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 김민경 대리의 '남편을 이해하는 방법'] ① 술 먹은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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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블(효성 블로거) 님들 안녕하세요. ^^ 오늘부터 매달 남편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적고 ‘남편 고발일지’라고 읽는다)에 대해 써 나갈 사내 필진 김민경입니다. 향후 내용의 이해를 위해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면, 현재 두 남자아이의 엄마이고, 남편까지 세 아들을 키우는 것 같은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워킹맘 입니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만나 같이 살아가다 보니 ‘남자들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래서 필진이 되면 제가 그간 겪었던 남편 관련 에피소드들을 통해 남편의 이상행동에 대해서 효블님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이번 사건의 당사자 남편입니다. ^^


서두가 길었죠? 오늘 말씀드릴 사건은 남자분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그때의 일은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남기지 못한 바로 그 사건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첫째를 낳고 맞벌이 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느 평일 밤, 신랑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애기~ 오늘 동생이랑 동생 선배랑 셋이서 술 마시기로 해서 늦게 들어갈 것 같아요” 여러분께 죄송하게도 저희 신랑은 저를 애기 라고 부릅니다. (정확하게는 액이) 파리의 연인 박신양만큼이나 사람이 많건 적건 언제 어디서나 ‘액이’라고 불러서 창피하지만 어쨌든 저는 액이고 신랑은 쟉이 입니다. 



시동생▲ 미식축구를 즐기는 상남자 도련님



신랑은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미식축구를 즐기는 상남자라서 술도 잘 그리고 자주 마시는데요. 신랑의 표현을 빌자면 ‘걸어 다니고 말할 줄 아는 짐승’ 정도의 불 같은 캐릭터이지만 자기 여자에게는 따뜻하고 전공은 영문학인 30세 미혼남입니다. 반대로 저희 신랑은 술을 좋아는 하지만 잘하진 못하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황희정승 캐릭터인데요. 평소에 화도 잘 안 내고, 화를 낸다고 해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랍니다. 아무튼 도련님이랑 같이 술을 마신다는 건 술자리가 길어지고 많이 마실 거지만, 술은 약하니 인사불성이 될 거라는 의미이지요.

저는 보통 신랑이 술 마신다 하면 연락도 안 하고 먼저 자는 스타일입니다. 첫째도 주 중에는 같은 동네 사셨던 저희 친이모님집에 맡겨서 몸과 마음이 가뿐한 상태였죠. 그런데 갑자기 도련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해하는법



“형수님, 형이 술 마시다가 사라졌어요. 집에 들어갔나요?”


“어머, 안 왔는데요! 제가 전화해볼게요.”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를 않는 신랑! 하지만 별 걱정은 안 했습니다. 항상 집에는 잘 들어왔기 때문이었죠. 그러다가 저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인데요. 여기 지금 남편분이 OO건물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요”


차라리 보이스피싱이길 원했던 제 인생 최초의 경찰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부리나케 옷을 챙겨 입고 나갔어요. 행패 부리는 황희정승이라니 ㅠ_ㅠ 인생에는 ‘GR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더니, 이렇게 절대량을 채우려는 걸까요?


시댁이 같은 동네였지만 차마 전화를 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련님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OO건물로 와 달라고 했죠. 그리고 난 후 집에서 10분 거리 정도의 남편이 있는 건물로 뛰어갔습니다. 건물 1층에는 세 명의 경찰관들과 경비원으로 추정되는 분 두 명, 그리고 신랑이 있었습니다. 신랑 혼자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신랑은 게다가 아침에 입고 나간 양복 상의도 어디다 잃어버렸는지 셔츠만 입고 있는 상태였고, 메고 있던 가방도 집어 던지고 넥타이도 풀어헤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경찰이 붙잡아서 말리려고 하면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람이 극한 상황에 닥치니 참 이상하게도 슬로우 모션처리 한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두고 싶다고까지 생각했는데 거기서 촬영을 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면 경찰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차마 찍지는 못했어요. >_<

“자꾸 이렇게 난동 부리시면 연행하겠습니다. 그만하세요.”


남편이해하는법



경찰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점점 더 포악해지고, 도련님은 전화하면 계속 “다 왔어요. 근데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고. 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답니다. 다행히 친절한 경찰분께서 경찰차로 집에 데려다 주시겠다고 해서 신랑을 차에 구겨 넣고 옆에 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원래 막히는 길도 아닌데 새벽 1시에 길이 막히더군요. 술냄새+토냄새는 계속 나고, 신랑은 앞 좌석과 뒷좌석을 분리해놓은 철조망을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한계에 다다른, 그러나 절대 화를 내선 안 된다며 본인을 다스리고 있으신 것 같은 표정으로 경찰분이 ‘내리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연신 죄송하다 굽실거리며 애초부터 가까운 거리인데, 신랑을 질질 끌고라도 걸어갈 걸 왜 차를 얻어 탔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자신을 탓하며 냉큼 내렸습니다. 그래도 성인 남자를 저 혼자 끌고 가기는 힘들어서 도련님에게 계속 전화를 했는데 도련님은 계속 “거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에게 번개같은 깨달음이 왔죠. 아! 도련님도 취했구나. 어쩔 수 없이 아버님께 전화를 해야겠구나.


새벽 2시, 아버님께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저희 집으로 좀 빨리 와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져서 그렇게 계속 남편을 길에 굴리다시피 끌고 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도련님이 나타났습니다. 근데 갑자기 신랑이 벌떡! 일어나더니 두 팔을 번쩍 들며 ‘헤이 브로~’라고 하더군요. 도련님은 ‘왔썹 브로’ 하며 함께 하이파이브를 했습니다. 그 상태로 계속 둘은 서로 사이 좋게 집에 걸어갔습니다. 



남편이해하는법



역시 예상대로 도련님도 만취 상태였고, 이제 믿을 곳은 아버님뿐이었습니다. 도련님은 술에 강한 자라 취하긴 했지만, 형을 업다시피 해서 집에 옮겨줄 수는 있었습니다. 신랑도 오는 길에 약간 정신이 드는지 술이 좀 깬 것 같았어요. 어차피 지금 얘기해봤자 내일 아침에는 기억도 못할 것 같아서 자라고 문 닫아주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는데, 아버님을 감싸고 있던 알코올 향내 가득한 아우라! 아버님도 만취! 이걸로 그날 사건이 마무리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랑은 그때의 일이 아직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일까요? 이렇게 잡아뗄 것을 대비해서 그냥 그때 동영상으로 증거를 남겨 놨어야 했을까요? 그 후로도 신랑이 술이 약하니 술 먹고 여름에 벤치에 누워서 자다가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바람에 가방 속에 들어있던 전세금을 잃어버렸던 사건도 있었지요. 물론 나중에 다시 찾기는 했지만요. 술에 관한 에피소드는 끊기지가 않는 것 같아요. 술을 마시고 한 행동, 정말 기억이 나질 않는 걸까요? 아님 기억이 안 나는 척하는 걸까요? 효블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민경대리