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경영론] 위기를 느껴라 그리고 변화하라

Story/효성

 

우리나라 최대 기업이 몰락하고 수년 내 제2의 외환 위기가 도래할 것이며, 한중일 3개국의 경제 위기마저 덮쳐 장기 침체를 겪게 되리라는 무시무시한 미래 예측 베스트셀러 <2030 대담한 미래>. 불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화두를 들고 온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최윤식 교수를 만나, 이 확률적 예측에 대비하기 위해 마주해야 할 위기의 실체와 실천 가능한 해법을 듣는다.

 

 

[Ⅰ] 도래할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Q. 미래학이란 무엇입니까? 
 

 

미래학이란 무엇입니까?

 

 

미래학은 말 그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변화의 속도는 어떨지, 변화의 힘이 만들어지면 지역마다 어떤 새로운 변이들이 일어날지… 이런 것에 대해서 현대 미래학에서 쓰는 50여 가지가 넘는 정성적•정량적 방법론을 활용해서 예측하는 미래에 대한 연구죠. 간혹 예언처럼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신데, 그저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할 뿐입니다. 


사실 미래학자는 자신이 예측한 내용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맞힐 수 없는 게 미래라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현재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미래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정보는 그대로 일어나야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경각심을 갖고 위기에 대응해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 셈이죠.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예측해서 예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종종 미래를 왜 그리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오해입니다. 미래학자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미래는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오르막길이냐 내리막길이냐를 분별하고 헤쳐나가기 위한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지 않은 건 미래에 대해서 자꾸 장밋빛 환상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위기에 대응할 기회를 빼앗아버리는 일이니까요.  

 

 

미래학자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

 

 

Q. 교수님의 저서 <2030 대담한 미래>를 보면 부동산, 가계부채 등으로 2016년부터 제2의 외환 위기가 도래하리라고 예측하셨는데, 이 위기를 극복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5년 전에 제2의 외환 위기, 시스템 성장의 한계, 역성장으로 인한 위기를 이야기했습니다. 미래학자가 경고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대로 계속 가면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힘들겠지만 이제부터는 고치자’입니다. 한데 5년이 지난 후인 지금도 전혀 변한 게 없습니다. 오히려 더 나쁜 케이스가 되었죠. 그럼에도 아직은 2~3년이 남았으니 이것마저 놓치면 안 됩니다. 희생을 감수하고 변화를 감행하십시오.

 

 

time for change

 

 

우리의 위기는 한마디로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정치, 경제, 사회, 시민의식 전부 2만 달러 시스템인데, 4만 달러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그에 맞는 비전, 철학, 마인드를 갖추고 직원 역량 역시 재교육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지도자 하나로 바뀌겠지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현대처럼 복잡한 사회 구조에서 뛰어난 정치 지도자나 걸출한 기업인 한 명이 나라 전체를 바꿀 순 없습니다. 개개인이 변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는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겠죠.

 

물론 어렵지만 실천 가능한 일들은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국가나 기업 차원에선 저성장 관련 정책을 펴고 개개인은 자녀에게 쏟아 붓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집값을 줄이고 자녀 교육비를 줄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단순히 그런 차원이 아니라 부의 이동이 바뀌고, 좋은 직업의 기준이 바뀌고,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주거문화가 바뀌고,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변화해야 합니다. 


모든 에너지를 집과 자녀 교육에 올인하던 시대가 아니에요. 잉여 에너지를 만들어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곳으로 다시 투여해야 하는 과정이지 구두쇠처럼 무조건 졸라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런 거시적인 통찰이 미래를 바꿉니다. 

 


Q. 한국 대표 기업인 A기업의 몰락이 5년 안에 시작될 수 있다는 예측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효성도 현재를 위기로 인식하는데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까요? 

 

 

 

기업은 언제나 몰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굳이 A기업의 몰락을 이야기한 것은 그래야 우리나라 모든 기업을 아우를 수 있어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으로 두 개의 폭풍우를 지나면서 생존이 갈릴 것입니다. 첫 번째는 금융 위기이고, 두 번째는 패러다임 이동입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폭풍우를 지난 기업이 주력 사업을 어떻게 바꾸는지가 관건입니다. 이 두 가지 폭풍우가 짧게는 10~15년 안에 일어날 텐데 그 안에 국내 30개 대기업의 절반은 사라지리라고 예측합니다.

 

효성도 예외 없이 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므로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바로 미래형 산업을 구상해야 합니다. A기업을 예로 든다면, 매출 1위가 B품목, 2위가 C품목인데, 3~5년 후 성장의 꼭짓점에 다다를 때 외환 위기와 맞물리면 투자자들은 이 사업구조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할 겁니다. 그때 A기업이 B품목 2위, C품목 3위, 그리고 미래형 산업인 뭔가를 1위로 만든 구조를 보여줘야 합니다. 10년 안에 그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지 못하면 A기업은 노키아와 소니를 비롯해 다른 글로벌 IT기업이 걸었던 길을 걷게 될 거예요. 


