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인 설문] 효성인이 들려주는 반려동물 이야기
반려동물
[명사]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
애완동물
[명사]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 하며 기르는 동물
흔히 집 안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들은 위 두 가지 표현으로 불립니다. 요즘엔 ‘애완’보다는 ‘반려’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죠.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차이기도 합니다. 그저 예쁘고 애교스러운 줄만 알았던 동물을, 이젠 의지와 감정을 지닌 주체, 즉 식구로 대하게 된 것이죠. ‘펨펫(Family+Pet)족’, ‘펫로스(Pet loss) 증후군’ 같은 용어들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 효성인들 중에도 동물을 반려(伴侶, 짝이 되는 동무) 삼아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기르는(보살펴 자라게 하는) 체험은 매일매일의 나날을 따듯하게 만들어주죠. 동물과 얽힌 효성인들의 환담 또한 손난로처럼 훈훈하네요. 시린 마음 녹여줄 효성인들의 정다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내 집 안을 망치러 온 나의 귀요미
각종 옷가지와 가재도구 들이 널브러진 풍경. 청소를 잘 안 하는 집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이런 집의 주인은 ‘비글’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하죠. 비글(Beagle)은 체구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호기심이 강한 개인데요. 집 안에서 기르면, 같이 사는 사람이 청소하느라 매우 바빠진다는 설도 있답니다. 물론 모든 비글이 그렇게 ‘비글스러운’ 것은 아니겠죠. 그런데 또 모든 동물들이 비글스럽지 않다는 보장도 없다는 사실.^^; 천방지축 동물과 지내느라 날마다 진땀을 빼면서도, 어느새 이런 일상이 행복이 되었다고 말하는 효성인들의 증언을 들어보시죠.
이름: 앵무(왕관앵무, 아마도 3세 이상..) 사연: 소파에 앉아 있는데 슬금슬금 다가와서 허벅지, 가슴을 지나 어깨까지 올라오곤 합니다. 가족끼리 밥 먹을 때 같이 와서 집어 먹기도 해요. 이게 새인지 개인지 모르겠음.. 별것을 다 먹음..(밥 먹고 김치도 집어먹고 심지어 치킨 먹을 때도 옆에 와서 파닥거림.)
이름: 벌이(미니핀, 16개월) 사연: 9개월 된 아들과 같이 잘 놀아줍니다. 제가 누워 있을 때 다가와서는 두 번째 손가락을 달라고 조르며 자기 입에 넣습니다. 잔디밭 총총 뛰는 모습도 귀여워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게 좀 특이합니다. 각종 A/S 기사님, 택배 기사님, 정수기 관리사님 방문하면 환장함. |
이름: 오아랑(말티즈, 4세) 사연: 아침마다 알람 소리 들으면 지각하지 말라고 깨워줍니다. 먼저 제 입술을 핥아서 깨워주고(기분 무지 나쁨), 돌아 누우면 제 머리쪽으로 가서 사정없이 제 머리를 긁어버립니다.(엄청 아파요ㅠㅠ) 와이프가 이 모습을 보고 아침마다 웃어요. |
이름: 토끼(요크셔테리어, 만 6세로 추정) 사연: 한여름이면 강화 마루에 도축 돼지마냥 쓰러져 있습니다. 이 모습 참 사랑스럽더군요. 귀가 얼굴보다 더 크고, 매일 07시 30분에 조식을 요구하며(6~9월엔 썸머타임 적용), 깊은 내면 연기가 가능합니다. |
이름: 니코(도메스틱캣, 만 5년), 봉구(토종 발발이, 10개월 천둥벌거숭이) 사연: 개랑 고양이가 마당에서 저들끼리 안고 뒹굴고 넘나 잘 지내는 모습 보면 사랑스러워요. 니코는 제가 외국에서 유학 시절부터 키우다 비행기 태워서 데리고 냥이에요. 외출냥이로도 잘 적응해서 제가 출근하면 자기도 출근, 제가 퇴근하면 자기도 퇴근합니다. 새도 잡아오고.. 두더지도 잡아오고.. 고양이의 보은이란.. |
이름: 이놈아(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26개월) 사연: 집에 들어오면 반갑다고 뒤집어져서 꼬리로 드럼을 치고 있어요.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핵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
길가에 버려지다, 그리고 데려오다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걱정이 많아지죠. 길가에서 몸을 떨고 배를 주릴 아이들 때문입니다. 몇몇 아이들을 직접 식구로 맞아들이기도 하는데요. 거리를 배회하는 낯선 동물을 집 안으로 들이는 일이란 큰 결단을 필요로 합니다. 그만큼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도 하죠. 효성인들의 이야기가 말해주듯 말입니다.
