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취해보는 첫사랑 영화 BEST6 해외 편

Story/효성




“봄도 아닌데 꽃향기가 난다.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


신입사원 H씨의 메신저 프로필에는 요즘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답니다. 차태현, 남상미 주연의 영화 <슬로우 비디오>에 나온 명대사라고 하는데요. 주말에 헤어스타일을 바꾸고―흑발의 긴 생머리가 엷은 갈색 글램펌 스타일로 변신, ‘남자 모델들이 뽑은 여자 향수 4가지’라는 잡지 기사에서 봐둔 제품까지 구입했다고 합니다. 신입사원 H씨는 요즘 봄을 타는 중입니다. 


신입사원 H씨에게 갑작스러운 스타일 변신의 이유를 물어보니 주말마다 설렘설렘한 첫사랑 영화에 심취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리스트를 뽑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봄이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 여러분을 위한 첫사랑 영화 Top6 해외 편입니다. 



 1 첫사랑 보존의 법칙, <노트북>


네이버 영화


열입곱 살 남녀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평생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계획대로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삶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오랜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세계에 머물지만, 단 한 순간도 둘을 잇는 끈은 풀어진 적이 없었죠. ‘평생 단 한 사람만을 그리워 하는 것’만큼 절절한 사랑이 또 있을까요. 이 애틋한 판타지, 어른들의 로망이 <노트북>이라는 영화 한 편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주연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첼 맥아덤즈는 실제로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죠. 



 2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 <비포 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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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삼부작은 사랑 영화의 클래식이라 할 만합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여자와 남자가 사랑하고 이별했다가 다시 사랑하는 꿈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1995년부터 2013년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을 똑같은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했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의 첫 만남을 담은 <비포 선라이즈>는 시리즈 중에서 가장 달콤한 작품이랍니다. 남자의 목적지는 비엔나, 여자는 파리행. 그러나 기차 안의 남녀는 한 순간에 서로에게 빠져버리고, 결국 남자는 “나와 함께 비엔나에 내려요”라고 말해버립니다. 비엔나에서의 황홀한 로맨스는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Before Sunrise) 눈부시기만 합니다. 이 작품은 올해 4월 7일 재개봉하기도 했는데요.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이라는 카피가 이 영화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줍니다. 



 3 서로가 서로의 생명이었던 어떤 첫사랑, <안녕, 헤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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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모임에서 만난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집니다. 여자는 호흡기 없이는 숨 쉬기가 힘들고, 남자는 고통스러운 치료 끝에 한쪽 다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자는 남자의 다리가, 남자는 여자의 산소가 되어주죠. 제목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죽음을 향해 가는 어떤 연인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말의 슬픔보다는 과정의 예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데요. 가수 김동률의 <퍼즐>이라는 노래를 수놓는 가사 한 문장. “넌 나에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언제나 한 조각 모자라는 퍼즐처럼 도대체 난 모르겠어.” 맞아요. 사랑에 빠진 남녀가 끊임없이 서로를 궁금해 하는 까닭은, ‘한 조각 모자라는 퍼즐’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것은 ‘결핍’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나름대로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죠. 아픔을 간직한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할 때, 상처는 한 조각 퍼즐이 됩니다. 호흡이 힘든 헤이즐(쉐일린 우들리), 걷기가 불편한 어거스터스(아나셀 엘고트)의 신체적 결함은 둘의 사랑과 함께 서로를 위한 한 조각 퍼즐로 변모하죠. 연인의 상처를 어떻게 어루만져줘야 하는지가 이 영화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에게 감동받으셨다면, 아마도 한동안 OST를 내내 듣게 될지도 몰라요. 



