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C] 협동을 넘어 협치로! 구성원 모두가 PM이 되는 ‘거버넌스’

Story/효성


「지방의원 거버넌스 집중 워크숍 개최」

「AI시대에 맞는 개인정보 거버넌스는?」

「“물 갈등 해결 위한 통합 거버넌스 구축해야”」

「‘생활폐기물 최적 처리’ 거버넌스로 해법 찾는다」

「“다양한 공공서비스 연계·협력 추진, 탄탄한 복지거버넌스 구축”」


최근 게재된 온라인 기사 제목들입니다. 지방의원들이 거버넌스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고, AI시대에 걸맞은 개인정보 거버넌스가 논의되는가 하면, 물 갈등 및 생활폐기물 처리에도 거버넌스가 언급되며, 공공서비스 영역 또한 거버넌스와 연결되고 있군요. 헤드라인만 훑어봐도, 거버넌스라는 게 얼마나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것인지 짐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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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팔로워 구분이 없는 체제, 거버넌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주어진 자원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협동’ 혹은 ‘협력’의 개념과 유사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거버넌스는 단지 함께 움직이고 힘을 합치는 차원이 아닙니다. 구성원 혹은 구성 집단의 보다 강한 능동성을 필요로 하죠. 그 능동성이란 자치권을 의미합니다. 즉, 모든 이가 협동하고 협력하여 자치권을 행사하는 체제! 이것이 거버넌스의 기본 개념입니다. 그래서 종종 ‘협치(協治)’라고 번역되기도 하죠. 좀더 구체적인 용어 풀이를 참고해보겠습니다.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정치학에서 다음과 같은 속성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결정권자가 없는 집합적 행동

· 국가를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정책 입안

· 공적 행위자와 민간 행위자 간의 협력

· 민간의 협조적인 자기 조절

_ 인용 출처: 시민참여연구센터 뉴스레터 제38호



위 4가지 속성들을 하나로 이으면 이러한 문장이 될 텐데요. ‘공적 행위자와 민간 행위자가 국가의 최종 결정이 아닌 자신들의 판단을 통해 정책 입안과 같은 집합적 행동을 하는 것.’ 간단히 말해, 리더/팔로워 구분 없이 구성원 전원이 관리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회사에 비유하자면, 최종 결재·컨펌 라인을 두지 않고 직원 각자가 PM(Project Manager)으로서 일하는 셈이죠.

 

특정 이슈 혹은 지역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연결! 거버넌스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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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공원을 시민 공원으로 바꾼 거버넌스


거버넌스를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Bryant Park) 얘기인데요. 30여 년 전 이곳은 악명 높은 우범 지대였습니다. 당연히 일반 시민들의 발길은 끊겼고, 상권은 점차 쇠퇴했으며, 뉴욕시는 재정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도심 낙후화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이를 개선할 자금도 전문 인력도 시 당국엔 부족했죠.


그러나 오늘날, 브라이언트 공원은 뉴욕 시민들의 쉼터가 돼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한 데에는 ‘지역 거버넌스’의 힘이 컸는데요. ‘BID(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라는 민간 주도형 거버넌스 제도가 도입되면서 공원은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시민들 사이에서 ‘오피스 오아시스(office oasis)’라고도 불리는 브라이언트 공원 | 출처: Wikipedia


BID란, 특정 지역 내 재산가들과 상인들이 주도하는 일종의 거버넌스형 재정 관리 기구입니다. 브라이언트 공원 BID의 경우, 민간이 직접 도시재생(도시디자인) 계획에 참여하고, 지역 건물주들의 재산세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방식이었습니다. 실제 세금 징수는 뉴욕시가 담당했지만 그 관리는 민간이 맡았고, 징수된 세금 전액은 BID 기금으로만 활용되었죠. 지역민 각자가 PM으로서 ‘브라이언트 공원 살리기’ 프로젝트를 완수해낸 셈입니다.



(···) BID는 지역행정의 적극적 개입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여러 단체가 협력된 민관 파트너십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아 도시문제의 실천적 해결방안을 고안하고, 지역 여건을 반영한 능률적인 프로세스를 선택하여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_ 인용 출처: 이운용 저 「미국의 도시재생수법으로서 BID」(한국도시설계학회지 『도시설계』 제31호 수록 논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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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거버넌스


앞서 살펴봤던 기사 제목들처럼, 거버넌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트 공원 사례와 같은 도시재생을 비롯해, IT, 금융, 보안, 친환경, 직장 내 조직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죠. 거버넌스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특정 이슈의 이해 당사자 및 전문가들이 직접 솔루션을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민’이 수행사’, ‘관’이 발주사인 수직 구조가 아니라, 민관 양쪽이 동등하게 소통하는 수평 구조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번 ‘E정도는 R아야 할 C사, E·R·C’에선 거버넌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편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법안’이라 불리며 현재 활발히 개정 논의 중인 ICT 관련법들을 ‘순삭’ 정리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