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osung Blogger] 모모리의 여행이야기(3) 나랑 친구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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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sung Blogger] 모모리의 여행이야기(3)
나랑 친구 할래?


듣고 또 들어도 가슴 설레는 단어, ‘여행’.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쉽사리 떠나지 못하도록 붙드는 것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시간에 쫓겨서, 몸이 아파서.. 그 중에 하나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요. 좋은 친구 또는 사랑하는 가족과 떠나는 여행, 상상만 해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 하면 여건과 날짜를 맞추어 함께 떠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게다가 계획한 여행이 해외 여행이거나 일정이 길어지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저는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같이 떠나자, 의기투합했던 친구가 휴가를 낼 수 없게 되었고 그렇다고 여행을 접기엔 떠나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홀로 배낭을 꾸리게 되었지요.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처음 마음 정하기가 어려울 뿐 막상 용기를 내어 보니 혼자 하는 여행이라는 것이 그다지 힘들 것도 없었고 오히려 좋은 점도 많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함께 떠나는 여행’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렇다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 오래 전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홀로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친구 없이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기도 하거든요. ‘고독’을 안주 삼아 혼자이기를 고집하며 내내 독불장군처럼 굴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저도 여행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길에서 만나 라오스를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헤어지게 된 거죠. 라오스 이후 그 친구는 캄보디아로, 저는 태국으로. 각자가 계획하고 있는 길이 달랐거든요. 그런데 태국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그 친구가 문 앞에 서 있는 거예요. 캄보디아를 나중으로 미루고 스피드보트로 메콩강을 1박 2일 동안 쉼없이 거슬러 올라왔다는 겁니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요. 우린 태국을 함께 여행했고, 제가 인도로 넘어가면서 다시 헤어지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네팔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제가 1박 2일 동안 험한 산길을 버스로 달려가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그녀를 기다렸죠. 예기치 못한 공항에서의 만남에 기쁨과 놀람의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의 모습의 눈에 선합니다. 지금도 그 친구와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던 사람들이 수십 리 길도 아닌 수백 킬로미터의 험한 길을 달려 서로에게 다가가다니요. 친구가 되었다는 이유로 말이죠. 이렇듯 여행은 사람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점프샷!
       타이머를 맞춰 놓고 찍은 탓에 수십 번을 찍었지만 4명 모두 동시에 점프하는 샷은 건질 수 없었다.]



봄날의 아지랑이가 ‘떠나라’ 귓가에 간질이는 4월이지만 떠날 수 없도록 붙잡는 많은 것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습니다. 만약에 떠날 수 없는 이유가 ‘같이 떠날 친구가 없어서’라면 혼자서라도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여행자,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현지인, 그리고 자연.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여행을 떠날 때 꼭 함께 챙겨야 하는 것은 ‘친구’가 아니라 ‘열린 마음’일 겁니다.



     [떠날 수 없도록 붙잡는 많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엔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여행지가 너무나 많다]
             위: 중국 윈난성에 위치한 남조풍정도 / 아래 : 파키스탄 훈자마을



혹시 어느 날, 수백 킬로미터의 험한 길을 달려 친구를 찾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몸이 녹초가 되고 멀미로 어질어질 해질 지라도 저를 탓하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이 곧 만나게 될 친구는 그 모든 것을 잊게 해 줄 환한 미소로 당신을 맞아줄 테니까. 그것 만으로도 당신은 지금 최고의 여행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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