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 한여름 밤의 로맨스, ‘영화 속 연인들의 다리’

Story/효성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 다가오면 괜스레 애틋해집니다. 오작교에서 해후하고 있을 견우와 직녀 생각 때문이죠. 칠월칠석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견우성(), 직녀성을 찾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한여름을 수놓는 로맨틱한 별자리, 하지만 이 밤이 가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까마귀들이 다리를 놓아주니, 이거 애틋하지 않을 도리가 없네요. 


칠월칠석 한여름 밤의 감성을 채워줄 영화 다섯 편을 골라봤어요. 견우∙직녀의 오작교처럼 연인을 이어주는 ‘다리’가 등장하는 작품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다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 사람과 만나고 싶으신가요?



  어른 연인들 곁에 있어주던 ‘맨해튼 다리’

     

영화 <맨하탄> 포스터

출처: FilmAffinity.com(http://goo.gl/qajXyh)


<맨하탄>(Manhattan)

∙ 각본∙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메릴 스트립, 마리엘 헤밍웨이 

∙ 개봉: 1979년 

∙ 영화 속 다리: 미국 뉴욕 이스트 강(East River) ‘맨해튼 다리(Manhattan Bridge)’


우디 앨런 감독 작품의 매력은 수다스러운 철부지 어른 캐릭터, 그리고 삶의 아이러니한 측면을 녹여낸 이야기입니다. 이런 재미 요소는 1970~1980년대 연출작들에 도드라지게 나타나는데요. 1979년작 <맨하탄> 또한 그렇습니다. 주인공 아이삭(우디 앨런)은 쉴 새 없이 인생과 예술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정작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애어른이죠. 그 못지않게 한 성격 하는 매리(다이안 키튼)는 아이삭의 ‘퀵마우스’를 잠재우는 유일한 인물이죠. 이 둘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이 코믹하면서 푸근하게 그려집니다. 


맨해튼 대교가 바라보이는 벤치에 앉은 아이삭과 매리

출처: IMDB.com(http://goo.gl/Sx5y40)


뉴욕의 밤거리를 거닐던 두 사람이 얼마간 머물러 앉아 있던 한 벤치. 그곳에서 내다보이던 맨해튼 다리의 전경. 도시를 살아가는 어른 연인들의 공허함과 불안함, 그 틈새를 잠깐이나마 메운 아름다운 정서가 묘사된 장면입니다. 




  사랑이 추억으로 남은 ‘로즈먼드 다리’

    

출처 : 네이버 영화(http://goo.gl/SGL5XZ)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각본: 리처드 라그라브네스, 로버트 제임스 월러 

∙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 개봉: 1995

∙ 영화 속 다리: 미국 아이오와 주 매디슨 카운티 ‘로즈먼 다리(Roseman Bridge)’


1990년대 중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죠. 중년의 사랑이라는 테마로, 당시 한국에선 센세이션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한적한 만큼 쓸쓸함이 감도는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 이곳의 하루는, 타국에서 이민 온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에게 괜한 허전함을 안겨주고 있죠. 내조를 위해 교사 일을 그만둔 그녀가 날마다 곱씹는 감정은 까닭 모를 후회입니다. 그런 프란체스카의 일상에 사고처럼 틈입한 낯선 남자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진작가인 그와 나흘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말로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죠. 


매디슨 카운티의 로즈먼드 다리에서 만난 두 사람

출처: 네이버 영화(http://goo.gl/YDxyBu)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거예요”라고 고백한 로버트.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내 인생은 가족들을 위해 살았으니 나머지는 로버트에게 주고 싶다”던 프란체스카의 유언. 22년의 추억으로 간직된 4일의 사랑은 로즈먼 다리에 고스란히 남겨지고∙∙∙.




  친구를 연인으로 느낀 무게, ‘보우 다리’에 싣고 

    

출처 : 네이버 영화(http://goo.gl/hJSCuk)


<남 주기 아까운 그녀>(Made of Honor)

∙ 감독: 폴 웨이랜드 

∙ 각본: 헤리 엘폰트, 데보라 캐플란

∙ 출연: 패트릭 뎀시, 미셸 모나한

∙ 개봉: 2008

∙ 영화 속 다리: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보우 다리(Bow Bridge)’


남매보다 더 가깝게 지내온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십년지기 두 사람의 관계가 큰 변혁을 맞는 사건이 하나 생겼으니, 바로 여자의 결혼 발표! 식장에서 들러리를 서달라는 여자의 부탁에 남자는 기분이 요상해집니다. 이 요상함의 본질에 대해 깊이 탐구해본 결과, 남자는 깨닫고 맙니다. 이 여자 ‘친구’를 ‘여자친구’로서 사랑하고 싶다는 사실을. <남 주기 아까운 그녀>의 토마스(패트릭 뎀시)와 한나(미쉘 모나한) 이야기입니다. 


출처 : OnTheSetOfNewYork.com(http://goo.gl/Xi5hnq)


왠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상황 같은데요. 그저 친구인 줄로만 여겼는데, 그(그녀)가 다른 사영화 속 토마스는 뒤늦게 고백을 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합니다. 이미 한나는 결혼 준비 중인데 말이죠. 뉴욕 센트럴파크의 보우 다리 위에 서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웃기기도 애처롭기도 합니다. 복잡미묘한 둘의 관계를, 활처럼 길게 휘어진 다리가 지탱해주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파리 센강의 밤, 다리 위의 낯선 남녀 


출처 : FeedMeSubtitles.com(https://goo.gl/105OjM)


<걸 온 더 브릿지>(The Girl on the Bridge)

∙ 감독: 파트리스 르꽁트 

∙ 각본: 세르쥬 프리드망

∙ 출연: 바네사 파라디, 다니엘 오떼유

∙ 개봉: 2000

∙ 영화 속 다리: 프랑스 파리 센강(Seine River)의 한 다리 


심야의 센강. 파리의 밤보다 더 어두운 얼굴을 한 여자가 다리 난간 위로 올라섭니다. 여자의 눈물이 곧 강물에 섞여 들어가려 할 참입니다. 강바닥의 심연을 향해 수그린 여자. 그녀를 돌려 세운 건 어느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주 좋지 못 한 일을 하려는 것 같군요.” 


출처 : WorldCinema.org(http://goo.gl/BRlr0H)


남자는 서커스 단원이라고 하는데요. 심야 파리의 다리 위 인연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일하게 되죠. 여자는 다리 난간이 아닌, 서커스 공연장의 과녁 앞에 섭니다. 남자의 칼 던지기 묘기는 매 순간 아찔하게 그녀의 몸을 피해 과녁에 꽂히죠. 다리 위와 과녁 앞 모두 죽음의 장소이지만, 아델은 단도가 날아드는 표적이 되었을 때 삶을 열망하는데요. 내가 믿는 사람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독주처럼 그녀를 취하게 만들죠. 그러나, 파리의 그 다리에서 재회하자며 이별하는 두 사람. 과연 센강의 다리엔 또 어떤 우연이, 운명이 기다리고 있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