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대한민국 호국영웅
우리 역사에는 평탄이 없었습니다. 부침과 굴곡진 세월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격변의 시기를 거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희생 또한 따랐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가리켜 호국영웅이라고 일컫습니다.
호국영웅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가슴 벅차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만듭니다. 그래서일까요? 호국영웅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참 많이 있습니다. 이게 정말 실화인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우리는 그런 영화들은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근현대에 벌어진 굵직굵직한 사건들 위주로 살펴보려고 해요. 과연 영화 속 호국영웅은 나라를 위해 어떠한 활약을 하였는지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 - “암울했던 시절 찬란했던 영웅”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2017. 6. 28 개봉)
이준익 감독님의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인상적인 포스터 속 카피와 배우 이제훈 님의 불량스러운 표정이 독립운동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맞나 의심 들게 만듭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열 의사는 일본을 거점으로 흑도회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하여 독립운동을 펼쳤던 인물인데요. 가장 유명한 사건은 연인 후미코와 함께 세웠던 천황 암살 작전입니다.
결국, 실패로 끝나고 체포되지만 박열은 기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일본검찰을 대항하였습니다. 당시 그의 태도는 일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특히 천황 암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 전, 조사실에서 연인 후미코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찍은 사진은 당시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이 사진은 포스터로도 재현되었다고 하니 꼭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영화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가에 비해, 박열 의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담은 영화를 많이 찍기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님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 22살의 독립운동가 박열을 어떻게 그렸을지, 정말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미완의 청춘 <동주> (2016)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장은 윤동주 시인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마디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총과 폭탄 대신 펜을 들고 일제에 맞섰습니다.
영화 <동주>는 사촌 송몽규(박정민)와 윤동주의 우정과 갈등 상황 속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요. 캐릭터 자체만을 놓고 보면 몽규의 비중이 더 크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주도하에 영화가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중간중간 시인으로서의 동주의 성장, 시를 통한 독립 열망 등이 잘 녹아 들어있습니다. 특히 시인을 꿈꾸지만 나라를 잃은 비극적 상황에 아프고,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몽규처럼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윤동주의 내적 갈등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무성영화 시대에서 흔히 쓰인 흑백 영상 또한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잘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하였고요
서시의 한 구절처럼 죽는 날까지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길 원했던 윤동주 시인. 28년 미완의 청춘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의 글은 영원히 우리에게 남겨졌습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지금, 시에 담긴 그의 울부짖음을 다시 한번 기리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 “나라를 위해 싸운 그들 모두가 영웅이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시작된 전투 <고지전> (2011)
1945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으로부터 광복을 맞이합니다. 독립만 하면 모든 것이 평탄할 줄만 알았던 우리에게 또 한 번 나라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바로 1950년 6월 25일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학교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배울 때는 1.4 후퇴, 인천상륙작전, 휴전협정 등만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전체 사상자 중, 3분의 2 이상이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 발생하였는데요. 특히 대한민국 최전방 중부전선의 고지 쟁탈전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하였습니다.
영화 <고지전>은 이러한 부분을 조명합니다. 휴전 협상이 시작된 이후,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단 1cm의 영토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방전을 치러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영화의 배경은 ‘애록고지’로 실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실제 고지전이 발생한 장소들을 모델로 하였습니다. 당시 벌어졌던 고지 쟁탈전의 생생함을 그대로 구현해내기 위해서 험난한 지형이 필요했는데요. 이에 제작진은 해발 650m의 산 전체를 영화 세트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30명의 정예 아티스트가 동원되었고 2개월 이상의 세팅 작업 끝에 ‘애록고지’가 탄생하게 되었죠.
배우들 역시 자신의 힘만으로 고지 촬영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산세가 험하여 특수 장비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가파른 경사와 높은 고도에서의 촬영을 위해 전 배우들이 체력 단련을 했고 전투 신에 필요한 공식적인 군사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개봉 후, <고지전>은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타났던 것 같네요.
X-RAY 첩보작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인천상륙작전> (2016)
국제연합군(UN)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할 당시 성공확률은 5000:1로 매우 희박했습니다. 따라서 미군 측의 반발이 심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아더 사령관은 아군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적 또한 그러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는 예정대로 작전을 감행합니다. 결국, 그의 판단은 적중하였고 유엔군은 손쉽게 인천을 탈환하죠.
인천상륙작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X-RAY 첩보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인데요.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이 사실에 초점을 맞춰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와 부대원들이 ‘X-RAY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 속 인물 장학수는 실존 인물인 해군 정보국 특수공작대 임병래 중위와 홍시욱 하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작전에 참여한 요원들은 임무 완료 후, 철수하는 과정에서 포위될 위기에 처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다른 부대원들의 탈출을 도와주다 끝내 빠져나가지 못하고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자결하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인천상륙작전 뒤에는 이런 숨겨진 영웅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비록 영화는 픽션이기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만, 영화를 통해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화운동 - “평범한 시민에서 자유투사로”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2007)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죠. 올해 광주민주화운동이 37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최근 다시 주목을 받은 영화가 있습니다. 케이블의 한 영화 채널에서는 8년 만에 방송되어 이목을 끌었는데요. 바로 <화려한 휴가>입니다.
이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맞서 싸운 수많은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열심히 살던 택시 기사, 퇴역한 장교 출신의 택시 회사 사장, 착하고 성실한 고등학생,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간호사 등 평범한 광주 시민의 일상은 1980년 5월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깨져버립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갔고, 시민들은 스스로를 그리고 자신의 가족, 친구, 연인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이처럼 <화려한 휴가>는 37년 전, 전라남도 도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광주 시민의 민주화를 향한 사투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한순간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한 명, 한 명이 힘을 합쳐 싸웠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죠.
1980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2017년의 대한민국도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행동했습니다. 촛불을 들고서 말이죠. 훗날에는 2017년의 대한민국의 평범한 영웅들을 그려내는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전 세계에 전해진 민주화 운동 <택시운전사> (2017 개봉 예정)
계속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영웅들도 있지만, 이러한 참상을 세계에 알린 영웅도 있습니다. 바로 독일 제1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시민군과 계엄군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자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외신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죠. 바로 이 이야기가 영화 <택시운전사>로 만들어집니다.
영화는 외신 기자를 태워 광주까지 내달렸던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의 관점에서 묘사되며, 영화 속에서는 배우 송강호 님이 연기하는 김만섭이라는 인물로 재탄생됩니다. 특유의 넉살과 유머러스함이 잘 드러나는 포스터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야기하는데요. 송강호 님은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택시운전사>는 ‘인간의 도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와 차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큰 부분을 그려내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고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출연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죠.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인물에게만 집중해서 연기한다는 배우 송강호 님. 과연 그가 분한 택시운전사 김만섭 씨는 영화에서 어떠한 도리를 지키는지, 그리고 어떠한 시선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고 싶네요.
우리나라를 지켜낸 수많은 영웅들.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잘 몰랐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영화와 실제 사건이 조금은 다르더라도, 영화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는 이러한 영화를 통해 자랑스러운 호국영웅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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