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터뷰] 21세기 영업, 패러다임을 바꿔라!

Story/효성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도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영업력 하나로 승승장구할 수도 몰락할 수도 있다. 허병상 바른고객개발 전략연구소 대표가 이를 정밀한 데이터를 근거로 증명하며 개인과 조직의 운명을 재정립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기업의 혁신과 내부역량 강화 등 쉽지만은 않은 도전에 많은 시사점을 줄 비책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학창시절부터 영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영업이었다는 허병상 바른고객개발 전략연구소 대표는 영업 예찬론자다. 한국존슨앤드존슨에서 영업, 인사담당 부사장을 역임하고 변화관리경영인(Change Leader)을 지낸 그는 1974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11년 만에 임원이 된 인물로 국내외 기업에서 25년간 영업에 몸담았다.

 

 

 

 

거래선은 추가 지원을 얻기 위해 영업사원을 끊임없이 몰아붙인다. 그렇다고 거래선에서 원하는 대로 싸게 팔아야 할까? 안 될 말이다. 영업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간관계’라는 말에도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회사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거래선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회사에서는 이 거래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겠지요. 하지만 거래선은 경쟁사 제품도 취급하고 있고, 경쟁사 역시 비슷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거래선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잃을 것이 없는 거죠. 더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르게 잘하는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들과 다르게 영업하는 거시적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영업 전략 혁신의 핵심은 ‘경영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거래선의 성장, 수익성, 재고회전을 도와 나의 판매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제 영업사원은 거래선과의 관계에서 한층 복잡한 판단과 업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 시대가 원하는 영업사원은 실적 개발은 물론 생산 관리, 고객 불만 및 요구 관리, 아이디어 제시, 신규시장 점검까지 총체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과거 구매 담당자의 역할은 싼값에 사들이되 많은 납품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었지만, 이른바 ‘구매혁명’ 이후 구매 담당자는 전체 공급망을 책임지는 공급 매니저의 역할을 맡게 됐다. 단순히 개당 단가가 싼 것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사용 결과 생기는 총비용에 의해 구매 의사를 결정하게 된 것. 거래선의 변화에 맞추려면 신제품 개발의 초기단계부터 개입해 해당 카테고리의 공급망 조직을 대표하는 챔피언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활동의 폭이 넓어진 구매 담당자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영업사원은 ‘Account Manager’가 돼야 한다. 담당 거래선의 매출은 물론 영업비용과 거래선 기여이익을 모두 합쳐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영업사원은 주로 매출 총액만 중요시했어요. 물론 매출 총액의 신장은 영업의 당연한 목표이지만, 최종적으로 영업 기여이익에 이르는 과정에서 영업도 다른 비용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이제 영업사원의 업무는 개인의 활동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기업 내부의 협조는 물론 외부와의 효과적인 협업이 중요해요. 가령 영업사원이 직접 시장조사 시행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시행된 시장조사 결과를 보고 그 가설의 적합성을 검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라는 말입니다.”

 

 

 


이익을 내는 영업은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가 핵심고객 관리, 두 번째가 목표 관리다. 영업사원이 거래선에서 요구하는 대로 다 깎아주고 주문만 많이 받아온다면, 회사에서는 아무리 대량으로 판매한다 해도 이익을 내지 못한다. 핵심고객과 우리회사, 그리고 나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가령 우리회사의 주 거래선이 대형마트이고, 마트 바이어가 5%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경쟁사도 우리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을 때 마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트 이용 고객인 ‘소비자’를 공략해야 합니다. 구매 담당자 역시 고객만족을 목표로 하지요. 그러니 영업사원은, 구매 담당자가 우리 제품을 이용해 자신의 고객을 더 잘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허병상 대표는 “영업은 고객과 함께 고객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존슨앤드존슨에서는 조사팀을 구성해 마트 소비자의 성향 조사에 착수했다.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단다.

 
“소비자에게 가격은 중요하지만 원가가 얼마인지, 얼마나 싼 게 정말로 싼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존슨앤드존슨의 로션을 사러 왔다면, 그 로션이 진열대에 없다는 건 알아도 그 로션이 다른 마트에서 얼마나 하는지를 아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를 비롯한 다각적인 소비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마트에 제시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A마트의 만족도가 B마트보다 낮았는데, 그 이유가 뜻밖에도 가격보다는 ‘원하는 제품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지요. A마트 측에서는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더군요. A마트나 B마트나 제품의 가짓수는 똑같다고 하면서요. 하지만 마트 측에서 파악한 가짓수와 실제 매장에 진열된 가짓수는 분실, 도난, 착오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오차가 있다는 우리의 분석 결과를 알려줬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영업사원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납품만 하는 ‘을’의 역할에서 벗어나 A마트의 경영의 동반자로서 주체적으로 개입해 ‘고객의 고객까지 만족시키는 영업’을 관철하는 단계거든요. 우리는 A마트 바이어에게 ‘가격만 무조건 깎다가 협상에 실패해 존슨앤드존슨의 물건을 진열하지 못하게 되면 제품 구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또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A마트와 B마트가 더 비교돼 장기적으로 판매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이 제시한 조사 결과는 A마트의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뿐만 아니라 A마트의 구매 담당자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존슨앤드존슨 측에 자문을 구했다.

 

“마트에서는 그 많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기 어렵고,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정보는 우리가 더 많이 갖고 있게 마련이니까요. 고객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영업, 이익을 내는 영업, 정교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만든 영업이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질문 하나하나를 골똘히 경청하고 최고의 현답을 들려주려고 애쓴 허병상 대표. 그의 제언은 비단 고객 최접점의 영업사원뿐만 아니라 기업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눈앞의 실적에 안주하는 ‘을(乙)’의 역할에 머무를 것인지, 경영의 파트너가 돼 이익을 내는 영업의 주체로 설 것인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거래선의 성장, 수익성, 재고회전을 도와 나의 판매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제 영업사원은 거래선과의 관계에서 한층 복잡한 판단과 업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 시대가 원하는 영업사원은 실적 개발은 물론 생산 관리, 고객 불만 및 요구 관리, 아이디어 제시, 신규시장 점검까지 총체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Q1.  ‘이기는 영업’을 위해 효성 구성원들은 어떤 일부터 해야 할까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한다’는 마인드를 확립해야 합니다. 영업은 실험하고, 관찰하고, 정확한 계산식에 따르는 ‘과학’입니다. 핵심고객 관리,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 영업, 합리적 목표 발굴과 실현, 강소영업팀 실현, 이 네 가지 원칙을 명심하세요.

 

Q2.  영업 관리자를 비롯한 각 조직의 리더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영업은 ‘경험의 법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분야입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죠. 기업의 사무실에 많이 붙여놓은 문구 중 하나가 바로 ‘하면 된다!’이지만, 저는 이 말도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수장이 무조건 하면 된다고 독려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관리자는 구체적인 목표 관리와 함께 과학적 영업 교육, 최적의 협업 시스템을 제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