효성도 10년 이내에 주력사업을 바꿔야 합니다. 미래형 산업이 무엇인지, 신성장 산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 10년 동안 이미 많은 학자가 그 부분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지금은 전략과 용기, 투자의 싸움이에요. “우리는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요?” 하고 물어보는 건 게으른 겁니다. 


모든 것이 이미 나와 있고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못할 뿐이죠. 주저하지 마시고 한시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이제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할 때입니다.

 


Q. 회사 차원뿐 아니라 종신고용 붕괴와 경제 성장률 저하, 심각한 사회적 갈등 등으로 위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 위기의 시절,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are you prepared?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셨겠지만, 현재 자기 역량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됩니다. 회사가 안 바뀌면 같이 무너질 것이고, 회사가 바뀐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회사 내에서 그리 큰 부가가치가 없을 겁니다. 효성뿐 아니라 현재 기업에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래요. 그래서 회사가 미래형 사업을 얘기할 때 회사가 주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10~20대 때 공부한 실력으로 평생을 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회사도 그렇고 자기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지요. 


더불어 개인의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해요. 30대부터 90세까지 일해야 하니까 60~70년 일해야 합니다. 그중에서 절반은 어떻게든 조직생활을 할 수 있지만 절반은 다릅니다. 조직 없이 개인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에 대한 준비를 지금 시작하십시오. 그래야 은퇴 후에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사실 힘든 일이라는 걸 압니다. 회사가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내 앞가림도 해야 하고 미래도 준비해야 하고. 방법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하는 겁니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사는 사람들의 업이라고 생각하시고 힘들지만 과감히 행동하세요. 한 방에 모든 게 해결되는 ‘One shot, one kill’ 시대는 끝났습니다.


 

[Ⅱ] 미래, 제대로 두려워하라!

 

 

미래학가 최윤식 교수입니다.

 

 

Q. 미래학자처럼 생각하기 위한 최 교수님만의 방법을 효성인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십시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거창한 말이고, 가장 쉬운 건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목표가 생기고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그중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하고, 표면적인 변화를 넘어서 ‘변화의 힘’을 알아내야 하며, 그 ‘힘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종 선택하면 됩니다. 현재 해야 할 일을요.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긴가민가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관심을 기울이면 알게 됩니다. 지난 10년 동안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다양했지만 이제는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다 정해졌어요. 앞으로의 10~20년은 그게 현실이 되는 거죠. 


지금이라도 내가 미래에 대해 관심을 쏟으면 예측은 아니더라도 ‘분별’은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이 60세를 사는 시대인지 100세를 사는 시대인지 혹은 은퇴 후에 내가 자식의 도움을 받으며 살지 아닐지 분별은 한다는 거죠. 그런데도 안 바뀌는 거요? 이제까지 유지해온 삶을 포기하기 싫은 겁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기 싫은 거죠. 더이상 집이 투자 대상이 아닌데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할까요. 이런 혼란은 빨리 끝내는 게 좋습니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다른 방향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연적으로 압니다. 빨리 받아들일수록 나머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통찰이라는 것은 뭔가를 맞추는 게 아니라 깨닫고 행동하는 겁니다. 

 


Q. 효성인이 위기를 준비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Q. 효성인이 위기를 준비하고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효성 직원들은 ‘지금이 왜 위기인가?’ 질문을 던질 거예요. 그러나 임원들은 압니다. 화려할 때, 괜찮다고 얘기할 때가 위기라는 것을. 바다도 큰 폭풍우가 오기 전에 가장 고요한 법이거든요. 멀리 보게 되면 그 위기를 알게 되는 거죠. 위기에 대비해 암초가 어디 있는지 미리 알아야 자연스럽게 큰 틀에서 부드럽게 항로를 돌릴 수 있어요.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요? 위기를 직면하고 두려움을 느껴야 합니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두려움을 덜 느끼고 있어요. 


갖가지 긍정적인 시선으로 위기를 포장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을 제대로 느껴야 변화합니다. 어설픈 위기감이 가장 위험한 미래를 불러옵니다. ‘곧 죽을 것 같은 현실’이 처음엔 공포와 경직으로 다가오지만 이후엔 다른 방법을 받아들이고 의사결정을 바꾸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때문에 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화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에 뭔가 한두 개를 더하는 게 아니라 익숙했던 것을 버리는 것입니다. 버리지 않는 게 버리는 것보다 더 큰 리스크가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도록 만드는 게 리더의 몫입니다.

 

 

  우승연(자유기고가) 사진 박종혁(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