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인의 <겨울 도시 산책> 2장. 안에서 찾은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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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건물도 많고 탈것도 많은 까닭에, 도시인들은 가만히 있을 때나 이동할 때나 많은 시간을 ‘안’에 머뭅니다. 바깥에 있을 때도, 어딘가의 혹은 무언가의 안―회사 안, 카페 안, 백화점 안, 차 안, 버스 안,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는 중인 경우가 잦고요. 바깥에 나가 ‘있기’보다는 단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깥을 경유하기가 일상인 곳. 이곳에서는 온전히 바깥에서 바깥으로 나도는 시간, ‘산책’이라 부를 만한 시간이 의외로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기 때문에, 도시에서 산책 나가 있는 시간은 나머지 보통의 시간을 잊게도 해줄 만큼 고유성을 갖죠. 집 안이나 사무실 안에서는 찾아지지 않던 생각과 질문과 답 들이, 산책 나가 있는 동안 바지 호주머니 같은 데에서 손에 쥐어지는 일도 있고 말이에요. 



마음은 늘, 안에서 바깥으로 향하고




 이 계절을 선명히 느껴보는 시간, 산책 


많은 도시인들이 밥을 참 빨리 먹는 것 같아요. 해치운다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빨리 먹죠. 밥은 천천하게 조금씩 먹어야 몸 곳곳에 스며들 수 있는데, 급하게 많이 떠서 삼킨 밥은 좁다란 위장을 비집어 파고들어가 탈을 일으키기도 하죠. 그래서 급체하는 일도 다반사고요.(^^;)


밥뿐만 아니라 큰일도 해치우고 작은 일도 해치우고 돈 계산도 해치우고 이사도 해치우고 청소도 해치우고 집들이도 해치우고, ···. 해치울 것들이 너무 많아서, 빨리 해치울수록 많이 해치울 수 있게 된 것이 도시의 일상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급한 것들은 파고들기에 능하고, 천천한 것들은 스며들기를 잘합니다. 계절처럼요. 지금 계절은 겨울인데, 도시의 육중한 건물들이 외부의 찬 공기를 차단하고는 있지만, 계절은 단지 공기만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죠. 그 계절만의 계절다움이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니까요. 그래서 난방 잘되는 사무실 안에서도 겨울은 어렴풋이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산책을 나가면, 이 어렴풋한 것이 선명히 느껴지죠. 계절이 계절답듯, 나 자신의 나다움도 선명해지는 시간. 이런 것이 겨울 도시 산책의 소중함 아닐까요. 

 


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따듯한 사무실에서 겨울은 느껴지고




 회사에 스며든 '바깥'


한자어인 산책(散策)을 직역하면 '책(策)을 흩어지게 하다(散)'라는 의미가 됩니다. '책'이 들어가는 많은 것—계책, 대책, 책무, 책임 등등—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는 뜻일 거예요. 


회사 안에서는 늘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할 일들이 이어지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오래도록 잘 해내려면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가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회사에 산책하러도 온다는 효성인들이 회사에서 산책하기 좋은 장소들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이들은 회사 안에도 ‘바깥’이 스며들어 있음을 발견해낸 도시인들이라 할 수 있죠. 효성인들이 잠깐의 바깥바람을 마시러 나가는 장소, 궁금하지 않으세요? 

 


[마포 본사] 구내 식당 커피숍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 때 커피숍에서 카페인을 딱~~~~ 마셔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까지 더하면 금상첨화~!”

- 꼬마마녀 님 -



[창원 사업장] 1공장 본관 옥상





“업무 시간엔 회사 밖으로 나가긴 부담스러워서, 잠시 잠을 깨거나 휴식을 취할 때는 본관 옥상에서 커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휴식이 된답니다.”

- 종푸이 님 -


공장 내부 곳곳에는 계절마다 꽃이 핀답니다.



[창원 사업장] 효성 1공장에서 3공장 가는 벚꽃나무 길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날려서 그 위를 걸으면 구름 위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들고, 가을에는 단풍이 떨어지며 오묘한 팔레트 위의 색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햇살을 머금은 미소를 느끼게 해줍니다.”

- Truth 님 -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고, 조용한 편이라 강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장소랍니다."

- 궁금한일인 님 -



봄에는 이렇게 벚꽃길이 됩니다.



[창원 사업장] 1공장에서 2공장 사이 '효성로'



1공장에서 2공장 사이의 길도 특별한데요. 바로 효성의 이름을 딴 ‘효성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양 사업장] 안양 연수원 앞마당 및 잉어 연못





“안양 연수원 앞마당이 좋아요~ 잔디밭 옆 연못에 있는 잉어들도 한 번씩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 쵸코 님 -


“상쾌한 공기와 연못에 다가가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잉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 기술짱 님 -



[안양 사업장] 안양공장 운동장





“원한다면 햇빛을 쬐며 걸을 수도 있고, 나무 그늘 아래로 걸을 수도 있습니다. 나무들도 볼 수 있고, 넓은 운동장에서 운동하거나 걷는 것이라 답답하지 않습니다.”

- 편승규 님 -


“10월 말부터 점심식사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하프마라톤에 나가보려는 작은 목표를 세워보았는데요. 운동장 도는 횟수로 운동 거리를 조절할 수 있어 좋더군요. 점심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게 안타까웠는데 작은 목표도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적당한 운동 후에는 자신감도 생기고 활력도 생기는 듯해서 오후 근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

- 김기찬 님 -



[울산 사업장] 공장 한 바퀴



 

울산공장에 산책할 곳.. 그런 거 없습니다. 없다니까요... (어느 효성인의 웃픈 외침)



"울산공장은 산책을 할 공간이 많이 없습니다. 그러나 산책을 향한 저의 의지는 막지 못하죠. 그래서 제직동을 한 바퀴 돌곤 합니다. 제직공정의 경우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냄새가 나거나 머리가 아플 일이 없어요. 귀마개를 하고 째깍째깍 움직이는 제직기들을 바라보면서 한 바퀴 돌면 소화도 되고 마음도 차분해진답니다."

- 꿈쟁잉 님 -




 오후 3시 30분, 회색 코트를 입고


철학자 칸트는 매일 오후 3시 30분이 되면 회색 코트를 입었습니다. 집 근처 보리수 옆길로 산책을 나가기 위해서였죠. 칸트는 일과를 정확히 지키며 평생 살았던 인물로도 유명한데요. 회색 코트를 입고 외출하는 칸트는, 마을 사람들에게 ‘3시 30분’임을 알리는 시보(時報)처럼 여겨졌다고 해요.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바빴을 것 같은 당대 최고 지식인은 어째서 아무 것도 안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날마다 가졌을까요? 자신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온갖 생각들이 머리 아래 온몸으로 잘 스며들도록, 그래서 머리가 가벼워지도록, 천천하게 산책을 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나만의 ‘오후 3시 30분’을 위하여 오늘도―



복잡함 속에 오래 있다 보면, 복잡해 보이지 않는 저 ‘바깥’이 눈에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안에서 저 바깥으로 나가는 일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죠. 이럴 때, 너무 먼 바깥 말고, 칸트의 집 근처 보리수 옆길 정도로만 잠깐 나가 있다 오는 것은 어떨까요? 효성인들이 소개해준 회사의 산책로 정도의 바깥 말입니다. 오후 3시 30분, 회색 코트를 입고 겨울 도시 산책을 나가보시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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