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 ‘북캉스’ 여름 휴가철 추천도서
무더위에도 은근한 흥얼거림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맞습니다.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여름휴가 시즌이기 때문이죠. 이미 여행지로 떠난 분들도 계시겠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행 가방을 꾸리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올 여름은 시원한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려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디에 있든지 각자의 휴가를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아이템! 휴가에 빠지면 서운한 ‘책’입니다. 휴가철, 팔락팔락 페이지를 넘기며 상상의 바다로 빠지는 그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쏠쏠하죠. 여행 가방에 챙겨도 좋고 시원한 도서관에서 읽어도 좋은 ‘북캉스’ 도서 6권, 지금부터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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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떠나는 이유는 뭘까? <여행의 이유>
출처: 알라딘
여행지에서 읽기 좋은 여행 산문집, <여행의 이유>입니다. 김영하 작가가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떠올리고 느낀 것들을 꾹꾹 눌러 담은 아홉 편의 에세이죠. 작가는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해요.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인지, 여행이란 내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하죠. 그렇게 치밀한 사유 끝에 작가는 ‘여행’이라는 틀로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담아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생’과 ‘여행’이 놀랍도록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비록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끊임없이 좌절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기쁨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요.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로 정의한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인지 모릅니다.
<여행의 이유>를 덮을 때쯤이면, 이런 소소한 깨달음으로 지친 마음이 재충전되어 있을 거예요. 고요한 사색의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 그리고 이번 ‘휴가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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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고백, <잊기 좋은 이름>
출처: 알라딘
<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바깥은 여름> 등의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애란 작가의 첫 번째 산문집입니다. 작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이름들’, 즉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물론 그 사람들에는 그녀 자신도 포함되어 있어요. 이 책은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니까요. 물론 타인을 묘사하는 문장에서도 작가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특유의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거든요.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 ‘나를 부른 이름’은 작가의 성장담이 가득하고, 2부 ‘너와 부른 이름’은 동료 문인들의 개성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은 여행과 인생에 대한 기록들인 만큼 여행지에서는 3부부터 읽는 것도 좋겠네요.
김애란 작가의 삶에 대한 진득한 성찰과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나를 둘러싼 여행지 풍경이 좀 더 친밀하게 느껴질 거예요. 떠나온 일상 속의 풍경과 사람들이 보다 애틋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휴가 일정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할 무렵 읽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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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퀴어 서사, <대도시의 사랑법>
출처: 알라딘
전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로 많은 인기를 얻었죠. 한국 퀴어 문학을 대표하는 박상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이 책은 출간 소식만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무려 출간 일주일 만에 4쇄를 찍었다고 해요. 또한 책에 실린 중편소설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작가에게 젊은작가상 대상까지 안겨줬죠. 그야말로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젊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수상작에서 말기 암 환자인 엄마를 간병하는 주인공 ‘영’과 운동권 출신 남성의 사랑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담아내는 한편, ‘재희’에서는 이성애자 여성 재희와 동성애자 남성의 우정을 다룹니다. 하나로 이어지는 연작인 ‘대도시의 사랑법’과 ‘늦은 우기의 바캉스’도 눈에 띄는 작품인데요. ‘슬픔’과 ‘발랄함’이라는, 언뜻 봤을 때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가 각각의 작품들을 연결하고 있어요. 세련된 문체로 그려지는 청춘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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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그로테스크한 내면이라니, <아일린>
출처: 알라딘
황폐하고, 어둡고, 때로는 오싹합니다. 한겨울 얼어붙은 지하실에 들어갔을 때 이런 느낌이 들까요? 작가 오테사 모시페그는 소설 속 주인공, ‘아일린’의 내면으로 우리를 거침없이 이끕니다. 주인공 아일린은 미국 보스턴 외곽의 소년원 비서로, 언뜻 바라보기엔 무척 평범한 젊은 여성입니다. 책의 첫 문장에서 그녀 스스로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나는 당신이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겼었다.
하지만 독자가 그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와 독대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지죠. 짝사랑하는 교도관을 스토킹하고, 가게에서 정기적으로 물건을 훔치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망상을 합니다. 페이지를 넘기며 겨우 이 캐릭터에 적응(?)하려나 싶은 순간, 소년원 교육국장 ‘리베카’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한 전환을 맞습니다. 아름답고 밝은 리베카는 아일린에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다가갑니다.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아일린에게 이것은 일대 사건이지요. 크리스마스이브를 같이 보내자는 제안을 받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밝혀지는 진실 속에 아일린의 행복감은 산산이 부서져 버립니다.
쉽사리 잊을 수 없는 내면의 소유자 ‘아일린’을 따라 충격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께 이 소설을 권합니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싸늘하게 식혀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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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와 하나가 되다, <진이, 지니>
출처: 알라딘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이후 3년 만이죠. 다양한 작품이 20여 개국에서 출판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정유정 작가의 신작입니다.
유인원 사육사인 진이는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향합니다. 현장에서 진이를 기다리던 동물은 다름 아닌 ‘보노보’였습니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를 지닌 동물이죠. 보노보를 무사히 구조한 뒤 차에 올라타 ‘지니’라는 이름을 붙여주던 찰나. 차 앞으로 고라니가 뛰어들며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때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진이’의 영혼이 ‘지니’의 몸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지나친 판타지적 설정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정유정 작가는 엄청난 필력으로 진이, 지니의 여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만듭니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 전개, 쭉쭉 읽히는 가독성,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이 세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 싶으신 분들에게 <진이, 지니>를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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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달콤한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출처: 알라딘
휴가란 어쩌면 인생의 디저트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휴식과 즐거움 속에 머무는, 인생의 가장 달콤한 순간이잖아요.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는 그 순간을 더욱 달달하게 만들어줄 에세이집입니다. 작가가 지금까지 먹어온 수많은 디저트, 그리고 그에 얽힌 추억을 담백하게 엮어냈어요. 핫초코·복숭아 병조림·초코소라빵 등 듣기만 해도 입 안 가득 단맛이 퍼지는 디저트부터, 번데기·땅콩버터·엿처럼 어릴 적 향수가 느껴지는 디저트까지. 달콤함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했던 작가의 추억들이 가득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떼어먹듯(?) 읽기 좋은 책이에요. 먼 길을 떠나기 앞서 달달한 간식을 챙기듯이, 여행지에 한 권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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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한 페이지를 ‘책’으로 채우다
복잡한 생각은 비우고, 지친 마음은 채우는 시간이 바로 휴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만큼 휴가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도 없을 거예요. 즐거운 상상과 고요한 사유를 통해 리프레시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이번 여름휴가는 책과 함께 심신을 재충전하시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