 조석래>의 조윤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의 글을 발췌하여 소개한 것입니다.
글 | 조윤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1995년 한국조세연구원 부원장, 1998년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 자문교수를 지냈으며 2003년부터 2년간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 2005년부터 3년간 주영국 특명전권 대사로 일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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