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50년 외길, 요리연구가 심영순

효성/사람



최고가 되기 위해 요리연구가 심영순이 매진한 50년.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녀의 열정은 마치 글로벌 No.1을 향한 우리회사의 발걸음과도 닮았습니다. 그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본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며 요리에 대한 그녀만의 철학에 귀 기울입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담아 요리하다

 

“어릴 때 어머니 마음에 들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서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서너 살 때부터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고 김치 양념에 고춧가루 뿌리는 일을 하고, 다섯 살엔 멸치를 다듬고 마늘을 깠죠. 일곱 살엔 칼질과 불을 다뤘고 늘 어머니 곁에서 상차림을 도왔어요. 스무 살쯤엔 웬만한 건 다 할 줄 알았죠. 그러다 어릴 때와 다르게 이제는 음식, 요리에 대한 호기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올해로 일흔여섯 해를 살았고 일곱 살 무렵에 칼질하며 불을 다뤘으니 70년을 요리와 함께했습니다. 그중 50년은 ‘요리연구가 심영순’으로 지냈죠. 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지인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1988년엔 정식으로 요리연구원을 차렸습니다. 그만한 시간을 투자했으면 웬만한 맛은 뚝딱 그려낼 수 있겠다 싶은데 그녀는 대번 손사래를 치네요. 그리고 요리가 여전히 어렵다고 고백합니다. ‘이제 좀 알겠네’ 한시름 놓으면 불쑥 모르는 뭔가가 튀어나와 당혹스러운 순간이 이어진다고. 그렇다고 익숙해지면 좋은가.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익숙한 재료, 늘 하던 음식이라서 타성에 젖기 쉽기 때문이죠. ‘A+B=C’라는 정해진 수식, 뻔한 틀에 갇히면 새로운 맛을 찾아내기 어렵단 얘기입니다. 그래서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합니다.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죠. 그렇게 반세기를 오로지 한길만 걸어왔습니다. 그녀가 바로 심영순입니다.

 


 열정이라는 뿌리와 사랑이라는 열매

 

요리연구가로 일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가정생활에 충실하기란 쉽지 않았습니. 처음엔 70%는 가정주부로 지내고 30%만 일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죠. 막상 일에 뛰어들면 욕심이 생기고, 매진하다 보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고, 하나둘 연구하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까스로 궁금한 걸 알아내면 별것 아니라 실망하고, 그러면 다시 시작하고…. 주부와 요리연구가 둘 중 하나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어 괴롭기도 했습니다. 둘 다 잘하고 싶었으니까요. 가정과 요리 모두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아닌 열정과 사랑에 뿌리내린 그녀의 보물이었습니다.

 

“슬럼프도 있었죠. 몸이 아프거나 원하는 것에 이르지 못하면 제자리인 것 같고 힘들었습니다. 그럴 땐 별수 있나요. 저건 넘어야 하는 산이라고 생각하고 또 오르기 시작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더라고요.”

 

 

 

돌아보면 어떤 순간에도 요리가 싫지 않았습니다. 음식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죠. 그 마음을 소중히 품고 한식을 연구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배우기도 했고 궁중 음식을 전수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았고 향신장, 향신즙, 향신유, 고추장 소스, 된장 소스, 새우젓, 까나리액젓을 기본으로 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조합으로 양념을 첨가해서 만든 음식은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이제껏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우리 맛을 구현해냈다. 그뿐 아닙니다. 그녀는 맛에 어울리는 그릇을 찾아 멋을 담아냈습니다. 재료와 만드는 법, 그릇이 어우러지는 요리는 한식의 새 지평을 열었고 그녀를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습니다.

 


 최고의 길,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라

 

한식을 오래 연구한 그녀는 음식을 보약 짓듯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음을 담은 음식은 보양과 보혈, 보음, 보기마저 가능하다는 걸 수십 년 동안 지켜봤기 때문이죠.

 

그 맥락에서 요리연구가 심영순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효성인들에게 곰탕을 추천합니다. 국물을 한껏 우려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가을 나물을 넣어 끓인 된장국이나 추어탕도 좋고 꽁치를 미꾸라지처럼 밭쳐서 우거지와 된장을 푼 된장국도 별미라 덧붙이는데요. 50년을 달려오느라 고생했다고 곰탕 한 그릇으로 따뜻하게 속을 데우고 기운 내서 100년을 향한 첫 발짝을 내딛자고 독려합니다.

 

“어느 날 알았어요. 감동은 추억과 향수에서도 나오지만 새로움, 낯섦, 파격에서 나온다는 걸. 간혹 한식은 추억과 향수에만 기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새롭고 고급스럽게 가다듬어 맛과 기품만으로 감동을 주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50년을 요리와 함께하며 거머쥔 심영순의 꿈. 그것은 신기하게도 50주년을 맞은 효성의 비전과 닮았네요.

 


글 | 우승연
사진 | 한수정(Day40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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