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글로벌 넘버원을 넘어 감동을 향한다

Story/효성



그곳에 열여섯 손연재가 있었습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 선수는 개인종합 3위에 올라 한국 선수 최초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듬해 2011년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개인 종합 11위를 시작으로 가속도를 내더니, 런던올림픽에서는 개인 종합 5위에 올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손연재 선수가 ‘가장 잊을 수 없는 대회’로 꼽는 터키 이즈미르 세계선수권대회는 또 어떤가요. 후프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아시안게임 첫 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최강국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리듬체조 역사에서, 손연재는 가장 많은 한국 최초와 최고 기록을 달성한 이름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대회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손연재 선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체조 선수들의 전설인 나디아 코마네치는 “고된 훈련 때문에 경기가 쉬웠다. 그게 나의 비결이다. 그래서 나는 승리했다”라고 고백했는데요. 손연재 선수는 자신을 다시 도전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네 가지 키워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 상황에서 관객에게 감동까지 준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경지예요. 큰 대회에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면 우선 내가 나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매트 위의 내 마음과 내 동작뿐이니까요. 감동은 결국 순간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매트 위에서 내가 얼마나 나를 만족시키느냐, 얼마만큼 행복하게 준비한 것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경기 당일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어요. 실제로 런던올림픽에서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고 한발 한발 딛는 것 자체가 행복했죠.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경기는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고, 그 만족감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전해지지 않을까요?







결국은 정신력 싸움인 것 같아요. 강한 정신력으로 잘 버텨내느냐가 관건이고, 정신력 싸움에서 승리한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훈련할 때도 같은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도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데, 대회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지금껏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으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최선을 다하자.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저 스스로에게 이야기합니다. 훈련이건 대회에서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부담감도 컸지만 그만큼 강한 의지로 활활 타올랐죠. 좋은 성적을 거두고 보니 기대감이 더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부담감도 늘었지만 원하는 높은 목표를 이루려면 부담감조차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듬체조는 종목 자체가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이 항상 상위권을 지켜왔기 때문에 경쟁하다 보면 외롭기도 해요. 체중 관리도 힘들죠. 훈련 중에는 물만 마셔도 살찌는 기분이어서 훈련을 통해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을 정도의 식사만 하고요. 극복할 것이 많지만 태극기를 달고 나가는 대회인 만큼 최선의 경기를 펼치고 싶어요.







스포츠 선수라서 메달도 중요하고 등수도 중요하지만 ‘매트에서 후회 없는 나만의 연기를 펼쳤는가’가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에요. 연습한 모든 것을 스스로 즐기면서 보여준 대회는 실수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부담감에 몰려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하진 않을 거예요. 리듬체조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후회 없이 정말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꾸준히 노력하고 점점 좋아지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면 운동뿐 아니라 삶에도 선순환이 생겨난다는 걸 알아요. 10년 후의 나에게도 ‘항상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그래서 행복하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경민(자유기고가) 사진 한수정(Day40 Studio) 장소 제공 제니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