 4 “애기야”의 기원,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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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이 명작은 사랑 영화의 고전이라 할 만합니다. 남자 주인공 릭은 연인 일사를 ‘애기(Kid)’라고 부르는데요. 현실 속 커플이 서로를 ‘애기’라고 애칭하게 된 연원은 어쩌면 이 영화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뿐 아니라 <카사블랑카>는 매력적인 ‘츤데레’ 캐릭터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뚝뚝한 순정파 릭은 어느 날 자신을 떠나버린 일사를 미워하는 척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녀의 새로운 사랑을 지켜줍니다. 우수 어린 눈과 무심한 말투가 매력적인 험프리 보가트는 아마 요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명대사가 많기로도 유명한데요. “한 여자에게 상처받고 온 세상에 복수하는군요”라든지, “그것은 대포 소리였을까, 아니면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였을까” 등등. 감성에 흠뻑 젖기 원하는 분들이라면, 늦은 밤 와인 한 잔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5 잘 지내냐는 절절한 안부,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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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이라면 일본 문호 개방과 함께 개봉한 <러브레터>를 기억하실 겁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삿포로의 설원, 그리고 먼 산을 향해 서 있는 한 여자. “잘 지내고 있나요?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오열하듯 외친 이 안부 인사는 오래도록 많은 관객들의 마음속에 명대사로 남아 있습니다. 가파른 설산에서 눈발처럼 하늘로 떠난 첫사랑을 그리워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함께 여자의 정서는 소녀 시절로부터 멈춰 있죠. 남자의 흔적을 따라 과거로의 풋풋한 여정이 시작되고, 그 끝, 그러니까 남자의 마지막 숨이 어려 있을 그 험준한 산과 마주하며 여자는 자신의 아픔을 토해낸 것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유려한 영상에 실린 OST 또한 감동을 더해줍니다. 때로는 거센 눈보라처럼, 그러다가는 눈 녹은 뒤의 봄 햇살 같은 유려한 멜로디가 관객의 마음 깊이 스며들죠. 겨울 영화의 대명사 같지만, 후지이(나카야마 미호)의 회상 장면은 대부분 봄입니다. 따뜻했다가 시렸다가, 그리고 다시 따뜻해지는, 사랑의 계절 변화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6 7305일간의 첫사랑, <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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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여고생 소루(양영기)와 첸리(막문위)는 콘서트장에 갔다가 한 남자를 보고 동시에 반합니다. 삼각관계의 시작이죠. 어느 날 몸이 안 좋아 첸리가 조퇴하고, 공교롭게도 소루는 그 남자, 호군(금성무)과 조우합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하는 남자. 감수성 풍부했던 여고생은 바람에 실어 보내듯 제 마음을 남자에게 맡기기로 합니다. 소루와 호군의 관계가 깊어질 무렵, 첸리는 부쩍 어두워진 모습입니다. 친구의 마음을 모른 체할 수 없었던 소루는 결국 호군과 이별하기로 하는데요. 어찌어찌 시간은 흘러 11년이 지나버리고, 호군과 첸리는 부부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때 급작스럽게 거둬야 했던 첫사랑의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었죠. 좀 진부한 이야기 같은데도, 어쩔 수 없이 영화 속에 녹아드는 이유는 역시나 ‘첫사랑’ 때문이겠죠. 줄거리만으로 보자면 다소 유치한 면도 있습니다만, 금성무∙양영기 두 주인공의 젊은 시절 청초하고 근사한 외모에 홀리는 것만으로도 영화에 흠뻑 빠져들 거예요. 또한, 여자(소루)의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이 굉장히 서정적이고 가녀립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 그런지 한 여자의 학생 시절부터 중년까지의 감정 묘사를 참 예쁘게 잡았습니다. 



이번 주에 볼 영화 고르셨어요? 첫사랑 영화 해외 편은 국내 편과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추천해드린 영화 관람 전에 주의 사항을 알려드립니다. 봄이지만 옆구리가 심하게 시린 분들은 꼭 평소 관심 있던 분과 함께 보세요. 그리고 연인 분들은 말하지 않아도 함께 보시겠죠? 단 ‘네가 나의 첫사랑이야.’라고 말씀하신 분들만 같이 보세요. 영화 이야기 도중 첫사랑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지면 싸움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P 


화창한 봄날, 봄을 닮은 첫사랑 영화에 마음껏 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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