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WEET HOMETOWN] 음식으로 아름다운 도시, 부산

Story/효성



고향,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란 이 단어에는 왠지 모를 그리움이 묻어 있습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럴 테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글과 사진으로나마 효성인의 고향을 만나는 시간. 그 첫 번째로 부산 맛 여행을 떠나보시지요.



 바다를 한입에 맛볼 수 있는 동네 민락동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회 한 접시 주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락동에 자리한 ‘방파제’는 자연산 횟감만 취급하는데요. 가장 친숙한 광어회도 좋지만 이곳에서는 ‘고급 어종’ 삼총사인 돌돔, 줄가자미, 참능성어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계절과 바다 사정에 따라 준비되는 어종이 다를 수 있죠. 가격이 꽤 부담스럽지만 여러 명이 돈을 모아 한 번쯤 영접해볼 만합니다. 


민락동의 또 다른 명소 ‘마라도’는 다채로운 해산물을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일식집입니다. 달걀찜을 시작으로 뿔소라, 해삼초회, 자연산 전복찜, 성게 알, 해삼 창자, 참돔 뱃살, 대광어, 줄가자미, 아귀 수육, 고래고기, 대게 등이 줄줄이 올라오죠. 해산물의 선도가 빼어난 것은 물론이고 주방장의 칼 솜씨도 훌륭합니다.



 이 맛이 부산! 연산동 밀면



부산의 향토 음식 하면 역시 밀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제대로 된 맛을 찾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음식인데요. 요즘 관광객들에게 이름난 부산의 밀면집들은 국물에서 한약재나 과일 맛이 도드라지지만 사실 밀면은 평안도의 음식 문화에 젖줄을 대고 있습니다. 피란민들이 돌아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떠올리며 남부 지방에서는 귀한 메밀 대신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바로 밀면인 것이죠. 그래서 진짜배기 부산 밀면에서는 가벼운 새콤달콤함이나 지나친 진득함이 아니라 무채색에 가까운 삼삼한 맛이 납니다. 최근 들러본 밀면집 중에는 연산동의 ‘북청밀면’이 맛있게 밍밍하답니다.



 추억은 덤, 부산 노포의 매력



부산 곳곳에는 오래된 식당, 노포들이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1959년 장사를 시작한 부전동의 ‘마라톤집’도 그중 하나죠. 60년 가까운 역동의 세월 동안 따끈한 청주 한 잔과 진한 어묵 국물 그리고 소박한 부침개로 부산 시민들의 지친 어깨를 다독여준 집입니다.


 


차림표에 올라 있는 몇몇 음식들의 이름이 유별난데 먼저 ‘마라톤’은 굴, 홍합, 모시조개 등의 해산물과 여러 가지 채소에 달걀을 풀어 철판에서 익힌 부침개이죠. 딱히 요리 이름도 없던 시절, 줄을 서서 기다리던 누군가가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라톤 합시다”라고 외친 것이 시초인데요. 손기정 선생이 영웅이었던 당시 마라톤은 ‘빠름’이자 ‘격려’의 의미였다고 합니다. 해물채소볶음에는 ‘재건’이라는 명패가 붙어있습니다. 1961년 들어선 군사정권에 의해 전개된 ‘재건 운동’이 음식에까지 투영된 것이죠. 마라톤집의 3대 메뉴는 마라톤과 재건 그리고 어묵인데요. 닭 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어묵 국물은 다른 곳에 비해 심심(深深)합니다. 깊은 맛이 난다는 얘기죠. 소힘줄, 무, 미나리, 두부 등이 들어 있어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부산역 맞은편 초량동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신발원’의 역사도 6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외관은 중국집 분위기를 풍기지만 신발원은 짜장면과 짬뽕을 취급하지 않는데요. 더운 김으로 쪄내는 토실토실한 고기만두, 끓는 물에 삶아내는 살짝 두꺼운 만두피의 물만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군만두,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듬뿍 들어 있는 월병, 달지 않아 물리지 않는 팥빵, 부숴 먹는 재미가 있는 공갈빵, 은은하고 포근한 콩국 등을 내놓습니다. 내부는 동네 빵집을 연상시킬 만큼 단출하죠. 직원들이 숙련된 솜씨로 만두를 빚고, 대나무 찜통에서 바로 찌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매장이 협소해서 자리 확보가 쉽지 않았는데, 유명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손님이 끝도 없이 밀려듭니다.




 "추억의 맛기행 한번 해보실래요?”


창원공장 변전소설계팀 윤자영 대리


제 고향 부산에는 해운대, 광안리를 중심으로 사시사철 북적이는 맛집도 많지만 고향 사람들에게 더 특별한 추억의 맛도 있답니다. 어머니 때부터 단골인 바닷장어구이 집이 바로 그런 곳이에요. 기장에서 ‘조은횟집’이란 이름으로 수십 년 신선한 맛을 고수하고 있는 노포예요. 한가로운 어촌에 자리하고 있어 바다 풍경을 벗 삼아 다녀오기 좋은 곳이지요. 어머니가 부산으로 시집와서 처음 드시고는 홀딱 반해버린 집이기도 해요. 아버지 고향이 기장인 덕분에 이런 귀한 곳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죠. 당시는 천막으로 된 허름한 집이었는데 그 맛이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부산의 명소가 됐어요. 이제는 천막 가게가 아닌 2층 건물로 더 깔끔해졌어요.


주문과 동시에 살이 토실토실 오른 장어가 불판에 오르고 양념 장어의 경우 매콤한 그 향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잡내도 없어서 더 좋아요. 탱글탱글한 식감과 간이 딱 맞는 그 맛은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잃었던 입맛 살려주는 데 그만입니다. 친구들과도 자주 가곤 하는데 한 입 먹고 나면 왠지 모를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더 찾게 돼요. 친절한 사장님의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기분 좋은 농담은 덤이고요. 가족들과 어렸을 때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이곳이 여전히 단골손님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볼 때면 제가 다 뿌듯하답니다.


부산은 역시 ‘바다’지요. 하지만 해운대, 광안리 말고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해요. 이제 부산에 가신다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토박이가 추천하는 맛집 투어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윤자영 대리 추천 맛집


까페로쏘 |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864 | ☎051-721-6788 햇살 좋은 날 바다를 배경으로 마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빵 맛도 훌륭.


조은횟집 |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933 | ☎051-722-2443   어머니 때부터 단골집인 바닷장어구이 집. 수십 년째 신선한 맛을 고수하고 있다.


명품물회 |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34-20 | ☎051-722-1722  신선한 해산물과 새콤달콤한 육수의 조화를 맛볼 수 있다.


오스테리아부부 | 부산 동구 중앙대로209번길 10-22 | ☎051-466-6190

부산역 근처 이탤리언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맛과 가격, 분위기 모두 만점.



글·사진 | 노중훈(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