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기다림. 그 절실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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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앞으로 매월 효성 블로그 가족 여러분들께 영화 이야기를 전해 드릴 설웅부 사원이라고 합니다. 봄의 따스함과 여름의 번성함이 공존하는 5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따뜻한 영화들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전쟁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 콜드 마운틴


 

콜드 마운틴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출처 : 네이버 영화>

 


150년전… 미국 남북전쟁을 앞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조용한 마을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의 목수였던 인만(주드 로 분)은 어느 날 목사 아버지와 함께 이사온 아이다 먼로(니콜 키드먼 분)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두 사람 모두 다소 내성적인 성격 탓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느덧 인만과 아이다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전쟁은 사랑하는 남녀를 갈라놓는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평화와 행복은 곧 다가오는 전쟁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지고, 많은 사람이 이별과 기다림을 겪게 됩니다. 마을의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인만 또한 남부군으로서 전쟁에 참가하게 되고, 아이다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인만을 위해 자신의 사진 한 장을 그에게 건넵니다. 그리고 제대로 전달될지도 모를 편지를 쓰며 서로의 그리움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극복하고 그리운 사람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수단들이 많지 않았던 시기일수록, 기다림이라는 감정의 절실함은 오히려 더욱 크지 않았을까 합니다. 얼핏 그러한 소통의 간격이 지루하고 답답하게 여겨 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간극의 넓이만큼 서로의 감정이 채워지고 성숙해 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약이 있을수록 기다림의 절실함은 커지는 법이다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시련 앞에서 인만과 아이다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파하면서도, 그 고통 끝에 찾아올 만남에 대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온갖 고비를 무릅쓰고 콜드 마운틴으로 걸음을 옮기는 인만, 황폐해 진 마을을 지키며 그를 한결같이 그리는 아이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되새겨 볼 가치가 있는 고귀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거리만큼이나 떨어진 마음을 잇는 메시지, 별의 목소리



별의 목소리

<별의 목소리 ほしのこえ, 출처 : 네이버 영화>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 섬세한 이야기와 작화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작입니다. 2047년이라는 미래 시점을 가정하고 있지만, 작품이 그려내는 주인공의 정서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이자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 또한 갖고 있는 노보루나가미네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서로의 꿈을 위해 잠시 동안의 이별을 하게 됩니다. 노보루는 지구에서 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나가미네는 국제연합 우주군의 파일럿이 되어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물리적인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 작품 후반에는 휴대전화 메일이 편도로 도착하는 데 8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먼 거리는 마음마저 멀어지게 한다

 

 

즉시적 연락 수단의 대명사인 이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마저도, 이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 질수록 그 신속성을 점차 상실하게 되고,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알 수 없는 노이즈의 형태를 띤 소통밖에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작품 마지막에 이르러 노보루와 나가미네가 마치 한 시간, 한 장소에 함께 있는 듯 독백하는 아래의 대사를 통해, 이들은 과거에 공유했던 지극히 짧은 순간의 기억들만으로도 지금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줍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니면 지금 바로 옆에 있을지 모르는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의 소중한 순간 순간을 기록해 보면 어떨까요?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을 기록해 보자

 

 

“여름을 동반한 시원한 비, 가을바람 내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봄 흙의 부드러움.
한밤중 편의점의 평온한 분위기, 방과후의 서늘한 공기.
칠판 지우개의 냄새와 한밤중에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와 소나기 내리는 아스팔트의 냄새…
わたしは ここにいるよ (난 여기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