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왜 ‘워너비’가 됐을까? MZ세대를 사로잡은 시니어 열풍

Story/효성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사진 출처. abc 방송, 판씨네마㈜, tvN <나빌레라> 홈페이지, ‘밀라논나’ 유튜브 채널 캡처

 

 

-
나다움의 가치로 ‘윤며들다’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기생충>이었다면, 올해 그 주인공 은 단연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입니다. MZ세대 사이에서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윤여정은 한마디로 ‘쿨’한 어르신이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고상한 척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나를 인정해줬다”는 농담으로 전 세계인들을 웃게 만들었던 그 말 속에는 상을 받는다고 해도 ‘할 말은 하는’ 그의 쿨한 면모가 묻어납니다. 하지만 그런 직설어법에도 상대방을 기분 나쁘지 않게 하고 웃게 만드는 건 삶의 자신감과 여유에서 나오는 유머입니다.

 

 

그는 <미나리>로 무수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것이 경쟁에서 이긴 게 아니라고 강변합니다. 또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외신 기자의 이야기에 “고맙지만 저는 그저 제 자신”이라고 말함으로써 비교나 경쟁이 아닌 ‘나다움’의 가치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돈이 안 되도’ 자기만의 뚜렷한 소신을 갖고 하고픈 작품을 하는 걸 스스로 ‘사치’라 말하며, 무한 경쟁 현실에서 ‘나다움’의 가치를 얘기하는 쿨한 어른. 바로 MZ세대들이 ‘윤며들게’ 되는 이유입니다.

 

 

-
여전히 꿈을 꾸는 워너비 시니어

 

 

윤여정 같은 시니어들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즘.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칠순의 나이에 발레에 도전한 심덕출이라는 인물도 그중 한 명입니다. 칠순에도 여전히 꿈에 도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나 어른 아냐. 그깟 나이가 뭐 대수라고. 전요. 요즘 애들한테 해줄 말이 없어요. 미안해서요. 열심히 살면 된다고 가르쳤는데 이 세상이 안 그래.” 드라마 속 심덕출이라는 어르신이 청춘들에게 전하는 사과가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그 소통의 자세 때문입니다. 어르신이라고 하면 마치 ‘불통’의 대명사, 나아가 ‘꼰대’로 불리는 현실 속에서 이런 인물은 젊은 세대들도 그렇게 늙어 가고픈 ‘워너비’의 본보기를 보여줍니다. 물론 그 쉽지 않은 발레 연기에 도전한 박인환 배우 역시.

 

 

-
‘꼰대’ 아닌 닮고 싶은 멘토가 되다

 

MZ세대들이 열광하는 시니어의 특징은 도전하고 소통한다는 점입니다. 시니어 유튜버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 시니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 역시 젊은 세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016년 치매를 조심하라는 의사 소견에 손녀와 함께 유튜버를 시작한 박막례 할머니는 답답한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일갈로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았다. 또 밀라논나는 ‘논나의 아.지.트.’라는 코너를 통해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죠. 이들은 우리 시대가 바라는 어르신상으로 주목받습니다.

 

 

‘꼰대’로 불리던 부정적인 어른의 모습에서 벗어나, 탈권위적이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려는 어르신의 모습. 젊은 세대는 이 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 하죠. 이러한 시니어들의 삶 이 노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