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새로움의 힘, 창조의 아름다움. 탄소아티스트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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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전 역사를 들여다보면 예술과 과학은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탄소아트가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탄소아티스트 김성희. 그녀가 이끄는 상상여행을 따라가보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오르는 만남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미술가이자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과학·음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재능을 보였다.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은 다빈치에 의해 완벽하게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분야를 넘나드는 창조적 융합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10월 ‘국제탄소페스티벌 특별초대전’에 참여한 탄소아티스트 김성희 작가가 ‘예술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주제이자 소재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과학예술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이 많은데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개구리를 해부하는 것은 과학이지만 그것을 보고 상상화를 그리는 것은 예술이죠. 과학은 실험실에서만, 미술은 화실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익숙해진 ‘편견’ 때문이에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성희 작가는 과학예술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긴 시간 영국과 이탈리아를 오갔다. 과학과 예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구하던 그녀가 ‘탄소아트(Carbon 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나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돌, 나무, 철과 같이 풍화되는 재료로 조각품을 만들던 저에게 탄소섬유는 어마어마한 발견이었습니다. 가볍고 강할 뿐 아니라 녹슬지 않는 탁월한 소재이기 때문이죠. 이 소재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만으로도 벅차올라 곧장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탄소로 만든 ‘나의 행성, 나의 우주’  


김성희 작가는 탄소섬유가 우리네 문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거듭 강조한다. 불, 산소와 결합해 강력한 열을 만들어내는 탄소의 신비를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은 예술가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자에 가까웠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오가며 과학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다는 예술가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탄소섬유로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효성 측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대리석보다 아름다운 최상의 재료로 마음껏 작업할 수 있다니 무척 든든했지요. 첨단 과학 기술의 산물이자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 각광받는 탄소섬유를 예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해 어떤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회사의 탄섬을 사용해 제작한 김성희 작가의 작품 ‘나의 행성, 나의 우주’



김성희 작가는 지난 10월 초 전라북도에서 열린 제10회 국제탄소페스티벌에서 상상의 우주 공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생텍쥐페리의 대표작 <어린왕자>에서 모티프를 얻은, ‘나의 행성, 나의 우주(My Planet, My Universe)’를 주제로 작업했다. 탄소를 유기물의 시작으로 가정하고 모든 생명체가 탄생, 성장 그리고 소멸하는 흐름을 반복해 담은 것이 특징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결국 전체가 된다는 것, 나아가 곧 우주가 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상상을 작품으로 풀어낸 것이지요.”



정부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탄소섬유 소재를 이용한 미래 친환경 조화형 전신주. 탄소섬유가 갖는 가볍고 강하고 녹슬지 않는다는 기능적 특성을 활용해 기존 전신주의 단점을 보완했다.



김성희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탄소섬유가 뛰어난 산업용 소재인 동시에 아름다운 예술 작품의 소재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활용도가 무한하다는 점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관객들은 산업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의 새로운 모델이 될 거라는 반응이었다.



 함께 “Why Not?”을 외치는 지원군들 


김성희 작가는 현재 중원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로 일하며 열정을 담아 학생들에게 창의성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과제의 일환인 ‘환경 조화형 전신주 프로젝트’ 디자인 작업에도 한창이다. 농어촌을 비롯해 지반이 약한 지역에 서 있는 전신주를 탄소를 활용한 아름다운 조형물로 대체하는 작업인데, 이러한 작업에 ‘융합’이 빠질 수 없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과 탄소섬유 제조업체 Human Composite이 든든히 지원할 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담당 교수들 또한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그녀는 “Why Not?을 외치며 함께 나아갈 이들이 있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며 웃어 보인다.





“술병 라벨에 알코올 도수를 표기할 때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게이 뤼삭(Gay lussac)이 고안한 측정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을 측정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독한 위스키나 와인을 잘못 먹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뤼삭이 고안한 용량 퍼센트(percent by Volume)가 많은 이에게 편리와 안전을 준 것처럼, 탄소섬유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한층 진화된 형태로 탄소를 재창조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인 과학예술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창조의 중요한 원천은 지식과 경험”이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말이 더욱 와 닿았다.  


“남과 비교하거나 타인의 평가에 익숙해져가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타자의 평가에 길들여지지 마세요. 그래야만 창의성을 즐길 수 있습니다. 효성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만큼 우주의 아름다움을 두루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 이윤정(홍보3팀 대리)

사진 | 한수정(Day40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