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명견만리] IMF 20주년, 어떠한 위기도 기회로 만드는 효성의 역사

Story/효성



1997년 갑작스레 찾아온 외환 위기로 국가 경제 전체에 가해진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수많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고 국가 부도까지 거론될 지경이었으니까요. 결국 11월 21일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IMF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긴축 재정, 기업 구조 조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IMF 외환 위기가 닥치자 우리회사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종합상사들과 마찬가지로 효성물산이 대규모 적자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다른 계열사들까지 그 피해가 번지기 전에 효성물산을 정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달랐습니다. 공적 비용의 과도한 투여로 인해 국가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자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을 통해 기업들의 자구책을 적극 종용했죠. 우리회사는 신규 자금 조달 길이 막히고 채권자들이 회수 일변도로 나오는 재정 절벽에 직면했습니다.

 

 

우리는 지원을 해도 일방적으로 지원하지는 못합니다. 중공업과 나일론은 좋아요. 물산 하나가 문제인데… 그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효성의 타이틀이 물산에서 시작되었고, 선친인 조홍제 회장의 얼이 깃든 기업인데 그것을 죽이면 도의적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살리려면 다 살리고 죽이려면 다 죽여야 합니다.

-이관우 한일은행장 자서전 <장미와 훈장> 중 

 

 

이처럼 정부를 비롯한 금융권은 기업들의 자구책 강구를 원했고 사재 출연을 강요하거나 다른 계열사가 부실을 떠안더라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길 기대했습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에서 제시한 부채 비율 200%라는 가이드라인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내년 말까지 부채 비율 200%가 넘는 기업은 도태될 겁니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나는 재벌 개혁을 두고 ‘야생마 길들이기’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야생마를 길들이겠다고 처음부터 올라타면 다친다. 울타리를 쳐놓고 조금씩 좁혀가며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부채 비율 200%는 재벌을 옭아매는 담 중에 하나였다.
-이헌재 금융감독원장 저 <위기를 쏘다> 중 

 

 

정부는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경제 회생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우리회사도 이러한 정부 방침에 협조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줄인다는 일념으로 눈물겨운 구조 조정과 4사 합병을 단행했습니다. PG/PU 체제를 도입하고 임직원들이 일치단결해 자기 역할을 충실히 묵묵히 수행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이겨갔습니다. 


IMF 구조 조정의 성공으로 1999년 내외경제신문과 한국기업평가가 주관하는 신기업 경영(CCC; Clean Corporation Club) 멤버로도 선정됐다. 과감한 구조 조정과 자구 노력으로 1,000억 원 가까이 흑자를 낸 것 등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였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경제신문에서 발행하는 종합 경제 주간지 <Economic Review>에서는 2000년 8월 커버스토리로 우리회사를 “성공적인 구조 조정의 모델이자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대표 기업”이라고 부각시켰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통해 우리회사는 오늘날 스판덱스와 타이어보강재 같은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됐으며 중공업, 석유화학 등 여러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효성의 역사 속에는 어떠한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최고 경영진과 임직원의 성공 DNA가 새겨져 있습니다.

 


글 |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