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사진 속에 피어나는 가치의 재발견

Story/효성



얼핏 보면 평범한 수묵화인 듯 보이지만 이내 형형색색의 색다른 풍경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평면은 사라지고 역동적인 예술 작품으로 되살아나는 현장이 있습니다. 바로 임채욱 사진작가의 작업실인데요. 전시회를 앞두고 막판 준비가 한창인 그곳에서 작가의 이야기와 작품 세계를 만나보았습니다. 




 인수봉과 초상, 사람 그리고 서울





북한산 인수봉에 관한 지난 십수 년의 기록을 모은 임채욱 작가의 사진전 ‘인수봉’이 열립니다. 5월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인수봉과 초상, 인수봉과 사람, 인수봉과 서울’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작가는 왜 인수봉에 주목하게 되었을까요? 


“철원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 휴가를 마치고 자대에 복귀하기 위해 수유리에서 철원행 버스를 탔어요. 우연히 버스 창가에서 거대한 봉우리와 마주쳤는데, 위로를 받게 되더군요. 인수봉은 그렇게 제 삶에 들어왔어요. 인수봉이 보이면 ‘아, 서울이다’, ‘큰 바위 얼굴이다’ 생각이 들면서 삶의 든든한 동반자처럼 느끼게 됐죠.”


작가와 인수봉의 인연은 제대 후에도 계속됐어요. 동양화 전공자로서 스케치 여행의 주요 코스였고, 사진작가로서의 출발점에 인수봉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인수봉과 함께 했기에 작가는 들려줄 이야기도 많습니다.




 독특한 발상의 ‘비주얼 아티스트’





임채욱 작가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왔습니다. 그의 작품이 독특한 이유 중 하나는 ‘발상의 전환’ 덕분이에요. 작가는 2013년부터 흔한 사진 인화지가 아닌 전통 한지를 인화지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는 한지의 질감이 좀 더 회화적이면서 작품의 깊은 맛을 살려주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한지는 특유의 결이 살아 있어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어줍니다. 특히 한지의 빛 투과성과 구김성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영감을 주었죠. 이번 전시회는 그런 작품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지의 구김을 활용한 부조 사진, 특히 ‘스마트 인수봉’은 회심의 역작으로 기대가 높아요. 스마트 조명의 조명 갓이 되어준 인수봉, 한지의 빛 투과성과 구김이 인수봉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임채욱 작가에게 ‘사진작가’보다는 ‘비주얼 아티스트’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이유도 이러한 실험적인 작품 활동 때문이랍니다.




 효성과 함께하는 ‘가치의 재발견’





임채욱 작가는 올해 1월부터 매달 효성 사보 표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는 효성의 제품이나 현장을 촬영하고 디자인을 가미해 그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효성은 이미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잖아요. 그 기술로 얼마나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던 제품도 새로운 시각과 의미로 재해석하면,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사보 표지를 통해 그런 의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익숙함, 그 속에 숨어 있는 ‘새로움’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임채욱 작가는 작품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인수봉은 동쪽 면은 독수리, 동남쪽 면은 합장한 손, 남쪽 면은 예수님과 부처님, 서쪽 면은 말 머리를 닮았어요. 사람처럼 각도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지죠. 또 주말이면 인수봉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등반하는 산악인들과 그들 뒤로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서울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인수봉이 새롭게 느껴질 때도 많고요. 너무나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것이죠.”  


그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되고, 그 안에 새로운 것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 말이 예술 작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거에요. 새로운 것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안에 있으니까요.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랍니다. 




글 | 신경화

사진 | 한수정(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