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기업들 ⑤ 시대를 초월한 함부르크 상인 클럽 디 한세(Die Hanse)

Story/효성

 

글. 홍하상(전국경제인연합회 교수, 작가)

 

“뮌헨 사람들은 밍크 목도리를 겉에다 두르고 함부르크 사람들은 옷 속에 두른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잘산다는 함부르크가 상인의 도시답게 실속을 잘 챙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개성이 잘 드러나는 표현이 또 있는데 ‘한자적인(Hanseatisch)’이라는 단어가 그것이죠. ‘한자동맹 (도시)의, (한자동맹의 시민처럼) 침착함’을 뜻하는 말로, 한자동맹에 소속된 상인 도시 사람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입니다. 한자적인 사람은 나서기를 싫어하며 상황을 끝까지 주시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상인으로서의 노련함과 철저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함부르크에는 600년 전통의 상인 클럽이 있습니다. 이 클럽의 이름은 디 한세(Die Hanse), 즉 ‘한자동맹’이라는 뜻으로 600년 전 한자동맹이 본격화될 무렵에 출범해 독일의 함부르크를 비롯한 10여 개 도시와 덴마크, 스웨덴의 10여 개 도시들이 지금까지 서로 우의를 다지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기업 회원이 약 1,000명에 달하는 이 클럽에는 다섯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➊ 신의를 지킨다.
➋ 개방된 자세로 사업에 임한다.
➌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➍ 돈을 벌면 그 돈으로 사회봉사를 한다.*
➎ 사회, 경제 질서 유지에 책임을 다하며 매점매석, 폭리 등 상인으로서 어긋난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늘날 함부르크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자선 재단이 있는데 상인들은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장애인, 빈민층, 문화 예술 산업에 수백 년 전부터 기부해왔다.


 

 

유럽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독일만 하더라도 800개가 넘죠. 수백 년 동안 고객의 가치를 위해 자신들만의 규칙을 지켜온 디 한세처럼 독일의 많은 기업들 역시 고객에게 신용으로 승부하고 이는 곧 제품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함부르크의 경우 상인의 도시답게 시의회 의원 대부분이 상인입니다. 또 도시 곳곳에는 상인 정신이 넘쳐나죠. 자존심이 매우 센 상인들은 황제나 성주에게도 무릎을 꿇는 인사는 절대 하지 않았을 정도. 그러나 고객에게만큼은 무릎을 꿇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바로 향후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