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nly Live Once – YOLO 라이프 들여다 보기

Story/효성



YOLO. 친구의 메신저 남김말에, 옆자리 동료의 컴퓨터 배경화면 등 어디선가 한번쯤 본듯한 이 단어. 약 3-4년 전부터 천천히 전파되기 시작 해 지금은 전 세계적인 키워드가 된 이 말은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인생은 한 번 뿐'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간결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이 한 문장은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The Motto>라는 곡의 가사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gga, YOLO

인생은 한 번뿐이야. 이게 인생의 진리지. 욜로!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된 이 문장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 케어' 홍보 영상에도 등장했었는데요. 정책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이 스스로 셀카봉을 들고 코믹한 표정을 연출하다가 마지막에 ‘Yolo, man’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입니다. 이 영상에서 'YOLO'는 한 번뿐인 인생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후 미국에서는 'YOLO'가 다시 한번 대중적인 유행어로 떠올랐다고 하죠. 


출처: Buzzfeed 영상 캡쳐



 '나'를 위한 삶


YOLO 열풍과 함께 뒤 따라오는 트렌드, 소비 형태 등을 살펴보면 '나'에 포커싱 돼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나에게 더 투자하고 나를 더 사랑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현대인들의 자의식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죠. 


‘1코노미’의 확대


<2017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에서 꼽은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가 '1코노미'입니다.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요. YOLO 라이프의 확산은 1인 가구가 확대되는 최근의 우리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무언가 한다는 것이 참 어색하고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타인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혼자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는 분위기 인 것 같습니다. 혼밥, 혼술 등이 이제는 점점 일반화 되어가고 있는걸 보면 말이죠. 

특히 여행을 혼자 떠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 얼로너(Aloner: 생활, 소비 등을 혼자서 하며 혼자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가 보편화 되기 이전에도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것이 진리'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죠. 사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여행이 만족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출처: tvN <꽃보다 청춘> 영상 캡쳐


나를 위한 투자,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YOLO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순간 나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변 환경, 시간, 경제적인 제약보다는 오롯이 '나'를 기준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지요. 비싼 차, 명품백은 사지 못하더라도 작은 화장품과 생활 소품 등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며 여기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 식입니다.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이름으로요. 

집은 전세나 월세이지만 인테리어나 소품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나답게 하는 소비에는 아끼지 않는 것. 옛 어른들의 '아껴야 잘 산다'와는 말과는 반대점에 있는 것 같네요. 



웰빙(well-being)에 이은 웰다잉(well-dying)


요즘 미디어에서  '죽음'을 슬프고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콘텐츠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을 심판하는 저승사자와, 영생을 하며 주변인들의 삶을 끊임 없이 지켜보는 도깨비가 등장하는 요즘 인기 드라마를 통해 본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두 남자 주인공들의 얼굴을 보느라 집중이 힘들긴 하다던데..) 그리고 내 인생이 48시간만 남아있다면 하는 가정을 하고, 그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도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잘 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죽음까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 아닐까요. 최근엔 '웰다잉 노트'라는 것도 시중에 나와서 지난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버킷 리스트를 직접 써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니 심장이 담대하신 분들은 한번 기록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YOLO 라이프를 위해 필요한 것, 자존감


YOLO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는 '소시미스트'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YOLO' 라이프는 조금 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회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일과 물질 같은 것들에 '나'라는 사람은 후 순위로 밀려나고, 큰 조직의 부품처럼 나를 느끼거나 SNS에 비춰진 다른 사람과 나의 생활을 비교하면서 점점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리기 쉽죠. 그런 사람들에게는 사실 YOLO 라이프를 실천하기 앞서  앞서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점가에도 '자존감 높이기'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책으로 배우다니. 어딘가 조금 슬프기도 하네요. 

    

출처: 알라딘



 즐기세요, 지금을!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남보다는 나에게 더 집중하는 세태가 긴 불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나중으로 미루기 보다 지금을 사는 지극히 현재지향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실천하게 됐다는 것이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약간 서글픈 해석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보다는 주변의 눈치만 보다가, 너무 배려하느라, 혹은 '나중에' 라면서 미뤄놓았던 것들을 조금씩 즐기면서 사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베짱이의 삶에 대한 태도가 이해 받는 그런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이들의 미니홈피 타이틀을 한번씩 차지하던 말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이 있었네요.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나 자신, 그리고 현재를 소중히 하는 삶을 추구해 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