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DNA] 자율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

Story/효성

 

[성공 DNA] 자율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

 

 

에릭 슈미트, 1955~

 

 

에릭 슈미트의 사진입니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2011년까지 구글의 CEO로 활동하다 현재는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슈미트가 구글에 합류한 시점은 2001년. 자바 프로그램 개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 기술자, 노벨의 CEO 등 그간 쌓아온 20여 년의 풍부한 경험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젊은 두 창업자와 함께 구글의 성공 스토리를 써나갔습니다. 그의 노하우는 독특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구글에 없어선 안 될 것이었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46세 때 28세의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채용된 사람입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구글에 저를 고이 모셔온 것이 아니라 채용 당시 세 시간에 달하는 면접 시간을 논전(論戰)으로 채운 뒤 겨우 합격시켰습니다.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엔지니어이고,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 기술책임자이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라이벌 회사인 노벨의 CEO를 역임한 제가 스무 살 가까이 어린 래리와 세르게이에게 채용된 것이지요. 하지만 저 또한 이 시간 동안 래리와 세르게이를 면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당시 야후 같은 포털이 광고를 많이 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이들은 검색 엔진 기능에 집중해 정보를 빨리 찾아 신속히 나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비전에 저의 경영 능력을 보탠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구글에 입사하던 해에 아직 스타트업 기업에 불과한 구글이 높이 날아오르려면 ‘자유’와 동시에 ‘책임’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요즘 젊은 것들은 문제야.’ 하는 말이 있다고 하지요? 잃을 것 없는 젊은이들의 자유롭고 진취적인 도전 정신에 의해 세상이 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진정 자유가 실현되려면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 1998년 창업 후 2001년까지 적자이던 구글이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안정감을 심어줘야 했습니다. 그것을 제가 ‘그림자 리더십’으로 견인했던 것이지요. 비유하자면 래리와 세르게이를 포함해 구글 직원 한 명 한 명은 날아가는 헬륨 풍선들이고 구글은 그 풍선들에 매달린 비행선이며, 저는 그 줄들을 조이고 푸는 조율가였습니다.  

 

 

책임과 자율을 중시하는 구글의 경영 방식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주십시오.

 

 

에릭슈미트가 TURN THEM LOOSE!! 라고 외치는 일러스트입니다.

 

 

CEO가 된 뒤 저는 구글에 열 가지 황금률을 장착했습니다. 열 가지를 일일이 열거하면 지루하실 테니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기업 이념입니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이것이 우리 구글의 모토입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악마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책임에 관한 것으로, 식당, 체육관, 마사지실, 미용실 등 회사가 제공하는 최고의 환경 속에서 직원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전념합니다. 그리고 동료로부터 끊임없이 비판받는 시스템을 통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경쟁합니다.

 

세 번째는 자유에 관한 것으로, ‘창조성을 위한 20% 법칙, 자유롭게 소통하라 그리고 합의를 추구하라.’는 원칙입니다. 구글 직원은 근무 시간의 20%를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뭐든 해도 좋습니다. 즉 좋은 인재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인 셈이죠.

 

 

이런 경영 방식 아래에서 형성된 구글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사무실에서 개를 데려다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구글은 전 세계인이 선망하는 기업 1위입니다. 천국 같은 일터이지요. 가령 아직 한국은 여성이 자녀 걱정으로 회사를 제대로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회사원이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걱정에 회사를 다닐 수 없다고 하면 그 사람은 제정신으로 평가 받기 어려울 겁니다. 구글러는요? 반려견과 함께 출근합니다. 근무 시간에 반려견과 산책을 하든, 잠깐 영화를 보든 아무 상관이 없지요. 굉장한 일터이지요.

 

단, 들어오기가 어렵습니다. 아주 어려워요. 제가 한국에 방문해 서울대에서 강연회를 했을 때 구글의 입사 시험 문제의 예를 보여드렸습니다. ‘당신이 아주 작아져서 믹서에 갇혔고, 그 믹서의 칼날이 나를 갈아버리기 직전이다.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구글은 이런 곤란한 질문에 기발한 답을 할 수 있는 지적이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잘 놀게 내버려두면 이들은 놀라운 것을 해내지요

 

 

멘토와 멘티가 서로 도음을 주고 있는 일러스트입니다.

 

 

저희 구글에는 ‘moma’라는 인트라넷 시스템이 있습니다. 만일 어떤 일을 하다가 특정 능력을 갖춘 사람과의 협력이 필요할 때 서로의 프로필을 검색해볼 수도 있고, 내가 낸 아이디어에 대해 평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올린 아이디어를 두고 투표도 하는데요, 서로 평가하며 협력하고 경쟁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게 하는 내부 구조를 갖춘 셈이지요.

 

또 하나, 구글이 인재를 키우는 핵심 방법은 멘토 시스템인데요, 어떤 프로젝트든지 멘토와 멘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갑니다. 단지 조언에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소스를 찾는 것,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것, 해법을 찾는 것, 평가까지 함께하면서 멘티를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구글은 자율 속에서 구성원이 전문가로 성장하는 기쁨을 자양분 삼아 계속 커나가고 있습니다.  

 

 

자율성이 가져오는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자유롭게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면서 서로에게 시너지효과를 주는 톱니바퀴 일러스트입니다.

 

 

아마 대다수 직업의 세계가 그럴 텐데요, 직장은 돈을 버는 수단이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 삶은 따로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고, 자기 완성을 꿈꾸는 면도 있어요. 직장에서의 삶과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분리되지 않고 직장에서의 성취가 자기 완성과 분리되지 않는 그런 직장이라면 어떨까요?

 

명령을 받고 억지로 일하거나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일하는 것, 그럼으로써 회사와 내가 같이 성장하는 것, 자신의 삶과 회사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을 진심으로 느낀 결과가 개인과 회사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이것이 자율성이 내는 시너지입니다.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효성인들에게 조언 부탁합니다.

 

 

서로서로가 노끔을 잡아 그 노끈이 전구가 된 모습입니다.

 

 

낡지 마십시오. ‘늙지 마십시오’가 아니라 ‘낡지 마십시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얼굴의 주름은 내 몸에 새긴 세월이지요. 세월은 내게 쌓인 경험치이고, 그 경험치는 사람을 노련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둔해지면 그때에는 낡기 시작합니다. 내가 더 이상 다음 세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 혁신은 사라집니다. 지식이 생산력인 시대입니다. 각자의 지식을 갈고 닦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소통하고 협업하세요. 그것만이 회사와 나의 공존을 향한 지름길입니다.

 

글을 쓴 박민미 교수는 대진대학고, 방송대학교, 동국대학교, 경기대학교, 한국철학사상연구회에서 철학, 논리학, 문화 콘텐츠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민미(대진대학교 철학과 외래교수) 일러스트 임성훈 진행 진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