이름: 틴팅(길냥이, 3세) 사연: 아깽이 때 교통사고 난 길냥이를 수술 시켜 데려와서 잘 클까 걱정했었거든요.. 큰 수술 때문에 덩치는 작지만 날아다닌답니다. ^^
이름: 깜둥이(빠삐용 믹스, 3세) 사연: 친언니가 지하철에서 박스째로 팔리고 있던 걸 보고 불쌍하다고 데려와서 얼떨결에 키우게 됐어요. 편식이 심해서 사료를 잘 안 먹더라ㄱ요. 매 끼마다 강아지용 자연식을 요리해 먹이고 있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응가하는 습성이 있어요. |
이름: 똑순이(믹스, 1세) 사연: 믹스 유기견이라 입양이 안 되던 아이를 가족으로 들여왔어요. 놀자고 자주 보챕니다. 이쁠 땐 똑순이, 미울 땐 맹순이라고 불리기도.. ㅎ |
이름: 개두식(스피츠, 1세) ※‘개’가 성입니다. 동생이 지은 이름이에요.. 사연: 전 주인이 안락사 시킨다고 해서 데려와 키우게 됐습니다. 방치되다시피 커 온 우리 두식이.. 그래서인지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죽어라 말 안 듣다가 간식 들고 말하면 잘 듣는 아이. ㅎㅎ |
무지개 다리 저편에서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 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 설명할 말을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날아라 병아리>라는 노래의 한 소절입니다. 가수 신해철 씨가 활동했던 밴드 넥스트의 대표곡이기도 하죠. 여기서 얄리는 가사 속 화자가 어린 시절 기른 병아리 이름이에요. 얄리를 통해 죽음을 알게 되었다는 노랫말이 인상적입니다. 동물과 함께 성장한 아이는 만남과 이별을 일찍부터 체험하기 때문에, 좀 더 성숙한 인성을 갖게 된다는 말이 있죠. 우리나라의 어느 철학자 또한 이 점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영원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죠.
반려동물을 무지개 다리로 보낸, 혹은 그 시간을 앞둔 효성인들의 이야기는 짠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내 곁에 잠시 살았던 동물과의 추억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온도를 한 뼘쯤 높여주는 것 같아요.
이름: 뿌뿌(시츄) 사연: 열일곱 살이었던 지난 7월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습니다. 새초롬하게 내밀고 있던 혀, 쉬 누고 나면 얼른 치워달라는 듯 잔소리하던 모습(깔끔한 걸 좋아했어요).. 개가 죽을 때는 집을 나간다는 말.. 나이가 많아 눈도 안 보이고 거동도 불편했을 텐데, 제가 친정 가 있는 동안 집을 나갔어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따뜻하고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
이름: 겨울이(말티즈) 사연: 2016년에 열여섯 살 나이로 하늘 나라에 갔어요. 외출복을 입고서 제가 “갈까?”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빤히 쳐다보다가 “가자!” 하면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난리 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겨울이 묻어줬던 곳에 지난달 가서 간식 놓아두고 왔습니다. |
이름: 꾸꾸(토이푸들, 15세) 사연: 노견을 키우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입니다.. 15년째 대소변을 치우고 있습니다. 어린 강아지 때는 화도 많이 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살아 있다는 자체로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털도 많이 빠지고, 몸에는 검버섯이 하나둘 생겨나지만 지금 이 모습이 저는 제일 사랑스럽습니다. |
반려동물, 배려인간
지금까지 효성인들의 반려동물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동물과 반려의 관계를 맺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려(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씀)가 몸에 배게 됩니다. 동물과는 언어 소통이 불가능하기에 그 아이들의 몸짓·손짓·발짓을 보며 심중을 헤아려야 하는데요. 이런 태도는 곧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집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영역까지 우리의 소통이 확장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예술가들 중엔 반려동물을 끔찍이 아낀 이들이 많습니다. 이브 생 로랑과 불독, 마릴린 먼로와 앵무새, 오드리 햅번과 사슴, 무라카미 하루키와 고양이, ···.
반려동물과 더불어 감성과 존중심 풍부한 ‘배려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 일상도 예술적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요. 효성인들의 동물 식구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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