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하상욱 시인이 전하는 일상 속 재미 찾기

2018. 8. 17. 16:50



시집 <서울시>와 <서울시2>의 연이은 성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하상욱. SNS에서 10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은 공감의 달인에게 일상의 즐거움 그리고 행복에 대해 들었습니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위로와 공감의 시인


‘다 쓴 치약’을 두고 “끝이 어딜까 너의 잠재력”이라 상상하고, ‘군대 얘기’를 꼬집어 “조작된 역사, 과장된 신화”라고 풍자하는 SNS 시인 하상욱.


제목을 읽은 후 새롭게 해석되는 중의적 맥락이 킬링 포인트입니다. 허를 찔렸는데도 아프지 않은 그의 시는 위로이거나 위안인데요. 속보이는 재치라고 치부하다가도 몇 날을 곱씹기도 합니다. 지나치기 쉬운 상황과 사물을 잇고 엮어 의미를 건네는 그는 어쩌면 공감을 낚아채는 귀재가 아닐까 생각도 들죠. 아마도 작은 것에서 위안과 즐거움을 얻는 ‘소확행’에 능하겠지 가늠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소확행은 때로 너무 가슴 아픈 말처럼 들려요. 큰 행복을 포기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거든요.”





하상욱은 소확행이 현실에 안주하기 위한 포기의 의미가 아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어요. 다소 진지한 답변을 한 이유는 어쩌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다 포기했던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그림만 그렸던 10대의 하상욱은 만화가가 되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해요. 1,000권도 넘는 만화책이 집 안에 널브러져 있었고 누구도 그의 꿈을 방해하지 않았는데 한순간 그만뒀다고 밝혔어요. 


“제 만화는 제가 봐도 재미없더라고요. 스토리 없이 그림으로 승부할 만큼 끝내주는 실력도 아니고. 경쟁력 없이 어쩌겠어요. 하지만 슬프진 않았어요.”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고 10년 동안 매달렸던 꿈을 포기한 하상욱 시인이지만 그것을 실패, 혹은 좌절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변화를 위한 포기’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즐거운 소통, 노력이 따르는 시 쓰기


그럭저럭 나오던 성적과 그림이란 재능으로 합격 가능한 ‘디자인과’를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요.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해 아주 오랫동안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9년째 되는 해 졸업을 한 그는 바로 IT 업계에서 취직해 웹과 앱 디자인을 하며 4년이 흘렀을 때 문득 책을 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취미로도 끄적거린 적 없던 시를 쓰고 뚝딱뚝딱 디자인해서 전자책을 만들었고, 마침 전자책 서비스 사이트에서 일할 때라 무료로 올려놨습니다.


“누가 볼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보지도 않을 책을 왜 출판했냐고요? 그냥요. 이유가 없어요. 이유가 있었다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그냥 하고 싶었고 그래서 한 거죠. 그걸 누군가가 온라인 게시판에 올렸는데 유머 사이트, 커뮤니티, SNS에서 공유되고 화제가 돼서 유명해졌어요.”


사람들은 그의 글에 공감했고, 하상욱은 낯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게 됐습니다. 짧은 글이 던지는 반전과 일탈에 뭇사람들은 그를 용감하거나 제멋대로 자유로울 것이라 상상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발 딛고 선 사회가 가진 통념과 가치관을 깨부수려고 부정하지 않아요. 쉬운 글처럼 보이지만 오랜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인 셈이죠.


“처음 시작할 때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계속 생각하고 고민해요. 한순간 아, 하고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또 즉흥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제 역할입니다.”






 재미는 공부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


직업에 한해서는 부단히 노력하지만 노는 것은 철저히 제멋대로라고 합니다. 낮잠과 게임을 좋아하는 그는 유일한 자신의 소확행을 ‘탕진잼’이라고 귀띔했어요. 옷을 좋아해서 원하는 걸 살 때 제일 기쁘다고요. 뭔가를 만들면서 얻는 스트레스를 쓰면서 푸는 셈인데요. 무엇이건 간에 안전하게 소비할 수 있는 범위보다 20~30%를 더 소비할 때 짜릿함마저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0만 원을 쓸 수 있다면 12만~13만 원을 쓰는 거예요. 감당할 수 있는 두려움을 갖는 소비, 그 짜릿함의 극대화를 느낀다고 할까요. 너무 돈과 소비에만 초점을 두는 것 같지만 저는 종종 생각해요. 무언가에 돈과 시간을 쓴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 아닐까.”


그는 일상에서 재미를 ‘발견’한다는 정의도 꺼린다고 해요. 다양하고 빈번한 재미는 그냥 ‘느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활력도 마찬가지랍니다. 

 

“일상에서 활력을 주는 게 뭐냐고 물어보시곤 하는데 저는 이런 접근 때문에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고, 내가 활력을 찾은 사람인지 어떤지 곱씹고 그래서 불안해지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이상해요. 각자 자신의 즐거움인 걸요. 내가 느끼는 게 맞아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그걸 따르면 돼요.”


“나는 유일해 마치 너처럼”이라며 ‘나’란 사람의 전문가는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는 하상욱 시인.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도 자신이 생각하는 그걸 따르라고 하는 하상욱 시인의 말처럼 일상의 행복과 재미는 내 솔직한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글 | 우승연

사진 | 박해주(Day40 Studio)






화면 상단으로 올라가는 버튼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