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의 공감인터뷰] '1만 시간의 법칙'이 다름을 낳다

Story/효성

 

 

 

 

 

 

 

 

미국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는 714개의 홈런으로 1976년까지 세계 최고 기록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그가 자그만치 1,330번이나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했다는 사실을. 714개의 홈런을 위한 1,330개의 삼진이 쌓였던 시간! 그 순간이 없었다면 분명 홈런왕은 존재할 수 없었다. 어디 야구뿐일까.

 

미켈란젤로는 “내가 거장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안다면, 사람들은 나를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산악인 엄홍길은 ‘14좌+2’를 완등하기 전까지 히말라야 8,000m급 이상 거봉에 38번 도전했고 18번 실패했다.

 

 

 

 

정상을 오른 누군가의 이야기엔 늘 그렇게 실패의 시간이 있다. 다만 여기서의 실패는 결과로서의 실패가 아니다. 그래서 실패가 아니라 ‘시간’에 방점이 찍힌다고 말하는 이가 매일경제신문 이상훈 기자다. 그의 <1만 시간의 법칙>의 핵심이다.

 


“기자 생활 10년쯤 되니까, 취재하면서 만나는 성공한 이들에게서 공통된 특징과 성공 비결이 보이더라고요. 일반인과 뭔가 다른데 그게 재능만은 아닌 것 같고… 궁금해서 살폈더니 핵심은 ‘시간’이었어요.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쌓아 만든 1만 시간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성공이라는 게 흥미로웠어요.”

 

 

 

 

 

 

 

서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이상훈 기자는 IMF 경제위기로 어수선한 1998년에 연합뉴스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밤낮없이 뛰어다닌 13년 동안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비로소 기자가 됐다. 글을 쓰는 것만도 아니고 사실만 전달하는 것도 아닌, 상황을 파악한 뒤 다르게 조망하는 게 가능해졌다.

 

“초년병 시절에는 사건 사고 기사를 담당했죠. 처음 5개월 정도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경찰과 함께 현장을 직접 가서 보고 취재했어요. 몸도 힘들지만 모멸감도 대단했고 공포감마저 있던 시절을 5년쯤 지내니 일도 재밌고 글 쓰는 것도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이상훈 기자가 5년 동안 쌓은 고단했던 그 시절은 이후 <1만 시간의 법칙>의 토대가 됐다. 이 기자 역시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전문가로 거듭났던 것. 포기하고 싶은 두려운 순간을 성실함으로 채색하는 동안 뒷심을 얻은 그는, 누구에게나 지반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선순환의 시작점인 좋아하는 뭔가와 만날 수 있어서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통설은 열심히 할 만큼의 뭔가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죠. 그렇다면 뭘 오랫동안 열심히 할 것이냐, 그게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에요. 물론 한 번에 찾아지는 건 아니죠. 첫눈에 반하는 건 없어요. 해봐야 아는 거예요. 끈기를 가지고 동기가 생길 때까지. 모순이지만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역시 시간을 들여야 아는 거예요.”


책을 읽고 이메일을 보낸 숱한 사람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하는 하소연에 그도 처음엔 열심히 찾아보면 나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후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뭐든 해봐야 호불호를 알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달은 것. 생각과 직관만으로 좋은 것을 단숨에 찾게 되리라는 건 아동기 수준의 환상일 뿐이었다.

 

 

 

 

 

 

 

선순환을 찾지 못하면 ‘싫어함, 지루한 반복, 무기력’의 악순환 법칙으로 타성에 젖게 마련. 대개의 사람이 부박한 일상을 꾸리는 건 사실 돈과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이 악순환을 선택한 결과다. 고리를 끊으려면 이제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선순환은 물론이요 경쟁력을 얻는 ‘다름’. 강덕수 STX 회장의 성공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강덕수 회장은 월급쟁이 출신이에요. 25년 정도 쌍용에서 근무했는데 회사가 망했죠. 그냥 퇴직금 왕창 받고 그만둬도 되는데, 강 회장은 다르게 선택했어요. 회사를 살리기로 결심하고 퇴직금과 전 재산을 털어서 회사를 넘겨받았어요.”

 

 

그는 자기 자신을 믿었다. 오랫동안 근무해온 회사를 믿었고 함께 동고동락한 직원을 믿었다. 그에겐 오랜 회사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었다. 이제는 제일 잘할뿐더러 좋아하는 일이기도 한데 이렇게 좋은 직업, 직장을 누군가 때문에 접을 이유가 없었다. 쌍용양회에서 쌍용중공업, 또 STX로 바뀌는 동안 강 회장은 모든 월급쟁이의 꿈이 됐다.


“중학교 선생님이던 분이 학교정책실장(차관보)까지 올라가신 경우도 있는데, 교사 출신으론 대단한 일이에요. 교사 출신이 교육부 연구관으로 2~3년 근무하면 이후 교감이나 교장으로 발령받거든요. 한데 이분은 교육부에 남는 게 더 많은 변화를 가질 수 있겠더래요. 선생님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소신 때문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셨던 거죠.”


솔직히 다른 선택은 무서운 법.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우리’를 중요시하는 나라에선 ‘다름’은 이단아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이전에는 없던 길을 낸다. 그러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자기만의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기자가 오랜 기자 생활에서 얻은 통찰이다.


“다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두려운 거예요. 하지만 두려움을 살짝 넘어가면 빛이 나요. 다르지 않으면 빛이 날 일이 없잖아요. 다만 다르게 선택할 때는 객기를 조심해야 돼요.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좋아하는 것이라면 금상첨화겠죠. 그러니 이제부터 1년쯤 꾸준히 투자해보세요, 이제와 다른 것, 자기 자신을 들뜨게 하는 즐거운 것에요.” 

이상훈 기자는 웹진 <Hyosung Town> 5월호 ‘아나바다’ 나눔 경매를 위해 직접 사인한 책 <1만 시간의 법칙>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