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에서 출발한 ‘덕투일치’의 즐거움: 아트 컬렉터 이지혜

Story/효성

 

글. 이미선

사진. 한수정

 

‘덕후’ 열풍이 미술시장에 착륙했다. 취미로 수집한 아트 토이, 미술품이 핫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신 중! 내가 좋아서 즐기던 취미 생활이 재테크이자 직업이 된 이지혜 아트 컬렉터의 반전 스토리가 놀랍다.


Q. 대학 시절부터 미술 작품을 좋아했고 현재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영 컬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덕질’과 ‘투자’를 동시에 하는 덕투일치에 성공했나?

 

대학 시절 무용을 전공하며 늘 바쁘게 살았다. 한번은 미술관에 갔는데 정적인 공간에서 그림을 보는 것이 정말 좋았다. ‘슈퍼 덕후 DNA’가 있는지라 그 후 ‘미국 미술관에 깃발 꽂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세계 미술관들을 섭렵했다. 그러다 스페인 마드리드미술관에서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고야의 <1808년€5월€3일의 학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무용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던 것이다. 이후 부동산 시행 및 마케팅 업계에 몸담으며 계속해서 취미로 미술품을 관람했는데, 알면 알수록 부동산과 미술품의 공통점이 보였다. 특히 무용이나 음악과 달리 미술품은 유일하게 ‘거래’가 가능한 실재적 예술이었다. 15년 동안 내가 좋아서 즐기던 취미 생활이 재테크 수단이자 또 하나의 직업이 됐다.

 

 

Q. 최근 MZ세대들이 왜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게 됐을까?

 

코로나19가 전환점이 됐다고 본다. 직접 눈으로 봐야 하는 미술품의 특징 때문에 미술품 유통은 오랫동안 오프라인 시장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이 온라인 페어를 열자 변화가 급물살을 탔다. MZ세대들은 입지가 탄탄한 작가의 미술품을 우량주로 이해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 앤 리치(Young & Rich)의 표상인 유명인들이 미술품을 수집하며 미술시장의 그래프를 바꾸고 있다. 시니어 컬렉터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영 컬렉터들은 미술품을 자신의 취향과 지성,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영 컬렉터들의 등장으로 미술시장의 작가풀이 다양해진 것은 분명하다.

 

 

Q. 요즘 미술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NFT와 미술품 분할 소유권 투자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81년생 컴퓨터 공학도 비플(Beeple)의 NFT 그림이 785억 원에 낙찰되며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다.

 

2021년 3월, 비플이 자신의 NFT를 성공적으로 판매한 직후 ‘미래의 예술은 벽에 거는 고정된 작품으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200년 뒤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을 동굴 벽화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시장의 노른자 위에 안착한 NFT는 화폐라기보다 기념주화에 더 가까우며 ‘단 하나의 원본’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는 NFT 작품은 최초 발행자의 정보와 함께 거래 이력이 마치 족보처럼 블록체인으로 기록돼 미술시장의 취약점으로 존재하는 ‘위작 논란’을 한 번에 잠재울 수도 있다. 아트 컬렉터 입문자들에게는 미술품 분할 소유권을 뜻하는 조각 투자도 인기다. 블루칩 작가인 카우스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구매하면 거금을 들이지 않고도 유명 작품의 소장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1조각만 살 수도 있고, 단돈 1,000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이처럼 NFT와 조각 투자는 미술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Q. 컬렉션을 할 때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은 안목’이라고 했다. ‘득템력’을 높이는 노하우가 궁금하다.

 

작품을 컬렉션하는 것은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많이 보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다. 목적과 취향은 달라도 유명 컬렉터들이 작품을 평가하는 눈은 신기할 정도로 흡사하다. 또한 환금성을 위해 나의 선호도뿐 아니라 시장의 선호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미술시장에서는 거실 소파 위에 걸어두기 좋은 30~40호 크기 작품이 거래가 많고, 같은 크기여도 작가의 전성기 시절 작품을 선호한다. 첫 작품에서 인생작을 발굴하려 하기보다 부담 없는 작품을 일단 구입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을 오래 감상만 해온 사람과 직접 소장해본 사람은 정말 다르다. 그림의 값을 지불하는 열정과 용기를 통해 배우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Q. 덕후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우리에게 쓸데없는 취미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노 신사분이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오르거나 주목받는 작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괜찮아요. 그 그림은 10년 동안 나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컬렉터로서 감명을 받았다. 컬렉터에게 안목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작품의 시장가치가 하락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 모든 성공의 원칙이 그러하듯 미술품 투자 역시 그 근본은 ‘애정’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생 시절부터 미술은 짝사랑 상대처럼 늘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 힘은 나를 한발 앞으로 내딛게 만드는 열정이 됐다. 무언가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데서 얻는 힘을 여러분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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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작가를 눈여겨보자! 아트 토이

20~30만 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작가의 입지가 상승할 때마다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 환금성이 좋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매달 새로운 아트 토이들이 발매되고 있고, 최근 카우스가 새로운 시리즈 ‘패밀리’를 선보였다. 에드거 플랜즈, 타이드, 로비 드위 안토노의 작품들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심 있는 작가의 SNS를 팔로어해두면 미술시장의 변화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거장의 판화를 공략하자! 미술품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100만 원대로 구입하는 방법은 판화다. 판화는 복제품이지만 작가가 직접 제작하거나 제작에 참여했고, 작품의 발행 총량과 시리얼 넘버 그리고 작가의 서명이 있다는 점에서 포스터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최근 판화의 제작 기법이 더욱 세밀하고 정교해지면서 원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자! NFT

이제는 미술품을 ‘실물 작품’과 ‘NFT 작품’으로 구분해서 칭해야 할 정도로 미술시장에서 NFT는 뜨거운 주제가 됐다. 또한 다양한 작가들이 NFT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시장이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갤럭시아메타버스의 메타갤럭시아 등 NFT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NFT의 활용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NFT는 가장 눈부신 비전을 품은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