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인터뷰] 효성의 원천 기술로 세상의 컬러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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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가가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던 CD PET 연속 중합 공정 기술을 오승택 차장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지난해 4분기 자랑스러운 효성인상의 주역이 됐습니다. 그의 발견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보다 선명하고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컬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요. 세계 섬유 역사의 새 장을 연 그를 연구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CD PET의 비밀을 풀다


이 모든 건 위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나이론폴리에스터원사PU의 대표적 차별화 제품인 CD(Cation Dyeable) PET가 생산 부족 위기에 놓이게 되었거든요. 기존 배치(Batch)형 공정을 통한 연간 생산량이 7,000톤 가량이었지만, 당시 판매량은 8,000톤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CD PET는 일반 PET와 다르게 염색성이 화려하고 선명해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서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었고 중국과 인도가 매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량을 맞추려면 증설이 시급했지만 공정 증설 시 100억 원 이상의 투자비가 예상됐고, 공정은 제조 원가가 비싸고 품질 편차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때마침 울산공장의 운휴 중이던 RE-4 연속 중합 공정 라인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쟁 업체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CD PET 연속 중합 공정’의 실마리를 풀 적임자로 오승택 차장이 선정되며 본격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6개월이 지난 2017년 6월, 울산공장의 연속 중합 공정 라인이 첫 가동을 시작했는데, 대성공이었습니다. 구미공장에서는 해당 중합물로 원사를 생산하며 현재까지 증설 없이 생산량을 키워나가고 있답니다. 오승택 차장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연속 공정의 비밀을 풀어낸 것이죠.





“CD PET는 일반 PET와 다르게 염색성이 화려하고 깊어요. 바로 염색성을 부여하는 공중합 단위체인 DMS(Di Methyl Sulfoisophthalate-sodium salt) 때문입니다. 이 DMS와 PET 중합체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아 연속 공정에 적용하기 어렵죠. 반응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신규 특수 반응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온도, 시간, 함량 등 다양한 공정 조건들을 최적화했습니다. CD PET가 검증을 받으려면 중합 공정 → 중합 물성 → 방사 공정 → 원사 물성 → 원단 물성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해요. CD PET는 특성이 예민해서 중합물이 조금만 잘못돼도 첫 단계의 실걸이조차 안 되는데, 힘들게 만든 중합물로 구미공장에서 방사(紡絲)하고 실이 잘 걸렸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뭐 또 할 거 없습니까?”


생산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에요. 품질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며 공정에서 방사 시 실이 끊어지는 경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CD PET의 고질적 문제였던 이물질 역시 현저하게 줄어들어 팩 주기가 3배 이상 증가, 현장 근무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오승택 차장은 현장 근무자들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계속 자주 봐야 서로 발전하죠. 다른 건 뭐 또 할 거 없습니까?’라고 먼저 묻는 현장을 보신 적 있으세요? 프로젝트가 성공한 후 울산공장 PET중합팀 이상곤 팀장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연구원이 새로운 뭔가를 들고 가면 설익은 재료가 아닌가 의문이 들기 마련일 텐데요, 울산공장 PET중합팀은 프로젝트를 가져갈 때마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고민해주셨어요. 몇 날 며칠씩 함께 밤새우며 조기 정상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주셔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울산공장 PET중합팀과 구미공장분들을 만난 건 가장 큰 행운이었어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 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오승택 차장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담감’이었다고 해요. 모든 시험 과정과 이론을 적용해 자신감은 있었지만, 연속 공정이기에 가동 후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죠. 이런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본연의 업무 원칙인 ‘겸손하게 잘 듣자’, ‘시간이 걸려도 문제 원인부터 찾자’, ‘다치면 아무 소용없다’는 세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것’이에요. 한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다가갈수록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사소한 의견에서도 해결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 데이터, 책, 논문, 특허가 해주는 이야기를 잘 들으려 노력합니다. 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일단 원인을 찾고 나면 정확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실패 확률이 더 낮아집니다. 중합은 300℃ 고온 근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위험 요인이 발생하면 작업을 중단하고 작업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요.”





오승택 차장에게 ‘자랑스러운 효성인상’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는 도전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었고, 아직 공부할 게 많다는 사실과 채워야 할 부분들을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에 ‘칭찬이며 채찍’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요즘 ‘PET 카매트를 나일론 수준에 가깝게 만드는’ 새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세상에 없던 발견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뇌섹남’이지만 그는 사내 밴드 동아리 ‘효뺀’의 리드 보컬이기도 한데요. “올해 두 번째 자선공연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수줍게 전했습니다.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음악으로 따뜻함을 전하는 그가 전진할수록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Thanks to 함께한 성공의 주역들!





"큰 프로젝트를 맡겨주시고 지원해주신 PU장님, 김철수 공장장님, 조복래 상무님 고맙습니다. 각종 보고서와 심의자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고영철 팀장님, 보고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주신 기술원장님, 치열하게 토론해주신 이원 전무님, 김무송 팀장님 이하 중합공정연구1팀 팀원분들, 수상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전략기획팀 조한석 팀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CFD 시뮬레이션과 시험 과정에 큰 도움을 준 이상도 과장님, 연구에 도움을 주신 오성진, 김건성, 김성주 팀장님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실을 만들어주신 구미공장 원병희, 임승은 팀장님, 승환이, 인환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 | 김경민 

사진 | 박해주(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