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이토록 보람찬 하루

Story/효성

 





워낙 외진 곳이라 6.25동란도 빗겨갔다는 조용한 마을, 온양읍 중고산마을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울산공장 효성인들이 모내기 일손을 보태러 온다는 소식에 마을 안쪽에 사는 어르신들까지 모두 마을회관으로 나온 것이죠. 작년보다 얼굴이 환해 보이는데 좋은 일이 생겼느냐, 팔에 난 상처는 어쩌다가 생긴 것이냐, 일할 때는 귀찮더라도 장갑을 꼭 껴야 한다 등등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마을회관 앞이 시끌벅적합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울산공장은 지난 2005년 8월 온양읍 중고산마을과 1사 1촌 자매결연을 맺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두 번, 농번기가 되면 마을을 방문해 일손을 보태고 경로잔치를 지원합니다. 올해로 중고산마을과 인연을 맺은 지 11년, 울산공장 효성인들에게도 벌써 10번째 모내기인 셈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효성 직원들이 모내기를 도와주러 오셨습니다. 돕는 것도 좋지만 너무 힘들지 않게 요령껏 해주세요. 재미를 느낄 만큼만, 그래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생각될 정도만. 그리고 얼굴 너무 그을리면 안 되니까 중간중간 그늘에서 쉬기도 하셔야 합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일손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초보 농사꾼들이 나섰다>



초보 농사꾼들이 뙤약볕에 일하다가 몸이라도 상할까봐 걱정인 중고산마을 박규영 이장의 환영 인사가 정겹습니다. 오늘 일꾼이 필요한 곳은 모두 7가구, 모내기와 밭을 고르는 일이 할당됐습니다. 익숙한 손길로 수건을 한 장씩 챙겨 목에 두르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일손이 필요한 가구의 어르신을 따라 이동합니다. 모내기를 할 논에는 찰랑찰랑 물이 찼고, 볕은 눈부시게 밝습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농사는 밥심으로 짓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중고산마을 박미애 씨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참부터 내오십니다. 군수와 오징어, 죽순 삶은 것에 찐 고구마와 김치가 더해졌습니다. 소박하지만 귀한 음식에는 농촌이 가장 바쁜 시기에 찾아와 도움을 주는 효성인들에 대한 고마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박미애 씨는 누구보다 효성인들을 기다린 사람 중 하나입니다. 몸이 불편한 남편의 몫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효성에는 농사 경험이 있거나 농기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이들이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효성인을 가족처럼 반겨주는 어르신들에 대한 고마움이 이 시간을 더 즐겁게 한다>



효성인들을 기다린 것은 이원득 할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80세가 넘어 허리가 굽었어도 빈 땅을 놀릴 수 없어 소일거리로 고구마 농사를 지으십니다. 밭에 돌을 고르고 이랑을 낸 다음 검은 비닐로 덮으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초보 농부들은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계속되는 삽질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릅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모판을 싣고 일하는 모습이 정겹다>



논둑으로 옮겨놓은 모판을 이앙기에 싣고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기계가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은 직접 손으로 모를 심어 채우고요. 당장은 약해 보이는 모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이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모가 땅 냄새를 맡는다’고 말합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기계가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은 직접 손으로 모를 심으며 풍년을 기원했다>



“능숙한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마음은 다 같습니다. 10년이 넘어 11년째가 되니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농사를 짓는지 알게 됩니다. 몇몇 분과는 봉사활동을 넘어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고요.”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1사 1촌 봉사활동 진행을 담당하는 울산공장 관리팀에서는 점심 식사로 돼지국밥과 순대를 준비했습니다. 과거에는 농가에서 식사를 준비해주기도 했고 주문 도시락을 나눠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는 농가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그만뒀고, 후자는 고된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배가 든든하지 못해 지금처럼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자고로 열심히 일한 다음 나눠 먹는 막걸리 한 잔은 곧 노동요인 법입니다.



울산공장 1사 1촌 일손 돕기

<햇볕은 뜨거웠지만 농사일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효성인들은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울산공장은 1사 1촌뿐 아니라 1사 1교 봉사활동과 1사 1천 정화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산공장 인근의 장생포초등학교와 사택 근처의 옥동초등학교에 학교발전기금을 지원하고, 격월로 태화강 하천정화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적십자봉사단을 통해 지체장애인의 생활도우미를 자처하고, 독거노인의 집수리를 돕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울산공장 효성인들의 이러한 활동이 모내기를 마친 모가 땅 냄새를 맡듯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지역사회와 상생·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미선(자유기고가) 사진 안현지(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